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가장 작은 맹금류인 '멀린'. (사진 IUNC)/뉴스펭귄
영국에서 가장 작은 맹금류를 비롯해 200여 종 이상이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인간 활동과 기후위기로 수많은 생물이 사라지고 있으며 그 속도가 과거 자연 상태를 크게 넘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시작된 멸종”...영국 생태계 위기
영국 가디언이 지난달 31일 영국에서 가장 작은 맹금류인 ‘멀린(merlin)’을 포함해 200여 종 이상의 생물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고 보도했다. 기후위기와 토지 이용 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영국 생태수문센터(UKCEH)은 기후위기, 토지 이용, 인간 활동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영국의 생물다양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분석한 결과, 향후 20년이 생물의 운명을 결정짓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2050년까지 약 196종의 식물, 31종의 조류, 7종의 나비가 사라질 수 있다고 분석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체 종의 최대 20%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러한 종의 손실은 단순한 개체수 감소를 넘어 토양 건강 악화, 영양 순환 붕괴, 꽃가루를 전달하는 수분 감소, 식량 생산 영향 등 생태계 전반의 기능에 영향을 준다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온실가스 감축, 지속가능 농업, 육류 소비 감소를 통해 최대 69종 멸종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인간이 만든 위기...전지구적 생물다양성 감소 확인
최근 연구들은 인간 활동으로 인한 생물다양성 감소가 특정 지역이 아니라 전 지구적 현상임을 보여준다.
스위스 연방수생과학기술연구소(Eawag)와 취리히대학교 연구진이 지난해 3월 진행한 공동연구에 따르면, 인간 활동이 있는 거의 모든 지역에서 생물다양성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전 세계 5만 개 이상의 조사 지점을 분석한 결과, 인간 영향이 있는 지역의 종 다양성은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평균 20% 줄었다. 특히 오염과 서식지 변화가 종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감소 폭이 가장 큰 생물군은 파충류, 양서류, 포유류 등 척추동물로 확인됐는데, 이는 개체수가 적어 멸종위험이 상대적으로 더 높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또 다른 연구에서는 2100년까지 육상 척추동물의 최대 27%가 멸종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됐다.
스위스 공동연구진은 기후위기로 고산식물이 저지대 종으로 대체되는 등 생물다양성 감소로 생물 군집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서식지 파괴와 개발 압력이 멸종위기의 핵심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지정 현황’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멸종위기종은 총 282종으로 늘었으며 지속적인 서식지 훼손과 환경 변화가 누적된 결과로 분석됐다. 실제로 서식지 파편화는 개체수 감소와 번식 실패를 유발하며 생태계 회복력을 약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기후위기도 생물종 감소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국립생태원 연구에 따르면 국내 멸종위기종 가운데 하늘다람쥐, 긴점박이올빼미 등 일부 종은 기온 상승에 매우 민감하다. 온실가스 감축이 이루어져도 여전히 높은 멸종 위험에 노출될 것으로 분석됐다.
인간 활동이 있는 거의 모든 지역에서 생물다양성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이미 100만 종 위기...기술·개발에 밀린 생명들
UN 산하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현재 약 100만 종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이는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수준의 생물다양성 붕괴다.
보고서는 농업 확장, 산림 파괴, 남획, 오염 등 산업화 이후 이어진 경제활동이 자연의 균형을 무너뜨렸다고 분석했다. 현재 멸종 속도는 자연 상태보다 수백 배 빠른 수준으로 일부 연구에서는 이미 ‘제6의 대멸종’이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에는 기술 산업도 멸종위기종 감소의 새로운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1일 인공지능(AI) 산업의 확장이 새로운 환경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데이터센터 건설, 전력 소비 증가, 자원 채굴 등이 자연 서식지를 압박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기후위기 문제와 결합해 생물다양성 감소를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AI 기업들이 생물종을 자원이나 위험 요소로만 다루고 있다고 우려한다. 기술이 환경 문제 해결의 도구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규제가 없다면 또 다른 파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생물다양성 감소는 단순한 자연 문제를 넘어 식량, 물, 기후 안정성 등 인류 생존 기반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문제로 이어진다.
IPBES는 보고서를 통해 “이를 막으려면 부분적 대응으로는 부족하며 정책과 경제 시스템 전반에 자연의 가치를 반영하고 무역·금융·인프라 정책에 생태계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며 “경제·사회 시스템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분투하는
뉴스펭귄에
후원으로
힘을 실어주세요.
뉴스펭귄 후원가기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