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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래에셋생명, '버크셔 실험' 본격화…박현주 회장의 20년 실험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은 전날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에... 포트폴리오 확장…호주에서 AI 반도체까지 투자 포트폴리오는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호주...

미래에셋생명, '버크셔 실험' 본격화…박현주 회장의 20년 실험

보험료 운용 방식 전환…채권 중심에서 투자 중심으로

리벨리온 투자 단행…보험자금, AI 반도체로 첫 투입

대체투자 20%대 확대…수익성 강화 속 건전성·규제는 변수

미래에셋생명이 ‘한국형 버크셔 해서웨이’ 실험을 본격화한다. 사진제공=미래에셋생명

[오피니언뉴스=강혜린 기자] 미래에셋생명이 ‘한국형 버크셔 해서웨이’ 실험에 나섰다. 기존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채권 등 안전자산에 운용해 안정성을 중시해왔다면, 미래에셋생명은 고위험·고성장 테크 투자로 수익 구조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은 전날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에 대한 투자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보험 본연의 사업과 자기자본투자(PI)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한국형 버크셔 해서웨이’ 모델을 핵심 전략으로 선포한 것이다.

그동안 미래에셋생명은 변액보험 중심으로 보험과 투자를 결합하는 전략을 추진해왔다. 김재식 미래에셋생명 부회장은 “보험 본연의 사업과 투자 시너지를 통해 한국형 버크셔 모델을 완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단순 운용 수익을 넘어 투자 자체를 성장 축으로 삼겠다는 선언이다.

변액보험은 보험과 투자를 결합한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납입 보험료 중 위험보험료·사업비를 제외한 저축보험료를 별도 분리계정(특별계정)에 적립해 펀드나 유가증권에 투자하는 구조다.

투자 실적에 따라 사망보험금·만기환급금·해지환급금이 변동되며, 기본보험금(최저보장) 외 변동보험금은 시장 성과에 연동된다. 지난 2001년 국내 도입 이후 미래에셋생명은 자산운용 역량을 활용해 변액보험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버크셔 모델’과 닮은 점, 다른 점

버크셔 해서웨이는 워런 버핏이 이끄는 미국의 대표적 투자 지주회사로, 보험 사업에서 발생한 자금을 장기 투자에 활용하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냈다.

보험사들이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실제 보험금 지급 전까지 투자해 수익을 내는 구조가 핵심이다. 버핏은 보험료를 저비용 자금원으로 삼아 코카콜라, 애플, GEICO 등 우량 기업 주식이나 완전자회사를 장기 보유하며 복리 효과를 극대화했다.

미래에셋생명은 이 같은 구조를 바탕으로 ‘한국형 버크셔 해서웨이’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두 모델은 겉보기와 달리 차이도 뚜렷하다.

버크셔는 손해보험을 기반으로 비교적 낮은 비용의 자금을 확보한 뒤, 이를 장기 투자에 활용하는 구조다. 반면 생명보험사는 고객이 낸 보험료 상당 부분이 변액보험 등으로 운용되며, 그 수익이 고객에게 돌아가는 성격이 강하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최고경영자 워런 버핏. 사진=연합뉴스

버크셔는 보험으로 확보한 자금을 투자해 얻은 수익을 대부분 회사가 가져가는 구조인 반면 생보사는 변액보험 비중이 높아 투자 성과 상당 부분이 고객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때문에 같은 보험 자금을 활용하더라도 미래에셋생명은 버크셔처럼 투자 수익을 온전히 회사 이익으로 쌓기 어렵다.

투자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다. 버크셔가 소수 기업에 장기간 집중 투자하는 전략을 택하는 것과 달리, 미래에셋생명은 해외 부동산과 인프라, 테크 기업 등에 분산 투자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생명은 버크셔 모델은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자산운용 기능을 강화한 보험사 모델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포트폴리오 확장…호주에서 AI 반도체까지

투자 포트폴리오는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호주 시드니 ‘포시즌스 호텔’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 2013년 약 3800억원을 투입했다. 현재는 인허가와 분양 절차를 앞두고 있다. 시장에서는 최대 1조5000억~2조원 수준의 차익 가능성이 거론된다.

여기에 이번 리벨리온 투자가 더해졌다. AI 반도체는 변동성이 큰 대신 성장 잠재력이 높은 영역으로, 보험사가 직접 투자에 나선 것은 상징성이 크다. 단순 금융 투자에서 벗어나 기술 산업의 성장성에 베팅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생명은 향후 미국 등 글로벌 테크 기업으로 투자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기대할 수 있는 부동산과, 고성장을 노리는 테크 투자를 병행하는 ‘바벨 전략’에 가까운 포트폴리오다.

실적에서도 독보적인 비즈니스모델의 성과가 나타났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 연결 세전이익은 전년 대비 61.4% 증가한 1987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투자이익은 39억원에서 867억원으로 급증했다. 기존 보험사들의 보험영업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투자 수익 비중을 확대한 것이다.

지급여력비율(K-ICS)은 177.9%로 업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어, 공격적인 투자 확대를 뒷받침할 자본 여력은 확보한 상태라는 설명이다.

다만 이 전략은 필연적으로 리스크를 동반한다. 특히 AI 반도체와 같은 테크 투자는 시장 변동성이 크고, 투자 회수 기간도 길다. 향후 기업가치 조정이나 상장 실패 등 이벤트가 발생할 경우 평가손이 자본 건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생명보험 특성상 장기 부채를 관리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금리 변동에 따른 자산·부채 듀레이션 불일치가 커질 경우 K-ICS 비율이 빠르게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 역시 대체투자 확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자산건전성 점검과 내부통제 강화 기조 속에서, 보험사의 자기자본투자(PI) 비중을 둘러싼 규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행보는 경쟁사들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등 주요 생보사들은 여전히 자산부채관리(ALM) 중심의 보수적 운용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대체투자 비중 역시 10% 안팎에 머무는 수준이다.

반면 미래에셋생명은 20% 이상의 대체투자 비중과 적극적인 PI 확대를 통해 ‘보험사+운용사’ 모델로 이동하고 있다.

‘버크셔 실험’, 보험사 새로운 모델 될 수 있을까

결국 관건은 지속 가능성이다. 투자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와 보상 체계가 장기 성과 중심으로 설계되지 않을 경우, 단기 수익 추구로 전략이 흔들릴 수 있다. 그룹 차원의 투자와 생명보험사의 역할이 어떻게 구분될지도 중요한 변수다.

보험사가 어디까지 투자 주체가 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성공할 경우 보험업은 ‘자산 운용 산업’으로 한 단계 확장될 수 있다. 반대로 실패할 경우, 이는 규제 강화와 투자 제한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번 전략은 보험업계의 구조적 위기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저출생·고령화로 보험 수요가 둔화되는 가운데, 전통적인 금리 기반 수익 모델만으로는 성장 한계가 뚜렷해지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이를 돌파하기 위해 보험료로 형성된 유보금을 적극적인 투자 재원으로 재해석했다.

미래에셋생명의 행보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강조해온 ‘투자 중심 금융’ 철학과 맞닿아 있다. 지난 2005년 SK생명(현 미래에셋생명)을 인수한 것 역시 보험자본을 투자 자금으로 활용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지난 2021년 박 회장은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변액보험을 하는 투자형 보험회사를 만들어 다른 영역을 개척해보고 싶었지만 국제회계기준(IFRS)등에 따른 자본 규제로 투자를 제대로 할 수 없었고 이런 꿈은 아직 못 펼치고 있다"면서 "버크셔 해서웨이처럼 생명에 자기자본으로 투자해서 하는 것은 할 수 없어서 아쉬웠는데 향후 3~4년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로부터 5년 후인 현재 미래에셋생명은 한국의 버크셔 해서웨이로 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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