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이란 전쟁과 관련해 2주간 휴전이 발표되자 한 남성이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웠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군사 충돌을 일시 중단하는 휴전을 연장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미국인들은 대이란 전쟁에 대해 조금 들어봤거나 전혀 들어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반면 지구 남반구 국가들은 응답자의 10명 중 9명이 전쟁 상황을 상세히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전쟁 중인가요?”…벌어지는 일에 무관심한 미국
미국 외교정책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20일(현지시간)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미국 내에서 대이란 전쟁 반대 여론(60%)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반대 운동이나 적극적인 분노 표출이 적은 이유를 분석했다. 주요 원인은 ‘관심 부족’과 ‘상대적으로 적은 경제적 충격’이었다.
입소스가 102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미국인 응답자의 44%는 전쟁에 대해 “조금 알고 있다”고 답했다. 6%는 “전혀 모른다”고 응답했다.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전쟁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또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중 6명은 가장 염려하는 국내 문제로 ‘의료 접근권’을 꼽았다. 전쟁 여파가 아니었다.
반면 파키스탄·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케냐·나이지리아·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남반구 6개국 3754명을 대상으로 한 지오폴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9%가 전쟁 상황을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조금 들어봤다“는 사람은 11%에 불과했다. 들어본 적 없다고 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들 중 70%는 전쟁으로 인한 생활 물가 상승을 ”매우 우려한다”고 답했다.
◇에너지 대국 미국 vs 수입 의존 남반구…‘고통의 불평등’
이러한 온도차는 미국이 벌인 전쟁이지만 그 대가를 가난한 남반구 국가들이 더 많이 치르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포린폴리시는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및 천연가스 생산국이고, 인공지능(AI) 산업 호황으로 주식시장이 활황인 데다, 강달러의 혜택 등으로 경제적 여건이 좋은 상황에서 전쟁이 시작됐다”며 “반면 남반구 국가 대다수는 에너지 순 수입국인 데다 에너지 보조금을 지급할 재정 여력이 부족해 더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이란의 중재국 파키스탄은 에너지의 80%를 걸프 지역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최근 심각한 에너지난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파키스탄 정부는 주4일제를 도입하고 내각 각료의 급여 지급을 두 달간 중단하는 비상 대책을 내놨다. 또한 공무원 절반은 교통비 절감을 위해 재택근무에 돌입했고, 전국의 학교도 2주간 휴교에 들어갔다.
에너지의 95%를 수입하는 방글라데시는 취사용 연료로 쓰이는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이 50% 이상 급등하며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하루 4달러 남짓한 임금을 받고 일하는 봉제공장 의류 노동자의 생활고는 한계치에 다다랐다. 네팔도 연료비 상승에 반발한 운송업계의 파업으로 쌀과 채소 등 생필품 가격이 연쇄 폭등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가 높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필리핀은 지난 3월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베트남은 연료 절감을 위해 항공 노선 감축까지 단행했다.
전력의 90% 이상을 석유에 의존하는 남수단과 모리셔스 등 아프리카 국가들은 계속되는 정전으로 기업 활동마저 마비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하루 12시간씩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등 에너지 부족 사태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린폴리시는 “통화 가치가 약한 국가일수록 전쟁 비용을 더 많이 치르는 반면, 부유한 국가들은 예외 없이 피해를 덜 받는다”면서 “미국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상대적으로 전쟁의 영향에서 벗어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 기간이 길어질수록 미국인이 겪을 고통도 더 커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