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4년 임기를 시작하면서 “신중하고 유연한 통화정책 운영을 통해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을 도모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전쟁 중에 취임한 신 총재 앞에는 물가 상승 압박과 대내외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커진 경기 하방 압력이 모두 놓여있어 다음달 처음 결정한 통화정책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 지명자도 이날 상원 청문회에 나서는 만큼 각국의 ‘물가 판단’이 금융시장의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신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대내외 여건이 녹록지 않다”며 “중동 전쟁 이후 국제 유가 상승으로 물가 상방 압력과 경기 하방 압력이 동시에 증대됐고, 금융시장의 높은 변동성과 금융 불균형 누증 위험도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20세기 초 대공황과 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을 거치며 중앙은행은 물가와 성장의 안정을 도모하는 거시경제 운영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엔 금융안정이 중요한 책무로 더해졌다”며 중앙은행 역할을 강조했다.
신 총재는 특히 향후 4년간 중점을 두고 추진해 나갈 네 가지 과제 중 첫 번째로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들었다. 그는 “구조적 요인이 통화정책과 별개의 영역이 아니라 통화정책 운영의 중요한 일부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한은이 이러한 과제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와 정책 제언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당장 물가관리는 신 총재가 해결해야 할 첫번째 과제다. 현재 물가 수준은 높지 않지만, 지난달 환율·유가 상승으로 기대인플레이션은 2.7%로 5개월 만에 전월대비 상승(0.1%포인트)하면서 물가도 재차 꿈틀거리고 있다. 오는 23일 발표되는 4월 기대인플레이션도 상승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과 이란 전쟁 여파로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빠르게 올라갈 경우 오는 5월28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수정경제전망을 발표하는 한은의 판단도 바뀔 수 있다.
시장에선 한은의 금리동결을 유력하게 보지만, 반도체 수출 호조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제성장과 물가안정 중에선 물가안정에 무게를 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한 채권딜러는 “아직까진 물가 압력이 높다고 하긴 어려워 연내 금리동결이 유력해보인다”면서도 “1분기 경제성장률이 호조를 보일 수 있어 금리인상도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 연준 의장이 바뀌는 부분도 지켜볼 대목이다. 매파적 성향으로 분류되는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 지명자도 이날 밤 상원 청문회를 앞둔 만큼 청문회에 따라 글로벌 통화정책과 금융시장의 흐름도 바뀔 수 있다.
그는 이날 공개한 사전 모두발언에서 “연준의 독립성은 연준 스스로에 달려 있고, 의회는 연준에 물가 안정을 보장하라는 임무를 부여했다”며 “인플레이션은 선택의 문제이며, 연준은 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으로 연준 독립성이 위축될 것이란 견해를 일축하고 물가 안정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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