“집에서 계실 수 있으면 좋지요. 하지만 ...”
얼마 전 만난 한 돌봄노동자는 장애인활동지원사로, 그분이 돌보는 할머니는 손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식사 보조가 필요했고, 관절이 굳지 않도록 꾸준한 운동이 필요해 활동지원사의 도움이 일상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
같은 집에는 할머니의 가족인 할아버지께서 노인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하고 계셨다. 그런데 치매가 진행되면서 “집에 있고 싶다”, “주간보호센터에는 가지 않겠다”고 말씀하시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할머니를 돌보는 시간 동안 할아버지도 집에 함께 계시게 된 것이다.
할머니의 활동지원 시간은 하루 8시간, 할아버지의 요양서비스 시간은 2시간이었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증상이 점점 심해지면서 다른 요양보호사가 오더라도, 결국 활동지원사가 할머니를 돌보는 시간 내내 할아버지까지 함께 돌봐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박혜정 칼럼] “집에 계시면 좋지요. 하지만..” AI이미지 제작
할아버지는 점점 이 돌봄노동자에게 더 의존하게 되었고, 결국 보호자인 아들의 요청과 노부부의 바람에 따라 활동지원사는 할머니 시간에 할아버지 돌봄 시간까지 더해 하루 10시간을 그 집에서 보내게 되었다. 장시간 노동이 계속되자 몸은 점점 아파 왔고, 개인시간을 가질 수 없어 간단한 개인 일정조차 소화하기 힘들어 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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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르신들이 원하시는 대로 집에서 지내실 수 있으면 좋지요. 하지만….”
이 말은 단순한 하소연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앞으로 마주하게 될 현실이 될 수 있다. 누구나 노인이 된다. 앞으로는 혼자 사는 노인이나 노인 부부만 사는 가구가 더욱 늘어날 것이다. 또한 2023년 보건복지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살던 곳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희망한다’는 응답은 87.2%, ‘건강이 악화되어도 살던 곳에서 지내고 싶다’는 응답은 48.9%에 달했다. 이는 많은 이들은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삶을 이어가고 싶어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이 살던 곳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삶을 마무리하려면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 최근 시행된 통합돌봄의 핵심은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자신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연계해 제공하는 데 있다. 필요한 지원을 한 번의 신청으로 연결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똑같은 돌봄 상황은
단 한곳도 없다.
현장에는 매우 다양한 사례가 존재한다. 똑같은 돌봄 상황은 단 하나도 없다. 한 사람만 돌보는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부부를 함께 살펴야 하는 경우도 있고, 가족 돌봄의 공백이 고스란히 현장 노동자에게 전가되기도 한다. 서비스는 개인을 기준으로 설계되지만, 실제 현장은 여러 사정이 뒤섞인 복합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앞서 이야기한 돌봄노동자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지속가능한 돌봄 현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장에서 일하는 돌봄노동자들의 목소리와 경험이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 단순히 노동자의 희생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업무 경계의 명확화와 가족 돌봄의 공백을 메울 공적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어르신의 '집에서 머물 권리'와 노동자의 '건강할 권리'가 충돌하지 않고 공존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자가 건강해야 돌봄을 받는 이도 존엄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가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반영된다면 돌봄공동체의 환경은 한걸음 더 나아갈 것이다. 오늘도 돌봄이 필요한 이 옆에서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필요한 것을 수행하는 사람, 그런 가슴 따뜻한 돌봄노동자가 존중받는 사회가 오기를 응원한다.
경남 서부 돌봄노동자 지원센터
경상남도 서부권 돌봄노동자지원센터 센터장 : 박혜정 주소 : 경남 진주시 범골로 54 번길 30-9 드림IT밸리 지식산업센터 12층(1201,1202,12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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