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된 자사주 최장 2년 매각 제한
업무 몰입 높이고 장기근속 유도
영업이익 대신 사업성과 용어 사용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가 어렵사리 도출한 ‘2026년 성과급 잠정 합의안’은 양측이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서로 한 발씩 물러선 결과라는 평가다. 삼성전자 사측은 오랜 ‘성과주의 원칙’을 사수했고, 노조는 반도체(DS) 부문 적자 사업부에 대한 ‘페널티’ 지급 적용을 1년 유예하며 조합원들을 설득할 명분을 마련했다. 현금 중심의 성과급에서 벗어나 글로벌 빅테크처럼 자사주 기반의 장기 보상체계를 도입한 것도 특징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를 유지하면서 ‘DS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긴 잠정안에 합의했다. 특별경영성과급은 노사가 합의한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삼고, 지급률 상한선은 없앴다. 재원 배분율은 반도체(DS) 부문 공통 40%, 각 사업부(메모리·파운드리·시스템LSI) 60%로 구성했다.
이번 합의를 통해 사측은 삼성 특유의 ‘성과주의’ 원칙을 지켜냈다. 삼성전자는 협상 과정 내내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특별경영성과급 재원 배분율에서 사업부 비중을 60%로 책정하고 실적에 따라 차등 배분할 수 있는 틀을 마련했다. 노조 역시 적자 사업부 직원들의 최소 보장선을 확보해 실질적인 보상 수준을 끌어올렸다. 또 향후 10년간 이런 기준을 유지키로 해 핵심 요구사안이던 ‘성과급 제도화’에서도 성과를 냈다.
삼성전자 노사가 기존의 ‘영업이익’ 대신 ‘사업성과’라는 용어를 쓴 대목도 눈길을 끈다. 이 배경에는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지적이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세금을 떼기 전인 영업이익의 고정 배분 요구는 투자자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주재한 노사 교섭 자리에서 이를 의식해 사업성과 개념을 등장시켰을 수 있다는 얘기다. 노사 협의를 통해 영업이익과 기존 성과급 산정 기준인 ‘경제적 부가가치(EVA)’ 중 하나를 택하겠다는 설명이지만 사실상 영업이익이 성과급의 기준이 될 공산이 크다.
잠정 합의안을 보면 ‘2026~2028년은 영업이익 200조원, 2029~2036년은 100조원’이라는 전제조건이 달려 있다. 이 기준을 충족해야 특별경영성과급이 지급된다는 뜻으로, 이는 ‘영업이익의 N% 성과급’ 요구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을 제한하는 일종의 허들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주식 기반 성과 보상’ 체계를 본격 도입했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애초 노조는 현금 지급을 요구했으나 합의안에서는 ‘세후 전액 자사주’로 수령하는 방향으로 타협점을 찾았다. 지급된 주식의 3분의 1은 즉시 시장에 내다 팔 수 있지만 나머지 3분의 1은 1년, 마지막 3분의 1은 2년간 매각이 제한된다.
이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보편화된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에 가까운 구조다. RSU는 일정기간 회사에 다니는 것을 조건으로 주식이 지급되는 보상 방식으로 이후 매도를 통해 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 엔비디아는 현금 보너스 10~30%에 대규모 RSU를 지급하고 있고, 애플은 ‘직원 일괄 지급’ 대신 성과에 따른 차등 지급제를 운영하고 있다.
직원 입장에선 회사의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이 곧 개인 보상 확대와 직결되므로 주인의식을 갖고 업무에 몰입할 수 있다. 회사로서는 수십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현금이 한꺼번에 유출되는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핵심 인재의 장기근속을 유도할 수 있다. 삼성전자도 인공지능(AI) 열풍으로 핵심 인재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주식 보상을 통해 조직 안정과 직원 충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노조 찬반투표를 거쳐 합의안이 통과되면 삼성전자 직원들은 거액의 성과급을 받게 될 전망이다.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망치인 300조원을 대입하면 DS 부문에 배정되는 특별경영성과급 재원만 총 31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 경우 DS 부문 직원의 경우 연봉 1억원 기준 최대 6억원이 넘는 보너스를 수령하게 된다. 적자 사업부인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도 1인당 1억6000만원 수준의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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