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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문화칼럼]이기상 교수의 생명학 의미를 생각하며

‘글로벌생명학 선언 1주년’을 기념하여 열리는 자리로, 한맥논단이 주최하는 북콘서트와 좌담회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행사는 2026년 3월 27일 서울 삼청동 라플란드 드 카페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에 참석하게 된 계기는 개인적인 인연에서 비롯되었다.

[문화칼럼]이기상 교수의 생명학 의미를 생각하며

이강일 교수

‘글로벌생명학 선언 1주년’을 기념하여 열리는 자리로, 한맥논단이 주최하는 북콘서트와 좌담회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행사는 2026년 3월 27일 서울 삼청동 라플란드 드 카페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에 참석하게 된 계기는 개인적인 인연에서 비롯되었다. 나의 친구인 제이엠바이오 민경갑 대표와 한맥논단 대표 나영철 박사와의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 자리에 초대받게 되었다. 이러한 인연은 단순한 친분을 넘어, 학문적·철학적 교류로 이어지는 의미 있는 연결고리였다.

개인적으로 이 카페공간은 과거에도 한 차례 전 MIT 미학전공 홍가이교수님 북콘서트에 참여했던 기억이 있는 장소로, 다시 찾게 된 것만으로도 남다른 감회를 느끼게 했다. 이번 북콘서트는 이기상 교수의 신간 『인공지능 시대와 철학의 쓸모』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이기상 교수는 마르틴 하이데거 철학을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한 대표적인 학자로, 오랜 기간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해 온 한국 철학계의 중요한 인물이다.

수년 전 그는 김지하 시인과 함께 생태 문제를 중심으로 한 사회적 실천을 모색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두 분 모두 건강이 좋지 않았고, 결국 김지하 선생은 별세하였으며, 이기상 교수 역시 오랜 투병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후 건강을 회복한 그는, 그때 미처 이어가지 못했던 생태 운동의 맥을 다시 잇고자 하는 의지를 담아 이번 모임을 준비하였다. 따라서 이번 행사는 단순한 북콘서트를 넘어, 생태적 사유의 재출발을 알리는 자리이기도 했다. 동시에 그동안 준비해온 AI 시대의 철학적 사유를 담은 저서를 세상에 알리는 의미도 함께 지니고 있었다. 참석자들 또한 생태 문제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중심이었으며 특히 제주, 부산 등 전국적으로 생태운동에 오랫동안 참여했던 다양한 분야의 중요한 인사들이었으며 나름대로 철두철미한 철학과 실천의 내공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었다. 패널로는 나와 심광섭 교수, 홍덕희 작가가 참여하여 각자의 관점에서 의견을 나누었다.

나는 패널 발언을 통해 생태 문제의 해법을 우리의 전통 사상에서 찾을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그것이 바로 ‘홍익인간’ 정신이다. 홍익인간의 핵심은 공생(共生)과 공영(共榮)에 있다. 공생은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 더 나아가 모든 생명 존재가 함께 살아가는 생태적 원리를 의미한다. 그리고 공영은 그러한 공생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조화로운 발전과 번영을 뜻한다. 이때의 발전은 단순한 성장이나 확장이 아니라, 창조성과 연결된 문화적 결실을 의미한다. 이는 파괴적 경쟁이 아니라 서로의 번영을 지향하는 문화적 가치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기상 교수는 하이데거 연구자로서 이러한 문제를 존재론적 깊이에서 탐구해 왔다. 하이데거는 근대 이후 철학이 ‘존재망각’의 역사 속에 놓여 있다고 비판하였다. 즉, 인식과 지식에 치중한 나머지,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는 인간을 ‘존재의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로 보았으며, 특히 후기 사유에서는 예술을 통해 존재가 드러나는 ‘존재 사건’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예술가는 단순한 창작자가 아니라, 존재를 드러내는 중요한 매개자로 이해된다. 나 역시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우리가 먼저 생태적 존재로 자리매김해야만 그 위에서 진정한 문화와 예술이 꽃필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즉, 생태적 토대 없이 이루어지는 문화는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공생의 기반 위에서만 창조적 문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AI시대에 접어들면서 인간의 역할은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인식과 계산의 영역은 점차 AI가 담당하게 되지만, 인간은 그 위에서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로 남는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의 근간은 결국 생태적 안정성과 조화 속에서 형성된다. 따라서 생태 문제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가치에 앞서는 근본적인 과제라 할 수 있다. 이번 모임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깊이 있게 공유할 수 있었던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었으며, 앞으로 더 많은 사유와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철학적·실천적 운동은 이제 우리 지역, 즉 당진 땅에도 뿌리내려야 할 필요가 있다. 당진은 오랫동안 농경문화의 전통이 깊게 자리해 온 곳으로,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삶의 방식이 지역 정체성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특히 기지시 줄다리기와 같은 문화유산은 공동체의 단결과 풍요를 기원하는 상징적 행위로서, 그 안에는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려는 철학적 정신이 스며 있다. 이러한 전통의 저변에는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 함께 살아가려는 공존의 사유가 흐르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급격한 산업화와 인공 구조물의 확장 속에서 생태 파괴의 현실 또한 부정할 수 없다. 당진 역시 그러한 전형적인 변화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는 도시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AI 시대의 새로운 과제가 제기된다. 기술과 인간, 그리고 생태가 어떻게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지혜가 요구되는 것이다. 우리는 마르틴 하이데거가 말한 ‘존재의 의미’를 다시 성찰해야 하며, 인간이 단순한 생산과 소비의 주체가 아니라 존재의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임을 자각해야 한다.이러한 맥락에서 이기상 교수가 지니고 있는 문제의식은 단순한 학문적 탐구를 넘어, 시대적 요청에 대한 응답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사유는 하이데거 철학과 횔덜린의 시적 세계를 통해 오늘날의 생태 문제를 다시 사유하고 그것을 새로운 실천으로 이어가고자 하는 의지를 담고 있다. 지금 우리는 그 뜻을 단순히 이해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자리—특히 당진과 같은 구체적인 지역—에서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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