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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고 러시아 울란우데에서 출발한 ‘유라시아 평화레일 광명원정대’가 이날 오후 이르쿠츠크 역에 도착해 KTX광명역의 한반도와 유라시아를 잇는 ‘평화철도 출발역’을 홍보하고 있다. 광명시 제공
‘7시간 45분.’
시베리아의 긴 철길을 달려온 열차가 이르쿠츠크에 멈췄다. 광명에서 출발해 몽골을 지나 러시아 국경을 넘은 뒤 시베리아횡단열차에 몸을 실은 ‘유라시아 평화레일 광명원정대’가 25일 오후 마침내 이르쿠츠크에 도착했다.
긴 여정 끝에 원정대가 만난 사람은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고려인 동포. 이르쿠츠크에는 현재 1000~1500명의 고려인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에서 태어나 러시아어를 사용하며 살아가지만, 가족의 이름과 음식, 기억 속에는 여전히 한국의 흔적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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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원 광명시장이 25일 이르쿠츠크에서 문삼순 고려인협회 회장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광명시 제공
● 철길 따라 역사의 주인공 만나
원정대의 여정은 처음부터 단순한 철도 탐방이 아니었다. 몽골에서는 독립운동가 이태준 열사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먼 이국땅에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삶을 바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되짚었다. 그리고 국경을 넘어 러시아 시베리아로 들어선 원정대는 또 다른 우리 역사의 주인공들을 마주했다.
박승원 광명시장과 원정대는 이르쿠츠크 고려인 동포 8명을 만나 그들이 러시아에서 살아온 이야기와 고향에 대한 기억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은 고려인들의 삶에 존경을 표했다.
“여러분이 살아오신 삶 자체가 우리 역사의 한 부분입니다. 먼 타국에서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공동체를 지켜오신 여러분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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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원 광명시장이 인사말을 통해 먼 타국에서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공동체를 지켜온 고려인에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광명시 제공
고려인의 역사는 19세기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생계를 위해 고향을 떠난 사람도 있었고, 일제의 압박을 피해 러시아 연해주로 건너간 사람도 있었다. 이들은 낯선 땅에서 학교를 세우고 농사를 지으며 공동체를 일궜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힘을 보태기도 했다.
하지만 1937년 소련의 강제 이주 정책으로 연해주에 살던 고려인들은 또다시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다. 수많은 고려인이 열차에 실려 중앙아시아의 낯선 땅으로 옮겨졌고, 그 과정에서 희생도 있었다.
이르쿠츠크에 남겨진 고려인들은 황무지를 일구고 마을을 만들며 다시 삶을 시작했다. 그렇게 이어진 삶이 세대를 거쳐 고려인 공동체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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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삼순 이르쿠츠크 고려인협회 회장이 ‘유라시아 평화레일 광명원정대’가 고려인을 잊지 않고 찾아와 준 것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 광명시 제공
이번 만남이 원정대원들에게 특별하게 다가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원정대의 첫 여정으로 몽골에서 찾았던 이태준 열사의 발자취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영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광명시협의회 회장은 “원정대가 고려인을 만난 것은 이번 여정이 가진 의미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며 “철길을 따라오다 보니 결국 사람을 만나게 됐고, 그 사람이 바로 우리와 같은 역사를 가진 고려인 동포”라고 말했다.
문삼순 고려인협회 회장(74)은 “한국에서 우리를 기억하고 직접 찾아와 준 것이 고맙다”라며 “한국과 러시아를 잇는 교류가 더 많아지고 우리 후손들이 자신의 뿌리를 더 잘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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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원 광명시장이 ‘유라시아 평화레일 광명원정대’와 고려인협회 간담회에 참석한 외교부 관계자와 고려인에 대한 지원과 원정대 일정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광명시 제공
● 사람과 역사 잇는 ‘평화열차’
고려인 동포들의 이야기를 들은 박 시장의 시선은 다시 광명으로 향했다.
박 시장은 KTX광명역을 한반도와 유라시아를 연결하는 대륙철도의 출발점으로 만들겠다는 구상하고 있다. 철도 연결에만 머무르지 않고 문화·관광·청년·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라시아 도시들과 교류하는 길을 열겠다는 생각이다.
이르쿠츠크에서의 고려인과의 만남은 이러한 구상에 더욱 깊은 의미를 더했다. 철도가 연결되면 도시와 도시만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길을 따라 사람과 역사·문화도 함께 오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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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원 광명시장과 ‘유라시아 평화레일 광명원정대’가 이르쿠츠크 고려인협회 관계자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약속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박 시장은 고려인 동포들에게 평화레일이 갖는 의미를 설명하며 “남북 철도가 연결되고 광명에서 출발한 열차가 유라시아를 달리는 날이 온다면 그 열차는 단순히 사람과 물자를 나르는 열차가 아니다”며 “100년 전 흩어졌던 사람들이 다시 만나고 서로의 역사를 확인하는 평화열차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정대원 이유비 씨(40·회사원)는 “고려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책이나 사진으로만 접했던 역사를 눈앞에서 마주한 느낌이었다”며 “한반도에서 시작된 역사가 몽골과 러시아, 중앙아시아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 원정을 통해 실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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