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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무대 위 흘리는 땀의 정직함, 잔나비 콘서트가 보여준 것 [스타:라이트]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에서 노래하던 발라드 콘서트는 마치 신기루처럼 하루 만에 자취를 감췄다. 1만여 명이 모인 공간은 짜릿한 밴드 사운드, 공연장 천장을 찌를 듯한 펄펄 끓는 열기와 함성으로 팽창했다.

그룹사운드 잔나비 /사진=페포니뮤직 제공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에서 노래하던 발라드 콘서트는 마치 신기루처럼 하루 만에 자취를 감췄다. 1만여 명이 모인 공간은 짜릿한 밴드 사운드, 공연장 천장을 찌를 듯한 펄펄 끓는 열기와 함성으로 팽창했다. 열정 가득한 마음을 정직하게 보여주듯 무대 위 아티스트와 그 아래 관객 모두 연신 땀을 흘렸다. 그룹사운드 잔나비(최정훈, 김도형)가 이틀간의 공연으로 보여준 모습이다.

잔나비는 지난 24~25일 KSPO DOME에서 아시아 투어 피날레 '스웨트 앤 스타더스트(SWEAT & STARDUST)'를 개최했다.

지난 6월 타이베이를 시작으로 홍콩, 도쿄, 싱가포르, 방콕, 쿠알라룸푸르, 자카르타까지 총 7개국 7개 도시를 순회한 아시아 투어의 대미를 장식하는 공연이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집계 기준 회차당 약 1만명의 관객이 동원됐다.

특히 이번 무대는 지난 23일 발라드 콘셉트를 내세운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in 서울'을 이어받아 곧바로 다른 분위기를 구현해냈다는 점에서 특별함을 안겼다. 같은 장소에서 완전히 다른 세트리스트의 공연을 선보이는 건 사실상 '두 개의 콘서트'를 준비하는 것과 다름없다. 기획·연습 과정은 물론이고, 아티스트의 체력까지 2배 이상의 수고로움을 요구하기에 쉬운 일이 아니지만, 잔나비는 과감한 선택 끝에 무대에 올랐다.

공연은 단 하루 만에 탈바꿈했다. 무대에 누운 채로 등장한 최정훈은 높아지는 장내 온도, 관객들의 함성 데시벨을 온몸으로 맞으며 마이크를 쥐고 일어나 '작전명 청-춘'으로 '스웨트 & 스타더스트'의 포문을 열었다.

오프닝부터 뜨거웠다. 심장을 뛰게 하는 악기 소리, 주먹을 불끈 쥔 최정훈, 화려하게 터지는 컨페티, 관객들의 환호성으로 현장은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아윌다이포유♥x3', '사랑하긴 했었나요 스쳐가는 인연이었나요 짧지 않은 우리 함께했던 시간들이 자꾸 내 마음을 가둬두네', '투게더!'까지 쉴 틈 없이 이어졌다. 최정훈은 연신 "KSPO DOME 소리 질러!"라고 외쳤고, 관객들은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화답했다.

그룹사운드 잔나비 /사진=페포니뮤직 제공

그룹사운드 잔나비 /사진=페포니뮤직 제공

"오늘 우리는 전설이 될 것 같습니다."

다짐은 그대로 무대 위에서 펼쳐졌다. '나의 기쁨 나의 노래'에 이어 '전설', '나쁜 꿈', '새 어둠 새 눈', '위시(Wish)'까지 거침없는 에너지를 토해낸 잔나비는 '잭 케루악', '밤의 공원', '여름에 관한 무용담 I',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등의 몰입감 강한 무대까지 잇달아 선보여 박수받았다. 팬들이 고대한 무대로 꼽히는 '여름에 관한 무용담 I'에서는 트로피, 메달, 꽃다발을 건네받은 최정훈이 단단한 눈빛과 목소리로 곡에 포함된 내레이션을 소화해 전율을 일으켰다.

'오 뉴욕시티'는 '오 서울시티'로 바꾸어 불러 재미를 더했다. 이 곡을 부르기에 앞서 잔나비는 "올여름은 조금 특별했다. 처음으로 아시아 순회공연을 다녀왔다"며 객석을 향해 "다 여러분 덕분이다. 하루하루 행복했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그러면서 "잔나비가 서울로 돌아왔다"고 외쳐 팬들을 웃게 했다.

공연 후반부에 접어들어서 잔나비는 '차력!'이라는 섹션을 준비했다. 마치 경기장 링 위에 오른 듯한 모습으로 나타난 이들은 관객들에게 스트레칭하라고 당부했다. 본격적으로 뛰어놀고 즐기는 이 구간에서 '굿 보이 트위스트(Good Boy Twist)'를 시작으로 '애프터스쿨 액티비티', '꿈나라 별나라', '알록달록', '정글', '왓츠 업(What's up)'을 소화했다.

숨 돌릴 틈 없이 달리고 또 달리는 구성을 통해 공연명에 포함된 '스웨트'의 의미를 체감하게 되는 구간이었다. 고조된 밴드 사운드와 어우러진 최정훈의 폭발적인 에너지에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뛰며 땀을 흘렸다. 음악으로 하나가 되어 같이 노래하고 점프하는 공간에서 무대 위아래의 구분은 없었다. 포 넌 블론즈의 '왓츠 업'을 부를 땐 관객들이 일제히 자세를 낮췄다가 일으키며 환상적인 호흡을 펼쳤다. 후반부에는 김도형의 기타 속주와 최정훈의 신들린 꽹과리 연주가 강한 쾌감을 안겼다.

감정의 교류는 계속됐다. 땀에 흠뻑 젖은 뒤 '모든 소년 소녀들3: 글로리',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모든 소년 소녀들1: 버드맨', '모든 소년 소녀들2: 무지개',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 '외딴섬 로맨틱', '블루버드, 스프레드 유어 윙스!'로 이어지는 세트리스트는 음악을 통해 교감한 3시간을 찬란하게 기억되도록 했다. '스타더스트'라는 단어가 마음에 박히는 순간이었다.

누워서 기타를 연주하는 김도형 옆에 최정훈이 나란히 눕거나, 둘이 등을 맞대고 기타를 치는 등의 모습이 감동을 주기도 했다.

그룹사운드 잔나비 /사진=페포니뮤직 제공

그룹사운드 잔나비 /사진=페포니뮤직 제공

무엇보다 이번 공연은 무대 위에서 쏟는 땀이 지닌 의미를 되새겨보게 했다. 정직하고 순수한 열정이 만들어낸 땀의 기억은 찬란한 별가루가 되어 인생의 페이지를 장식한다. 음악, 그리고 라이브 공연의 본질적인 가치이기도 하다.

이를 잔나비가 보여줬다는 점은 더욱 의미가 있었다. 어느 무대든 관객 앞에서 소홀함이 없는 대표적인 팀이기 때문이다. 연세대학교 축제 무대에서는 윤동주의 시집을 들어 보이고, 기형도 시인을 언급했다. 축구팀 전북 현대의 경기에서 공연할 때는 포니를 타고 그라운드에 등장했고, 록 페스티벌에서는 관객들과 한마음으로 평소 좋아하던 메가데스(Megadeth)를 향한 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매 무대 진정성 있게 땀 흘리는 이들의 노력과 진심, 이에 마음 깊이 공감해준 팬들의 얼굴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최정훈은 공연을 마치며 "왜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데 이렇게 땀을 많이 흘리는 걸까 생각해 봤다. 땀을 이렇게 많이 흘리는 건 멋진 스포츠선수분들이 하는 거 아닌가, 음악 하는 사람인데 그에 못지않게 땀을 흘린다 싶었다. 때로는 차력 쇼인가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스태프들도 무대 뒤에서 땀을 흘린다. 모두 0.3초 정도의 정말 찰나의 순간을 위한 것 같다. 그 순간이 제 머릿속에서 영원히 슬로우모션처럼 기억된다. 여러분들도 땀을 많이 흘린 만큼, 그런 짧은 찰나의 순간이 있었길 바란다"고 말했다.

"잔나비는 언제나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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