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뜻의 양두구육은 장사꾼의 속임수를 경계하는 고사성어이다. 포털과 모바일 중심으로 뉴스 소비 환경이 바뀌면서 독자의 클릭을 얻기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기사의 내용보다 제목이 먼저 소비되고, 제목의 자극성이 조회수를 좌우하는 현실에서 일부 언론은 제목을 ‘클릭을 부르는 미끼’로 사용하고 있다.
최근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제재 내역은 이러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주요 일간지와 경제지들이 신문윤리실천요강 제10조 ‘편집지침’의 제목 원칙을 위반해 잇따라 무더기로 주의 조치를 받았다. 한 기사는 정부가 경제성 검토도 없이 호남지역 반도체 공장 건설을 압박했다는 인상을 주는 제목을 달았지만, 정작 본문에는 그 같은 내용이나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은 없었다. 검찰청 폐지, 북·중관계, 노동 교섭 등 민감한 정치·사회 현안을 다룬 기사에서도 본문이 뒷받침하지 못하는 표현을 제목에 내세운 사례들이 잇따랐다.
제목은 독자가 본문을 읽기 전에 접하는 첫 번째 정보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소비하는 시대에는 제목과 몇줄의 요약만 읽고 다음 기사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독자는 본문을 읽기도 전에 사건을 바라보는 틀을 형성하게 된다. 처음 접한 정보가 이후의 판단에 기준점으로 작용하는 현상인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가 발생한다. 제목에서 받아들여진 최초의 인식이 전체 사안의 관점을 지배한다. 더구나 오늘날 뉴스의 확산 방식은 이러한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포털 화면과 SNS를 통해 제목만으로 빠르게 퍼져나간다.
이러한 자극적인 제목달기의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클릭 경쟁이다. 조회수가 광고와 수익으로 연결되는 디지털 뉴스 시장에서 제목은 사실상 영업의 최전선이 됐다. 또한 정치적·사회적으로 갈등이 첨예한 이슈에서는 제목을 통해 특정 진영의 관점을 확산하려는 유혹이 작용하기도 한다. 제목은 독자에게 사건을 해석하는 방향을 제시하는 일종의 신호등이다. 특히 정치 기사에서 제목이 특정한 프레임을 씌우면 언론은 사실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론의 방향을 설정하는 역할까지 하게 된다. 그래서 사실에 없는 의미를 제목에 덧씌우는 것은 공론장을 심각하게 오염시킬 수 있다.
뉴욕타임스나 가디언 같은 세계적인 언론사들이 디지털 환경에서도 제목과 본문의 일치, 정확성과 신뢰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종이신문의 발행 부수는 줄고 광고시장은 위축됐다. 뉴스 소비의 중심은 포털과 모바일로 이동했다. 언론사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독자의 눈길을 붙잡아야 한다는 압박이 클 수밖에 없다.
그래도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될 원칙이 있다. 낚시성 제목은 당장의 클릭을 가져올 수 있지만 가장 소중한 자산, 곧 신뢰를 잃게 만든다. 뉴욕타임스나 가디언이 구독자를 늘리며 더욱 탄탄하고 안정적인 재무구조로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저력의 원천은 바로 독자들의 신뢰다.
제목은 본문으로 들어가는 문이면서 동시에 언론과 독자가 맺는 첫 번째 약속이다. 양의 머리를 걸어놓는 간판이 아니라, 내용을 정직하게 안내하는 표지판이어야 한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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