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소통협력센터 1층에서 '먹거리돌봄기본사회, 우리가 엽니다' 포럼이 개최됐다. 2025.10.25/사진= 조은결 기자
이로운넷 = 조은결 기자
통합돌봄 정책이 의료·요양 중심으로 설계되면서 정작 가장 기초적인 '먹거리돌봄'이 구조적으로 배제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통합돌봄시대 먹거리돌봄 전국네트워크는 27일 정책 협력 제안서를 통해 "먹거리돌봄 없는 통합돌봄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식사 돌봄을 통합돌봄 정책의 핵심 축으로 복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네트워크는 "먹거리돌봄은 단순한 부가 서비스가 아니라 생명을 유지하는 가장 기초적인 기능"이라며, 현재의 통합돌봄 체계를 "핵심이 빠진 설계 오류"라고 지적했다.
특히 의료·요양 서비스 중심의 현행 구조로는 예방 중심 돌봄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고, 결국 건강보험 재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천내일을여는집 자활센터와 함께 코로나 기간 동안에도 인천지역 거리 노숙인에게 매일 도시락을 제공해 온 이준모 이사장 / 제공=인천내일을여는집
"식사는 돌봄의 입구…이용률 42.1%, 재입원율도 낮췄다"
근거로 제시된 서울시 돌봄SOS 6년 데이터에 따르면 식사 서비스는 전체 돌봄 서비스 가운데 이용률 42.1%로 1위를 기록했다.
이용자의 약 77~80%가 1인 가구였으며, 식사 전달 과정에서 주 5회 이상 안부 확인이 이뤄지고, 재입원율도 약 15%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네트워크는 이를 두고 "식사는 단순한 복지서비스가 아니라 돌봄의 시작점이자 가장 강력한 예방 시스템"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식사 서비스는 이용자의 생존과 안녕을 확인하는 가장 밀착된 돌봄 기능이자, 고립가구 위기를 가장 먼저 발견하는 현장 안전망"이라며, 통합돌봄이 진정한 지역사회 기반 돌봄으로 작동하려면 먹거리돌봄이 전면에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밥이 빠지면 약이 늘어난다"…건보재정 흔드는 설계 공백
네트워크는 먹거리돌봄 부재가 가져올 구조적 위험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영양 불균형은 만성질환 악화로 이어지고, 기능 저하는 의료 이용 증가를 부르며, 이는 결국 재입원 증가와 건강보험 지출 확대라는 악순환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밥의 부재는 약의 증가로 이어진다"며 "현재 구조로는 건강보험 재정을 지킬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장 여건도 열악하다고 진단했다. 지역별 공급 인프라 부족, 질환별 맞춤식 제공 한계, 디지털 관리 시스템 미비, 낮은 수가로 인한 서비스 질 저하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것이다.
네트워크는 이를 단순한 운영 문제가 아니라 "국가 돌봄체계의 설계 문제"라고 규정했다.
대구의 한 요양원 야외 옥상에서 한 입소자와 아들이 손을 잡고 대면 면회를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공공센터·질환식·AI 관리까지…5대 정책 대안 제안
이에 따라 네트워크는 5대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먹거리돌봄 공공센터 구축 △질환별 맞춤형 식단 체계 제도화 △AI 기반 식사 돌봄 관리 시스템 구축 △공공 공급망 및 공동구매 체계 구축 △식사 단가 및 수가 현실화 등이다.
이는 먹거리돌봄을 민간의 선의나 지역별 편차에 맡겨둘 것이 아니라, 국가 책임 아래 제도화해야 한다는 요구로 읽힌다.
네트워크는 "먹거리돌봄이 지워지면 '아침밥 드셨어요?'라는 인사는 '아침약 드셨어요?'로 바뀔 것"이라며, "먹거리돌봄은 생명이며, 예방이며, 국가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밥으로 사람을 살리는 사회를 선택할 것인지, 약으로 버티는 사회를 선택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며 "지금 바로 통합돌봄 정책의 중심에 먹거리돌봄을 복원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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