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전남광주 휴·폐업 기록 647건
철거·토양 정화 비용 부담에 방치
"토양오염시 정화비용 최대 5억원"
토양오염 조사하나...전수조사 한계
28일 오후 찾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신안동 한 폐주유소 펜스 앞에는 쓰레기가 쌓여 있는 등 오랫동안 방치된 모습이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서 주유소 휴·폐업이 잇따르는 가운데 막대한 철거·토양 정화 비용 탓에 영업을 멈춘 주유시설이 도심 곳곳에 남아 경관 훼손과 환경오염 우려를 낳고 있다.
28일 찾은 광주특별시 북구 신안동 한 폐주유소. 한때 차량이 드나들던 부지에는 그물망 펜스가 허술하게 쳐져 있었고 주유기 앞으로는 ‘매매’ 현수막이 걸렸다. 펜스 앞 쓰레기통에는 일회용 컵과 페트병이 넘쳐났으며 안쪽 바닥 틈새에는 잡초가 자랐다. 오랫동안 방치돼 있어 인도와 맞닿은 공간에는 승용차 여러 대가 줄지어 서 있어 사실상 주차장처럼 쓰이고 있었다.
펜스 너머에는 영업을 멈춘 주유기와 ‘정품·정량 난방유 배달’ 현수막, 기둥에 붙은 ‘주유 중 엔진 정지’ 안내문도 그대로 있지만 쓰레기와 잡초가 뒤섞인 현장에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인근 직장에 다니는 최모(42)씨는 “제 기억으로는 꽤 오랫동안 방치돼 있었는데 지날 때마다 왜 주유기를 치우지 않는지 궁금했다. 사람들이 오고가면서 쓰레기까지 버리고 가 주변이 지저분해 보인다”며 “주유소가 몇년째 철거되지 않고 있으니 도시 미관에도 안 좋고 또 혹시 모를 화재나 오염 걱정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산업통상부 ‘전국 주유소 등록현황’에 따르면 해당 주유소는 2017년과 2022년 휴업 기록을 남긴 뒤 2024년 11월 폐업했다. 휴업을 거쳐 끝내 문을 닫았지만 폐업한 지 1년 10개월 가까이 지난 지금도 주유기와 지붕 등 시설은 철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28일 오후 찾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신안동 한 폐주유소가 사실상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동일 자료를 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광주특별시 주유소 휴·폐업 기록은 모두 647건이다. 광주는 휴업 92건·폐업 79건 등 171건, 전남은 휴업 315건·폐업 161건 등 476건이었다. 지난해에만 광주 11건(휴업 9건·폐업 2건), 전남 52건(휴업 38건·폐업 14건)이 기록됐다.
영업난으로 문을 닫은 뒤에도 시설 철거와 부지 매각이 쉽지 않아 휴업이 길어지는 경우가 있다. 또 새 운영자가 영업을 재개했다가 다시 휴업하면 같은 주유소의 휴업 기록이 여러 해에 걸쳐 집계되기도 한다. 신안동 폐업 주유소 외에도 여수와 해남 모 주유소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휴업 기록에 이름을 올렸다.
이같은 반복된 휴업 신고와 방치된 폐주유소 배경에는 문을 닫은 뒤 부지를 처분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주유소 외 다른 용도로 활용하려는 매수자가 나타나더라도 주유기와 배관, 지하 저장시설을 정리해야 하며 반드시 토양오염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토양오염이 확인되면 조사와 정화 비용까지 더해진다. 영업난으로 폐업을 택한 업주가 수억 원에 이르는 시설 정리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김용덕 한국주유소협회 전남지회장은 “주유소마다 다르지만 오염이 심한 곳은 땅을 다 갈아엎어야 한다. 이 경우에는 많으면 5억원까지 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용하지 않는 저장탱크에 기름이 남아 있으면 유증기가 발생할 수 있어 예전에는 탱크를 파내기 어려울 때 모래를 채우기도 했지만, 큰 탱크는 모래를 채우는 데에도 또 수천만원의 돈이 든다. 영업난으로 폐업한 업주가 그만한 돈을 들여 부지를 정리하기 못해 방치괸 휴·폐업 주유소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방치되거나 노후한 주유소 토양 상태를 살피기 위해 광주특별시는 매년 토양오염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광주특별시 시·구·군에서 노후·방치 주유소에서 채취한 시료의 분석을 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올해 초 기준 의뢰된 노후방치주유소 조사 대상은 광주 6곳, 전남 21곳이다. 실태조사에서 오염 기준치를 넘으면 정밀조사를 진행하고 정밀조사에서도 기준치를 초과하면 정화 명령이 내려진다. 다만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대상지를 선정해 조사하는 방식이어서 오래전 폐업한 주유소까지 매년 살피기는 어렵다.
광주특별시 관계자는 “조사할 수 있는 전체 지점 수가 정해져 있고, 해마다 기후부 중점 조사 대상도 달라진다”며 “주유소별 현황을 관리하고 조사 지점을 선정하는 것은 자치구의 몫이다. 장기간 방치된 주유소를 매년 조사 대상에 추가하는 문제는 자치구별 현황을 살펴보고 구와 협의해 진행하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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