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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몸값 높이자니 하이닉스 부담…SK실트론 매각 '딜레마'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향 매출 비중은 합계 50% 내외이며 주력인 300mm 실리콘 웨이퍼의 장기공급계약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80% 안팎으로 추정된다. 공장이나 설비 같은 유형자산보다 주요...

몸값 높이자니 하이닉스 부담…SK실트론 매각 '딜레마'

SK실트론 구미 공장 전경. / 사진 제공=SK실트론

SK실트론 매각 협상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배경에 시선이 쏠린다. 시장에서는 SK그룹 핵심 계열사인 SK하이닉스의 수익성과 매각 대상인 SK실트론의 기업가치가 정면으로 맞물린 구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웨이퍼 공급단가를 낮추면 SK하이닉스 이익이 커지고 반대로 단가를 높이면 SK실트론 몸값이 오르는 구조여서 그룹 차원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특히 최근 그룹 실적을 SK하이닉스가 견인하고 있어 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웨이퍼 거래조건을 섣불리 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이닉스향 웨이퍼 공급 조건 막판 조율

9일 업계에 따르면 당초 1분기 중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던 SK실트론 매각 작업은 막판 조율이 길어지며 최종 결론이 뒤로 밀린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단순한 가격 줄다리기보다 SK하이닉스에 공급하는 웨이퍼 거래 조건이 협상의 막판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본다.

SK실트론은 반도체용 실리콘 웨이퍼를 생산하는 회사다. 기업가치 역시 대형 고객사 거래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현금을 벌어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향 매출 비중은 합계 50% 내외이며 주력인 300mm 실리콘 웨이퍼의 장기공급계약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80% 안팎으로 추정된다. 공장이나 설비 같은 유형자산보다 주요 고객사와의 거래 조건이 기업가치를 좌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SK실트론의 핵심 고객 가운데 SK하이닉스가 있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메모리 호황으로 유례없는 수익성을 내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47조2063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올해는 연간 영업이익 180조원 달성이 점쳐진다. 지난해 실적을 3배 이상 웃돌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이란 관측이다.

메모리 업황이 좋을수록 원가 경쟁력은 더 중요해진다. 웨이퍼는 메모리 반도체의 기초 재료인 만큼 공급단가가 낮을수록 SK하이닉스는 원가 부담을 줄이고 수익을 더 남길 수 있는 구조다.

반면 SK실트론을 매각하는 쪽에서는 다른 계산이 가능하다. SK하이닉스에 웨이퍼를 더 높은 가격에 공급해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고 예상될수록 SK실트론 기업가치는 올라간다. 기업가치는 결국 앞으로 벌어들일 현금흐름의 크기와 안정성에 따라 결정된다.

특히 SK실트론은 주요 고객사와의 거래에서 안정적으로 현금을 벌어들이는 구조라는 점에서 하이닉스향 공급 조건은 미래 수익성을 가늠하는 핵심 잣대다. 매각을 추진하는 쪽에서 웨이퍼 거래조건을 민감하게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결국 웨이퍼 공급단가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공급단가를 낮게 두면 SK하이닉스에는 유리하지만 SK실트론 몸값은 낮아질 수 있다. 반대로 공급단가를 높게 두면 SK실트론 매각가를 끌어올릴 수 있지만 SK하이닉스에는 부담이 된다. 한쪽 이익을 키우면 다른 한쪽 가치가 줄어드는 딜레마다.

/ 사진 제공=SK실트론

SK, 매각가 극대화 vs 계열사 수익성 방어 '고심'

SK실트론을 파는 주체는 SK그룹이다. 웨이퍼를 사는 핵심 고객인 SK하이닉스도 그룹 내 핵심 계열사다. 그룹으로서는 자산을 비싸게 팔아 현금을 최대한 확보하고 리밸런싱(사업 재편)을 완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적을 이끄는 핵심 반도체 계열사의 원가 경쟁력을 흔들지 않는 일도 중요하다. 현재 SK하이닉스는 SK그룹 전체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매각가 극대화와 계열사 수익성 방어가 동시에 걸린 거래라는 뜻이다.

두산 입장에서도 셈법은 간단하지 않다. SK실트론 인수의 핵심은 결국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인데 그 기반인 SK하이닉스향 거래조건이 향후 어느 수준에서 유지될지가 기업가치 판단의 출발점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높은 수익성을 전제로 값을 치렀다가 실제 이익 규모가 기대에 못 미치면 인수 이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다만 막판 변수에도 거래 불발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SK그룹은 자산 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와 리밸런싱 완수가 필요하고 두산그룹 역시 반도체 소재 사업 확장이라는 전략적 목적이 분명하다. 웨이퍼 거래조건을 둘러싼 세부 조율은 남아 있지만 큰 틀의 이해관계가 맞아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상반기 내 거래 성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승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은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실트론 인수 추진 중"이라면서 "상반기 중 기업 인수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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