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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경] 국가대표와 태극 마크

“전쟁이 멈춘 이 순간이 가장 영광스러운 트로피입니다.” 서부 아프리카의 소국 코트디부아르를 월드컵 본선에 두 번 연속 진출시킨 축구 선수 디디에 드로그바의 울림이 큰 말이다. 코트디부아르는 인종차별과 종교 갈등으로 2002년 내전에 돌입했고 폭행과 학살이 난무했다.

[만화경] 국가대표와 태극 마크

서정명

논설위원

1215A31 만화경

“전쟁이 멈춘 이 순간이 가장 영광스러운 트로피입니다.” 서부 아프리카의 소국 코트디부아르를 월드컵 본선에 두 번 연속 진출시킨 축구 선수 디디에 드로그바의 울림이 큰 말이다. 코트디부아르는 인종차별과 종교 갈등으로 2002년 내전에 돌입했고 폭행과 학살이 난무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을 딴 날 드로그바는 라커룸 안에서 TV 생중계 카메라 앞에 무릎을 꿇었다. “여러분, 1주일만이라도 총칼을 내려놓고 전쟁을 멈춥시다.” 그의 절절한 호소는 정부군과 반군·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1주일간 총성이 멎었다. 국민들은 증오의 총부리를 거두고 함께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이후 간헐적 충돌이 있었지만 2007년 3월 정부와 반군은 평화 합의문에 서명했고 내전은 종식됐다. 아프리카 최고의 축구 선수로 평가받는 드로그바는 국가대표의 ‘참된 품격’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지난주 아르헨티나의 ‘축구 영웅’ 리오넬 메시가 22년 넘게 정든 대표팀 유니폼을 반납하는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동료 선수들은 메시의 헌신에 진정 어린 감사의 인사를 건넸고 국민들은 “아디오스, 메시”를 외치며 눈물을 흘렸다. 메시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우승 때 “같은 꿈을 향해 달려온 대표팀과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위대한 승리”라며 자신을 낮췄다.

2026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남자 축구 대표팀 선수들의 병역 관련 경솔한 언행이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국가와 국민은 온데간데없고 ‘병역 면제’라는 전리품에 눈이 멀었다.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이 이끄는 또 다른 대표팀은 선배와 후배 선수들 간 쌓인 앙금이 표면화하면서 ‘집단 은퇴설’까지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흉흉하다. 공정을 상실한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이어 소극(笑劇)의 연속이다. 국민이 스포츠에 열광하는 것은 눈물과 땀방울과 감동이 있어서다. 유니폼에 짙게 박힌 태극 마크의 무거움을 새기며 경기장에 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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