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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간판 필요없어요"…10대 고졸 사장들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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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간판 필요없어요"…10대 고졸 사장들의 '반란'

2026.07.12 18:13

2026.07.13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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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

남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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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 편견, AI로 깬다"…'고졸 출신' 스타트업의 반란

대학 안가고 아이디어로 승부…1020 창업자 부상

글로벌서 성과 애드쉴드 유주원

알고릭스 권동한도 고졸 창업자

VC, 특성화고 저학년 입도선매

"원석의 인재, 글로벌 성장 기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학력과 상관없이 가장 재능 있는 창업자들과 자리를 한번 마련해주세요.”

대기업이 된 핀테크 기업의 A대표가 최근 벤처캐피털(VC) 대표에게 이같이 요청하자 4명의 스타트업 창업자가 모였다. 지난달 A대표와 함께한 미팅의 원래 예정된 시간은 1시간. 하지만 미팅은 3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정보기술(IT)업계에서 입지전적인 커리어를 쌓은 A대표지만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창의성에 놀라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 결과였다고 했다. 이날 초대된 창업자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고교 재학 시절이나 졸업 후 대학에 가는 대신 창의성에 기반한 기술을 무기로 창업 전선에 뛰어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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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개발자를 찾아라”

VC업계에 따르면 인공지능(AI) 기술로 무장한 10대 후반~20대 초반 창업자가 AI 스타트업 생태계의 주요 플레이어로 부상하고 있다. 한 VC 대표는 “스타트업 대표와 관련해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최근 들어 창업자는 물론이고 최고경영자(CEO), 최고기술책임자(CTO) 중에서도 대학 경력이 없는 인물이 많아졌다”며 “단순히 명함만 들고 있는 게 아니라 이들이 회사 핵심 서비스를 개발한 주역”이라고 했다.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 가능한 데이터베이스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알고릭스의 권동한 대표(20)가 본보기다. 권 대표는 서울의 자립형사립고인 하나고 1학년 때 창업했다. 중학생 시절부터 해커톤에 참가하며 창업을 결심한 결과다. 권 대표는 이후에도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회사 일에 매달리며 직원 대부분을 자신과 비슷한 19~21세로 구성했다. 지금까지 120억원을 유치한 벌스워크 산하 게임 스튜디오의 CTO와 아트디렉터도 모두 고졸로, 고교생일 때부터 이 회사에 몸담았다.

지난 3월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의 사제파트너스가 서울 여의도에서 주최한 ‘흑백개발자: 더 해커톤’ 대회에서도 고졸 출신들이 주목받았다. 대회에서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제공한 오픈AI의 토큰을 긁어모아 수익화하는 독특한 아이디어를 선보이며 주목받은 개발자도 고졸이었다.

이 같은 사례를 경험한 VC의 시선은 IT특성화고(옛 공업고)로까지 넓어지고 있다. 카카오벤처스 관계자는 “과거엔 이름난 스타트업에서 일한 경력자나 ‘연쇄 창업가’(창업과 매각을 반복하는 사업가) 등을 주목했지만 이제는 10~20대 초반 창업자와의 접점을 넓히려고 한다”며 “유명한 특성화고를 찾아 재능 있는 1~2학년생을 찍어 키우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대표적 사례가 기업용 광고 차단 솔루션을 개발하는 애드쉴드의 유주원 CEO(27)다. 지금까지 43억원을 유치한 이 회사를 책임지는 유 대표는 경기 안산시의 한국디지털미디어고 출신이다.

◇원석 잘 가꿔 발전시켜야

고졸 스타트업 경영진이 많아지는 이유가 있다. AI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자 과거 창업자나 CEO 등에게 필수이던 인적 네트워크와 고도의 개발력 없이도 아이디어만으로 승부를 볼 수 있게 된 것이 첫 번째다. AI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AI 네이티브’ 세대가 아이디어 하나로 과감히 창업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베이스벤처스 관계자는 “특정 경험에 얽매이지 않은 10대 개발자는 창의성을 맘껏 뽐낼 수 있는데, 이게 앞으로의 세상에서 먹힌다고 본다”고 했다. 국내 VC 환경이 철저히 성과에 집중해 평가하는 실리콘밸리식 투자 문화로 변화하는 것도 또 다른 요인이다.

여기에 AI시장에 자금이 몰리는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인수합병(M&A)을 제외한 투자 유치 금액 1~3위는 리벨리온(6420억원·프리IPO), 엑시나(2020억원·시리즈 B), 업스테이지(1800억원·시리즈 C)였다. 리벨리온과 엑시나는 AI 반도체를 제조하는 팹리스, 업스테이지는 한국형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개발하는 AI 회사다. AI를 위협할 만한 기술 테마가 등장하지 않아 ‘AI 스타트업 프리미엄’ 현상이 지속되는 데다 국민성장펀드까지 가세해 AI 스타트업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VC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참신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해 경쟁을 벌인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VC 관계자는 “어린 시절부터 창업을 꿈꾸는 사람은 야망과 비전이 남다르다”며 “‘원석’을 잘 육성한다면 이런 시도를 통해 글로벌 기업을 배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허진/남준우 기자 h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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