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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박한슬의 숫자뒤집기] 노재팬 효과 증발? 옛 매출만 가까스로 회복한 ...

2019년에 벌어진 노재팬 운동은 일본이 반도체 핵심 소재의 수출 절차를 강화하는 식으로 우리나라에게 불이익을 주자, 여기에 반발해 벌어진 반일(反日) 운동의 일종이다. 유니클로 오너 일가가 부적절한 처신으로 인해...

[박한슬의 숫자뒤집기] 노재팬 효과 증발? 옛 매출만 가까스로 회복한 ...

얼마 전 발표된 유니클로 매출이 화제다. 유니클로 한국법인의 2025 회계연도 매출은 1조3,524억 원으로, 소위 ‘노 재팬(No Japan)’이라 불리는 일본 불매운동이 본격화되기 직전인 2019년 매출 1조3,781억 원에 근접했다. 약 6년여 만에 불매운동 여파를 뚫고, 매출을 회복한 것처럼 보이기 쉽다. 그렇지만 구체적 숫자를 뜯어보면 이런 이해는 오독에 가깝다. 같은 기간 국내 SPA 의류 시장 규모가 2배로 불어났는데, 유니클로는 6년 전 매출을 가까스로 회복해서다.

▶ 정파적 불매운동이 영향 준 첫 사례

국내에서 불매운동이 기업 매출에 영향을 준 사례는 꽤 있다. 가장 자주 거론되는 사례가 남양유업이다. 2013년 5월 대리점 갑질 녹취가 공개되며 1차 불매 운동이 이루어졌고, 2021년에는 자사 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 억제 효과가 있다는 허위 주장을 편 탓에 2차 불매 운동이 벌어졌다. 중간중간에 벌어진 오너 일가의 비위가 기름을 부은 건 덤이다. 결과적으로 2012년 1조3,650억 원이었던 남양유업 매출은 2025년 9,141억 원으로 13년에 걸쳐 약 33%가 감소했다. 일시적 감소가 아니라 반영구적인 매출 감소가 발생한 불매운동의 기념비적 사례다.

비슷한 사례는 남양 외에도 많다. 2016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인해 전국민적 불매운동이 벌어진 옥시는 매출 90%가 증발하며 대형마트에서도 퇴출당하는 수모를 겪었고, 제빵공장에서 벌어진 산재 사건이 계기가 되어 발생한 SPC 그룹 불매운동은 파리크라상과 베스킨라빈스, 던킨 같은 하위 브랜드 영업이익의 절반 가까이가 증발하는 여파를 냈다. 불매운동 초기엔 극성 네티즌 일부가 과잉 대표되는 것 아니냔 의심 어린 시선도 많았으나, 국내에서 불매운동은 확실한 효과를 내는 소비자운동 혹은 시민운동으로 자리를 잡았단 얘기다.

문제는 이들 기업과 달리 유니클로는 뾰족한 실책이 있어 불매운동을 당한 게 아니었다는 점이다. 2019년에 벌어진 노재팬 운동은 일본이 반도체 핵심 소재의 수출 절차를 강화하는 식으로 우리나라에게 불이익을 주자, 여기에 반발해 벌어진 반일(反日) 운동의 일종이다. 유니클로 오너 일가가 부적절한 처신으로 인해 시민들의 눈총을 받은 것도 아니고, 기업 차원에서 정의롭지 못한 행동을 한 것도 아니지만 일본 기업이라는 이유로 싸잡아 불매운동을 당했다. 당시에도 일본 기업이라는 점만으로 불매 운동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단 얘기가 나왔던 이유다.

그렇지만 실제 유니클로가 입은 타격은 지대했다. 2019년 기준 1조 3,781억원이던 유니클로 한국법인 매출은 이듬해인 2020년 6,298억원으로 54% 폭락했다. 공교롭게도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와 겹치기도 했지만, 경쟁 브랜드라 할 수 있는 탑텐 매출은 같은 시기 28.7% 늘었고, 스파오는 매출을 엇비슷하게 유지했기에 유니클로가 정말 예외적 사례다. 그러던 유니클로가 다시 6년 전 매출을 회복했으니 ‘노재팬’ 운동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고 봐야 할까.

▶ 시장 2배 성장할 때, 옛 매출만 회복한 유니클로

동시기 국내 SPA 의류 브랜드 시장은 유니클로만 쏙 빼고 성장했다. 탑텐은 같은 기간 매출이 약 3배로 폭증했고, 스파오 역시 2배 정도로 늘었으며, 새로 시장에 진입한 메기 무신사스탠다드는 연간 매출 5천억원 정도를 차지하며 스파오를 제치고 국내 빅3 SPA 브랜드 대열에 올라섰다. 여전히 유니클로가 1위 자리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전체 시장 규모가 2배로 불어나는 상황에서 점유율을 늘리거나 매출을 늘리긴커녕 노재팬으로 잃어버린 매출 규모를 가까스로 회복한 데 그친 거다. 점유율 측면에서나 브랜드 가치 측면에선 국내 한정 역성장에 가깝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처음 유니클로를 찾지 않게 된 이들은 ‘정치적 이유’ 때문이었을지 몰라도, 한 번 옮겨간 이들이 애써 다시 유니클로를 찾을 이유도 그다지 없었기 때문이다. 소비자 행동학 분야의 연구들을 살펴보면, 원래 쓰던 브랜드에서 다른 브랜드로 옮겨간 이들은 통상 3년 정도의 적응 기간을 거치면 바뀐 브랜드에 정착하는 경향을 보인다. 공교롭게도 노재팬 불매 운동이 3년여 정도 지속됐으니, 원래 습관적으로 유니클로를 구매하던 이들이 다른 브랜드에 정착해서 그 브랜드 옷 위주로 구매하는 습관을 들이기에도 충분한 시간이 지나버린 것이다.

그러니 유니클로의 사례를 기업 한 곳의 불운한 부침으로만 읽어선 안 된다. 정파적으로 동원된 형태의 불매운동의 유효기간이 남양이나 옥시 사례와 같은 ‘자발적 불매운동’처럼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건 확인됐지만, 표적이 된 기업에서 이탈한 소비자들이 다른 브랜드에 적응할 정도의 기간만 유지된다면 거의 반영구적인 점유율 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첫 사례여서다. 단순히 몇 년 가지 않을 세몰이라고 무시할 게 아니라, 자칫하면 기업 한 곳이 문을 닫을 수도 있단 거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경우 뾰족한 타개책도 없다는 점이다. 경영 행태와 오너리스크가 문제가 됐던 남양은 오너 일가가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경영권을 매각하며, 회생의 기회라도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청와대 고위직이 ‘죽창가’를 소셜네트워크에 올리며 정파적 동원을 유도하고, 주요 언론에서도 연일 일본 브랜드 매장이 한산하게 비어있다는 걸 보도하며 간접적으로 불매운동을 지원한다면, 유니클로 같은 개별 기업이 대체 어떤 방식으로 대응을 해야 할까.

이번 유니클로의 매출 회복을 두고, 노재팬 운동은 결국 실패했더라며 비웃으면 기분은 좋을지 모르겠으나 실제 결과는 딴판이다. 유니클로는 불매운동으로 막대한 피해를 봤으며, 매출은 회복되었음에도 과거 점유율은 회복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현실이다. 지금은 남 일 같지만, 정파적 동원이 자국 기업을 향한다면 어떻게 될까. 노재팬 사례를 가벼이 넘기지 말아야 한다.

박한슬 약사·작가 hanseul1135@gmail.com

박한슬 약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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