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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물가 꿈틀, 고환율’에 한은 ‘멈춤’…금리인하 기대 꺾였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사상 최대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중동발 국제유가 급등과 원·달러 환율 상승... 반도체 호조에 힘입어 수출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내수 회복은 여전히 더딘데다 수도권 부동산...

‘물가 꿈틀, 고환율’에 한은 ‘멈춤’…금리인하 기대 꺾였다

3월 물가 2.2%로 반등…유가·환율 상승에 인플레이션 우려 확대

경상수지 ‘사상 최대’ 흑자에도 수도권 부동산 불안 여전

가계대출 넉 달 만에 증가 전환, 주식 ‘빚투’ 확대까지 금융안정 부담 키워

전문가 “‘인하 고려 동결’에서 ‘인상 고려 동결’로 이동…매파적 동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이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현재의 2.50%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사상 최대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중동발 국제유가 급등과 원·달러 환율 상승, 다시 꿈틀대는 소비자물가가 금리인하 기대를 꺾으면서 시장에서는 '매파적 동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은은 10일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물가 상방 압력이 커진 만큼 인플레이션 흐름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호조에 힘입어 수출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내수 회복은 여전히 더딘데다 수도권 부동산 시장 불안과 가계부채 리스크도 남아 있어 '금융안정' 역시 함께 고려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내적으로는 물가 불안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로 전월(2월·2.0%)보다 높아졌다. 중동 전쟁 장기화 여파로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오르면서 석유류 가격 오름폭이 확대된 영향이다. 생활물가 상승률도 2.3%로 전월(1.8%)보다 커졌다. 4월 이후 소비자물가는 국제유가의 큰 폭 상승 영향에 오름폭이 확대될 전망이다.

2월 경상수지는 231억9000만달러 흑자로 '역대 1위'를 달성했다. 34개월 연속 흑자 흐름을 지속했다. 상품수지도 233억6000만달러 흑자로 35개월 연속 흑자 흐름을 이어갔다. 흑자 규모는 '사상 최대'를 달성했다.

3월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월대비 5000억원 늘며 넉 달 만에 증가 전환했다. 주택담보대출은 증가폭이 축소됐으나 기타대출은 신용대출 중심으로 증가 전환했다.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총 3조5000억원 늘어 전월(2조9000억원) 대비 증가폭이 확대됐다. 은행권 자체 주담대 증가규모가 전월대비 감소했음에도 기타대출과 2금융권 등의 영향으로 전월 대비 다소 증가했다.

대외적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동결했다. 하지만 시장은 전반적으로 매파적(hawkish) 결과로 받아들였다. 소수 의견이 1명에 불과하고 점도표에서 인플레이션 전망이 상향 조정된 데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물가에 대한 경계감을 재차 드러낸 영향이다. 특히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회의에서 언급됐다는 점도 긴축 경계 심리를 자극했다.

파월 의장은 중동 사태에 따른 유가 급등을 섣불리 일시적 충격으로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고 관세발 물가 압력이 실제로 꺾이는지 확인되기 전까지는 금리인하를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금리 전망은 조건부이며 연준이 기대한 인플레이션 진전이 나타나지 않으면 금리인하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연준이 여전히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끝내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금통위의 동결 결정은 무엇보다 '물가 안정'에 방점이 찍힌 결정으로 해석된다.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 상승 영향으로 석유류 가격 오름폭이 확대되면서 3월 소비자물가는 전월보다 높아졌다. 한은 역시 4월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3월 소비자물가는 석유류가격이 큰 폭 상승했지만 정부의 물가안정대책과 농축수산물 가격 하락 등으로 전월(2.0%)대비 소폭 확대된 2.2%로 나타냈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설 연휴 여행수요 증가로 일시 확대됐던 여행 관련 서비스가격의 오름폭이 다시 축소되면서 전월(2.3%)보다 낮아진 2.2%를 기록했다. 반면 생활물가 상승률은 2.3%로 전월(1.8%)대비 확대됐다.

한은은 2일 개최한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가격이 큰 폭 상승했으나 농축수산물가격이 하락했고 특히 석유류 최고가격제 등 정부의 물가안정대책에 크게 힘입어 전월대비 오름폭이 소폭 확대되는 데 그쳤다"고 평가했다. 다만 "4월 이후 소비자물가는 국제유가의 큰 폭 상승의 영향으로 오름폭이 확대되겠으나 식료품가격이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석유류 최고가격제 등 정부의 물가안정대책도 비용측 물가상방압력을 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통위의 이번 결정은 '금융안정'에도 중점을 둔 결정으로 풀이된다. 지난 2월 금통위 때와 비교하면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가 다소 둔화됐지만 서울 외곽과 경기 주요 지역에서는 여전히 높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불안 요인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이란 전쟁 휴전에도 원·달러 환율이 1400원 후반대를 유지하는 '고환율' 흐름이 계속되고 있어 금융안정에 보다 무게를 둘 필요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가계대출도 다시 증가세를 나타냈다. 3월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5000억원 늘며 4개월 만에 증가 전환했다. 주담대는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와 전세자금 수요 둔화 등에 증가폭이 축소됐지만 기타대출이 주식 투자 확대 등으로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늘어난 결과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26년 3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주택금융공사 정책모기지 양도분과 주택도시기금 이차보전 방식 정책대출을 포함한 3월 은행 가계대출은 5000억원 늘어 2월(-4000억원) 감소에서 증가로 돌아섰다.

한은은 설명회에서 "가계대출은 지난 몇 달간의 주택거래 흐름과 정부가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맞춰 금융권도 관리 기조를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어 당분간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다만 최근 수도권 주택시장 상황을 볼 때 향후 주담대 수요 압력이 증대될 수 있다는 점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가 둔화된 것이 2월 이후 아직 기간이 길지 않고 서울 외곽지역과 경기 주요지역에서는 여전히 높은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수도권 주택시장의 불안 요인이 여전한 상황으로 추세적 안정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개인들의 '빚투' 주식투자가 많이 늘고 있다. 기타대출에서 주식투자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이라며 "신용을 통한 주식투자가 늘어나면 주가 조정 시 하락폭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주식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어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금통위의 동결 결정은 경기 측면에서 기준금리를 서둘러 조정할 필요성이 다소 낮아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반도체 수출이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두며 경상수지와 상품수지가 모두 사상 최대 수준의 흑자를 기록하는 등 경기 모멘텀이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8일 발표한 '2026년 2월 국제수지(잠정)'에 의하면 2월 경상수지는 231억9000만달러 흑자로 나타났다. 역대 1위다(2위 2025년12월 187억달러 흑자, 3위 2025년 9월 142억2000만달러 흑자). 아울러 34개월 연속 흑자 흐름을 지속했다.

상품수지는 233억6000만달러 흑자로 35개월 연속 흑자를 지속했다. 흑자폭은 전월(151억7000만달러 흑자), 전년동월(89억8000만달러 흑자) 대비 커졌다. 흑자규모는 '사상 최대'를 달성했다(역대 2위 2025년 12월 188억5000만달러 흑자, 3위 2025년 9월 154억3000만달러 흑자).

한은은 '2026년 2월 국제수지(잠정)' 설명회에서 "2026년 2월 경상수지는 231억9000만달러 흑자로 월간으로 사상 처음 200억달러를 상회하며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며 "2월 조업일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수출이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두면서 상품수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어 "상품 수출은 승용차, 기계류, 정밀기기 등 비IT 품목이 조업일수 감소로 줄었으나 IT 품목이 반도체와 정보통신기기를 중심으로 호조를 이어가며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다"며 "상품 수입은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이전이었던 2월 중 에너지 가격은 하락했지만 자본재와 소비재가 크게 늘며 4개월 연속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또 "3월 역시 통관 기준으로 반도체 호조가 지속되고 있어 2월을 웃도는 경상수지 규모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4월 이후에는 국제 정세 불안 등이 국제유가와 우리나라 수입 등에 어떻게 반영될지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전문가들은 이번 동결을 단순한 관망이 아니라 보다 매파적인 성격의 동결로 해석하고 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한양대학교 겸임교수)은 "물가 상승 우려가 이어지고 고환율이 지속되면서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라며 "다만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하고 최근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일시적인지, 중장기적인지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는 점에서 한은은 4월 물가 지표 확인 전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기에는 부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주요국 중앙은행들 역시 비슷한 이유로 금리 조정에 나서지 않았다. 3월 물가 상승만으로 향후 물가 경로를 단정하기 어려운 만큼 현 단계에서 금리인상을 서두르기보다 인플레이션 흐름을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금통위원들은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라고 부연했다.

김광석 실장은 "그동안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는 '언제 인하로 전환할 것인가'를 염두에 둔 동결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지고 있다. 앞으로의 동결은 '언제 인상 필요성이 커질 것인가'를 함께 점검하는 성격으로 바뀌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기존 '금리인하를 고려한 동결'에서 이제는 '금리인상을 고려한 동결'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표현하자면 이번 동결은 '비둘기파적 동결'이 아닌 '매파적 동결'의 성격이 한층 강해졌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라고 강조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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