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의 인공지능(AI) 모델 '클로드 미토스'를 둘러싼 보안 우려가 확산되면서 보안 패러다임 전환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이진호 기자] 앤트로픽의 인공지능(AI) 모델 '클로드 미토스'가 촉발한 보안 우려가 정부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취약점 탐지부터 공격 코드 생성까지 수행하는 AI가 등장하면서 대응 전략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토스는 지난 7일 '프로젝트 글래스윙(Project Glasswing)' 이니셔티브를 통해 12개 빅테크와 40여개 주요 기업에 프리뷰(미리보기) 형태로 공개됐다. 미토스는 높은 보안성으로 유명한 OpenBSD의 27년 된 버그를 찾아내는 등 기존 AI 모델에 비해 보안 취약점 발견과 공격 수행에서 탁월한 성능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클라우드보안연합(CSA)이 최근 내놓은 '미토스 레디' 보고서에 따르면 취약점이 발견된 이후 공격에 악용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2018년 2.3년에서 2026년 20시간으로 크게 줄었다. AI를 활용한 공격 속도가 빨라지면서 사람의 대응 속도로는 이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게 CSA의 진단이다.
보고서는 특히 "앤트로픽의 미토스 프리뷰는 모든 주요 운영체제와 브라우저의 치명적 취약점을 자율적으로 찾아내고, 인간의 개입 없이 동작하는 공격 코드를 생성한다"며 "이는 기존 어떤 기술보다도 빠른 속도와 대규모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실제 앤트로픽이 모질라 재단의 파이어폭스 147 자바스크립트 엔진을 대상으로 자사 AI 모델인 클로드 오퍼스 4.6과 미토스를 각각 활용해 취약점 침해를 시도한 결과, 미토스는 181번이나 성공한 반면 오퍼스 4.6은 단 두 번만 성공했다.
◆ "국가 차원 대응 체계 시급"…거버넌스 재설계 요구
미토스의 압도적인 취약점 탐지·침해 성능이 확인되면서 한국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금융위원회는 긴급 현안점검회의를 열고 주요 기업과 보안 정책 강화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국가AI전략위원회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를 안보 역량 강화 차원으로 격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경고를 내리는 수준을 넘어 취약점 정보 공유와 대응 절차를 표준화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존과 다른 AI 보안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보안 거버넌스 전반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명예교수는 "이번 사안은 보안에서 일종의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기존에는 취약점 패치에 수개월의 시간이 있었지만 이제는 하루 이내로 줄어들 수 있어 빠른 패치를 위한 거버넌스 재설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염 교수는 "취약점에 대한 완전한 보안 패치가 이뤄지는 시간을 얼마나 빨리 앞당기느냐가 관건"이라며 "국가 차원의 구조화된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도 대응 방식 자체의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황 교수는 "새로운 AI가 등장할 때마다 개별 대응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며 "접근 권한 최소화, 사용 이력 감사, 사고 보고 체계 등 국가 차원의 대응 아키텍처를 미리 구축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취약점 탐지부터 공격 코드 생성까지 수행하는 클로드 미토스의 등장으로 대응 전략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 셔터스톡]
◆ "AI로 AI 막는다"…자동화 방어 체계 전환·기초 점검 병행해야
기술적 대응 역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단순히 기존 체계를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AI 기반 공격에 맞서는 '자동화 방어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앞으로는 보안 패러다임을 수동 점검에서 자동화 방어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며 "AI 기반 탐지·판단·대응이 이어지는 자동화 파이프라인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기술 격차 문제도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정 집단에만 높은 성능의 AI 모델이 제공될 경우 보안 역량 비대칭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윤두식 이로운앤컴퍼니 대표는 "특정 집단에만 가드레일이 없는 미토스가 제공될 경우, 그 안에 들어가지 못한 국가나 조직은 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이어 "현실적으로는 취약점이 나와도 (정부나 기관이) 패치를 못 하는 환경이 많다"며 "OS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미적용, 자산 관리 부재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직이 보유한 IT 자산과 취약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앤트로픽은 지난 16일 미토스 대비 일부 성능을 낮춘 오퍼스 4.7을 공개했다. 앤트로픽은 블로그를 통해 "오퍼스 4.7의 사이버 보안 역량은 미토스 프리뷰에 미치지 못하도록 설계됐으며, 훈련 과정에서 해당 기능을 축소하는 실험도 병행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오픈AI도 보안 취약점 탐지에 최적화한 'GPT-5.4-사이버' 모델을 선보였다. 앤트로픽과 마찬가지로 일부 전문가들에게만 GPT-5.4-사이버를 우선 제공하면서 안전장치를 뒀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고성능 AI의 보안 리스크를 의식한 '속도 조절'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앤트로픽과 오픈AI 모두 자사 모델이 악용됐을 때의 파급 효과를 잘 알지 않겠냐"며 "두 회사 모두 정식 버전 공개 범위를 놓고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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