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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명목 성장률 10% 간다는데…가계대출 총량 규제는 요지부동

올해 명목 경제성장률이 10%에 육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금융 당국은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을 1.5%로 묶어두는 총량 규제를 고수하기로 했다.

서울 시내에 설치된 농협은행 ATM 기기. 뉴스1

올해 명목 경제성장률이 10%에 육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금융 당국은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을 1.5%로 묶어두는 총량 규제를 고수하기로 했다. 대출 규제가 경제 흐름과 무관하게 부동산 가격 억제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민간 소비 등 경기 전반을 냉각시키고 취약 차주의 자금 조달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서울경제신문 추산 결과 올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10% 성장하고 가계대출 총량이 1.5% 늘어날 경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1.8%로 2025년(88.6%) 대비 6.8%포인트 하락한다.

내년까지 반도체 호황이 이어지면서 명목 GDP가 다시 10% 성장하고 가계대출 총량 규제 1.5%가 동일하게 적용되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75.4%까지 낮아진다. 정부는 명목 성장률 4.9% 기준으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80% 달성 시점을 2030년으로 예상했는데 이보다 3년이나 빨라지는 셈이다.

배경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경기 반등이 있다. 올해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1.7%로 한국은행이 2월 제시한 전망치(0.9%)를 크게 웃돌았다. 이에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성장률을 1.9%에서 2.5%로, 금융연구원은 2.1%에서 2.8% 등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올해 명목 성장률이 10%에 육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발언했다. 명목 경제성장률 10%는 2002년(11%) 이후 24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다만 금융위는 올해 경제성장률과 무관하게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가계대출은 통상 경제성장률에 비례해 증가하지만 부동산 가격 억제를 위해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1.5%로 지난해(1.7%)보다 낮춘 상태다. 금융위 관계자는 “올해 목표로 제시한 대로 대출 총량 규제 1.5%를 유지할 계획”이라며 “경제성장률에 따라 대출 규제 방향을 바꾸는 건 너무 이른 이야기”라고 했다.

문제는 경직적인 대출 관리 정책이 한은의 금리 인상과 맞물리면서 금융시장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이 금리를 올리면 자연스럽게 대출 수요가 줄어드는데 거시 건전성 정책마저 긴축적이면 주식·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급락하고 실물경제도 위축될 수 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내 두 차례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도 높은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취약계층의 부담을 늘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기관은 가계대출이 제한될수록 우량 차주에 집중하기 때문에 서민·자영업자·소상공인 등은 제도권이 아닌 2금융권으로 몰려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저축은행·상호금융·신협·새마을금고 등 비은행 예금 취급 기관의 가계대출은 8조 2000억 원 증가해 지난해 4분기(4조 1000억 원) 대비 증가 폭이 두 배 늘었다. 개별 차주의 소득이 증가하고 상환 능력이 개선되더라도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반도체 호황으로 경기가 깜짝 성장하면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80%를 조기 달성한 이후 정책 방향도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국제결제은행(BIS) 등 주요 기관들이 GDP 대비 가계부채 적정 비율을 80~85% 수준으로 추정하는 만큼 이보다 더 낮아지면 경기가 급격히 냉각될 수 있어 목표치를 하향 조정하기는 어렵다. 경직적인 대출 총량 규제보다는 경기 상황에 따른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예상하지 못한 반도체 호황으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80%라는 목표가 조기 달성되면 어떤 명분으로 대출 규제를 지속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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