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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박태웅의 디지털]그래서 데이터가 어디에 있어요?

행정안전부가 재난재해대응인공지능(AI)센터를 만든다고 하자. 그러면 이런 질문들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경기 북부에 시간당 100㎜ 폭우 예보, 한강 수위 경보 발령. 지금 당장 어디를 대피시키고 어떤 자원을 어디로 보내야 하나?”

[박태웅의 디지털]그래서 데이터가 어디에 있어요?

행정안전부가 재난재해대응인공지능(AI)센터를 만든다고 하자. 그러면 이런 질문들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경기 북부에 시간당 100㎜ 폭우 예보, 한강 수위 경보 발령. 지금 당장 어디를 대피시키고 어떤 자원을 어디로 보내야 하나?” AI가 기상·하천·교통·인구·자원 데이터를 동시에 결합해 즉시 대응 계획을 만들어 보여줄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복지 사각지대를 적극적으로 찾아내서, 신청하기 전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제적 복지서비스 플랫폼을 만든다고 하자. AI가 공공요금 6개월 연체, 건강보험 장기 미납, 고용보험 상실이 동시에 감지된 가구를 찾아서 복지사를 자동으로 연결해줄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부동산 이상징후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도시계획 의사결정을 데이터로 뒷받침해줄 부동산과 도시통합분석 AI 플랫폼을 구현한다고 하자. “강남구 아파트 시장에서 법인 매수 비중이 갑자기 높아지는 징후가 있는지 분석해줘”라고 주문하면 AI가 실거래 데이터와 법인 정보를 교차 분석해 이상 패턴을 보고해줄 것이다.

재난·복지 해결 꿈꾸는 AI의 미래

데이터 통합 없인 빛 좋은 개살구

‘데이터 카탈로그’ 등 표준화 시급

부서 간 배타적 업무 관행도 깨야

이런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선 뭐가 있어야 할까? 행안부부터 보자. 대강 이런 것들이 필요할 것이다.

기상 실시간 데이터(기상청), 전국 대피소 위치·수용 인원·시설 현황(행안부와 지자체), 도로망 및 실시간 교통 데이터(국토부), 과거 재난 이력 및 피해 기록(구조화된 형태)(행안부), 인구 분포 데이터, 읍면동 단위, 야간·주간 구분(통계청), 소방서·경찰서·군부대 위치 및 가용 자원 현황(소방청·경찰청·국방부), 하천 수위·댐 방류량 실시간 데이터(기후에너지환경부, 지자체, 한국수자원공사, 농림축산식품부).

저 데이터만 있으면 될까? 찾을 수 있고(Findable), 접근할 수 있고(Accessible), 서로 맞물리고(Interoperable), 다시 쓸 수 있어야(Reusable) 한다. 머릿글자를 따 FAIR라고 부른다.

찾을 수 있는가

있는 걸 알아야 쓸 수 있다. 데이터마다 고유한 이름표가 붙어 있고,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목록으로 정리돼 있어야 한다. 가령 하천 수위를 보자. 국가하천은 홍수통제소에, 지방하천은 시도에, 소하천은 시군구 계측시스템에 흩어져 있다. “우리 동네 위쪽 하천 수위가 어디에 있는가”를 답해주는 목록이 없다면 그 데이터는 없는 데이터다.

접근할 수 있는가

표준화된 방식(API)으로, 권한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사람이 손을 대지 않아도 ‘기계가 자동으로’ 받아올 수 있어야 한다. 기상청 데이터는 15분마다 갱신되는데 담당자가 그때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엑셀을 내려받아야 한다면 이건 사실상 못 쓴다. 프로그램 간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해주는 API가 필수다. AI 시대에는 MCP도 필수가 된다.

서로 맞물리는가

예를 들어 대피소 위치는 옛 좌표계(Bessel·중부원점)로, 도로망은 세계표준 좌표계(WGS84)로 돼 있으면 같은 장소가 지도에서 수백m 어긋난다.

다시 쓸 수 있는가

데이터에 출처, 측정 방법, 갱신 시각, 이용 조건이 붙어 있어야 다른 목적에도 믿고 쓸 수 있다.

API, MCP, 데이터 카탈로그가 핵심이다

재난대응센터의 본질은 서로 다른 기관의 데이터를 몇분 안에 하나로 합쳐 판단하는 일이다. 새벽 3시에 처음 보는 담당자가, AI가, 물어볼 사람 없이 그 데이터를 쓸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가 어디에,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가를 모아놓은 게 데이터 카탈로그다. 그 데이터에 식별자를 붙이고, API와 MCP를 열고, 좌표계와 행정구역 코드와 시각 표기를 맞추고, 출처와 신뢰도를 기록하는 일이 재난대응센터 구축의 진짜 일이다. 그러니까 데이터 카탈로그를 만드는 일, 표준API와 표준MCP를 갖추는 게 모든 일의 출발점이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한 가지. 부처 간 사일로를 깨트려야 한다. 지금은 예산과 성과지표가 부처별로 분리돼 있어, 협업의 동기가 없다. 데이터를 공유하면 비용은 내가 내는데 성과는 상대 부처가 가져가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보호법 해석이 부처마다 달라 공유를 하면 법적 책임을 걱정하게 된다. 보안등급분류도 부처마다 다르다. AI로 혁신한다는 건 곧 이런 일들을 한다는 것이다. 아주 지루하고 빛이 나지도 않지만, 이 작업을 하지 않으면 AI는 빛 좋은 개살구가 돼버린다.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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