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자·지식인 아닌 ‘괴짜’ 이야기…“바보들이 세상을 이끈다”
웃음 뒤 묵직한 질문…어지러운 세상에 필요한 엉뚱함
세상을 바꾸는 평범한 믿음…11월15일까지 트라이아웃 공연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사람들은 정답을 찾는다. 누가 더 똑똑한지, 더 큰 권력을 가졌는지, 세상을 이끌어야 하는지 따진다. 하지만 정말 세상을 바꾸는 사람은 모두가 인정하는 똑똑한 사람이겠느냐는 의문이 든다. 때로는 엉뚱하고 어리석어 보이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가 변화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대표이자 뮤지컬 ‘마제스티’의 프로듀서 겸 배우로 참여하는 김수로는 바로 이 지점에 주목했다. 그는 30일 서울 NOL 씨어터 대학로 우리카드홀에서 진행된 ‘마제스티’ 프레스콜에서 시대가 변해도 사라지지 않는 주제를 작품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지금 우리 사회에도 필요한 이야기라고 판단, 이를 한국 창작 뮤지컬이자 회사 창립 10주년 기념 첫 대극장 이야기로 무대에 올렸다고 전했다.
‘마제스티’는 19세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스스로 자신을 ‘황제’라고 칭한 조슈아 에이브러햄 노턴의 실화를 바탕으로, 세상이 정해 놓은 기준에서 벗어난 ‘괴짜’가 오히려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근엄한 목소리로 정답을 가르치는 대신 엉뚱하고 능청스러운 모습으로 2세기가 지난 현대에도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괴짜’의 등장
김수로가 ‘마제스티’에서 발견한 주제는 과거에만 머물지 않는다. 현재까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가짜 뉴스 ▲혐오·차별 ▲권력의 욕망 등이 오히려 지금의 세상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수많은 정보와 기준의 틀에서 벗어나면 쉽게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달려가는 것이 반드시 옳은 일은 아니다. 남들이 보기에 어리석은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길을 여는 용기가 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마제스티’가 주목하는 역설이다. 작품은 세상을 제대로 이끌기 위해서는 반드시 근엄하고 똑똑한 모습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김수로가 창작 뮤지컬을 바라보는 관점과도 연결된다. 그는 “‘바보’들이 세상을 이끌어 간다”라며 “인지도가 없고 스토리가 중요하지 않은 인물로부터 뭔가 와닿았을 때 사회 변화를 관통하는 부분이 있다. 관객이 재밌게 봐준다면 사회에도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식사하거나 맥주 한 잔을 마시면서 각자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유에서 김수로는 지금 우리 사회가 공감할 만한 새로운 인물을 찾아 관객에게 소개하는 것이 목표다. 그에게 창작 뮤지컬은 동시대의 질문을 무대 위에서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이다.
앞으로도 그가 제작하는 작품 속에 한국적인 ‘괴짜’들의 이야기를 녹일 계획이다. 김수로는 “작품 속 인물로 훌륭한 열사나 시인, 대통령, 학자들의 이야기에 끌릴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도 훌륭한 ‘괴짜’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꺼내도 관객과 사회가 만나는 지점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 지원사업 창작 뮤지컬을 향한 소신
‘마제스티’는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예술경영지원센터 주최로 진행하는 ‘2026 대형 뮤지컬 낭독·시범공연 지원사업’ 선정작으로, 이번 공연은 트라이아웃으로 진행된다.
김수로는 작품의 가능성을 믿는 만큼 2028년을 목표로 정식 대극장 무대에 올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나아가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및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 진출의 꿈도 키우고 있다.
다만 지원사업의 결과에만 기대어 공연을 준비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지원사업은 창작자와 제작사에 큰 도움이 되지만, 선정 여부에 따라 작품의 진행이 지나치게 늦어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물론 자본이 충분하지 않은 제작사 입장에서 지원사업은 매우 중요한 기회다.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어도 제작비를 마련하기 어려운 창작자에게는 작품을 세상에 선보일 수 있는 발판이 된다.
김수로는 지원사업 자체의 중요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원받은 작품이라면 그 기회를 더욱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세계 무대에서 한국 창작 뮤지컬의 가능성을 보여 준 사례라는 점에도 주목했다. 한 작품의 성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작품이 그 뒤를 이어 세계 관객과 만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지원사업에 선정된 팀은 태극기를 달고 공연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한다”라며 “좋은 프로듀서들이 계속 지원사업을 받고, 좋은 작품을 더 좋은 작품으로 만들어 세상에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대표라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김수로가 말하는 태극기는 단순한 상징이 아니다. 공공의 지원을 받아 탄생한 작품인 만큼 더 좋은 공연을 만들고, 한국 뮤지컬의 가능성을 보여 주겠다는 책임감에 가깝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작은 변화의 목소리 ‘마제스티’에는 ▲‘노턴’ 역 엄기준·박재윤 ▲‘아서’ 역 박정원·김우석 ▲‘마르타’ 역 이정화·허윤슬 ▲‘킬리언’ 양승리·우재하 ▲‘모드레드’ 역 강성진 ▲‘갤러해드’ 역 김수로 등이 출연한다. 공연은 11월 15일까지 NOL 씨어터 대학로 우리카드홀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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