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아파트값이 강남권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신축 아파트의 전용면적 84㎡ 입주권이 32억 원에 육박하는 가격으로 거래되며 강남권 재건축·구축 아파트의 같은 평형대와 비슷한 가격대까지 올라섰다. 강남권 아파트들이 세제개편안 발표 후 급격한 가격 조정을 겪고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증가 부담이 적은 마포구와 성동구 등 한강벨트의 주택 구매 수요가 높아지고 있어 격차가 더 좁혀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공덕동 ‘마포자이힐스테이트 라첼스’ 전용 84㎡ 입주권은 지난달 11일 31억8000만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 2월 동일한 평형이 30억6000만 원에 거래되며 마포구에서 처음으로 ‘국민평형’이 30억 원을 넘어선 데 이어 7개월 만에 다시 최고가를 경신했다. 2024년 청약을 진행한 해당 단지의 84㎡ 분양가가 16억~17억 원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2년 사이 거의 두 배가량 오른 셈이다. 인근의 A중개업소 관계자는 “입주권이 31억8000만 원까지 거래가 되면서 현재는 31억~33억 원까지 시세가 올라온 상황”이라며 “현재는 저층을 제외하고는 30억 원 아래로 거래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넷째 주 마포구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08%로 전주(0.06%)보다 상승 폭이 확대되며 올해 누적 8.37% 올랐다. 반면 강남구는 같은 기간 0.56% 하락해 전주(-0.42%)보다 하락폭을 키웠다. 올해 누적으로는 0.26% 하락했다. 서초구와 송파구는 올해 누적 각각 1.36%, 5.13% 올랐지만 마포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상승세가 약했다.
입주권뿐 아니라 기존 아파트에서도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창전동 ‘서강오벨리스크스위트’ 73㎡는 지난달 29일 15억2000만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공덕동 ‘롯데캐슬프레지던트’ 191㎡도 지난달 15일 30억 원에 신고가를 기록했다.
마포 신축 입주권이 32억 원 수준까지 오르면서 30억 원대 강남 재건축 단지와도 가격을 놓고 비교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추가 분담금과 이주, 입주까지 걸리는 기간 등을 고려하면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선택지로 볼 수 있는 가격대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재건축이 진행 중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6단지’ 83㎡는 지난달 21일 32억5000만 원에, ‘개포주공7단지’ 83㎡는 26일 34억 원에 각각 거래됐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76㎡는 지난달 29일 31억3000만 원에, 인근에 위치한 대치동 ‘쌍용대치’ 83㎡는 같은 달 36억 원에 손바뀜했다.
강남구뿐 아니라 서초구와 송파구의 구축 아파트와도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2006년 준공된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84㎡의 실거래가는 같은 달 기준 35억7000만 원이다. 2008년 준공된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84㎡는 지난달 12일 33억2500만 원, 이달 5일에는 32억9000만 원에 거래됐다. 2003년 준공돼 리모델링을 추진중인 서초구 서초동 ‘서초래미안’ 84㎡는 지난달 18일 28억3500만 원에 손바뀜했다.
아직 격차가 크지만 5분위 지역이 약세를 보이면서 4분위 지역과의 가격 차이도 다소 줄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상위 20% 평균 가격인 5분위 아파트 가격은 34억4000만~34억7000만 원 수준에서 횡보하거나 완만하게 상승한 반면 상위 20~40%인 4분위 가격은 연초 17억1911만 원에서 9월 18억6998만 원으로 8.8% 올랐다. 최상위권보다 그 아래 가격대의 상승세가 상대적으로 가팔랐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32억 원에 육박한 마포 아파트 가격의 배경으로 신축 프리미엄과 입지 경쟁력, 세제개편 등의 영향을 꼽았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신축이라는 희소성에 입지 경쟁력이 강하게 작용하고 추가로 세제개편 등의 영향이 제한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마포와 강남의 가격대가 본격적으로 겹쳤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공덕동 일대는 노후 아파트가 많고 대부분 준공 20년이 넘은 상황에서 오랜만에 공급되는 신축이라는 점에서 프리미엄이 붙었기 때문”이라며 “여전히 강남과는 입지와 선호도에서 차이가 있고, 입주 시기가 비슷한 서초구 방배동 ‘디에이치 방배’ 전용 84㎡가 39억 원 안팎에 거래되는 것과 비교하면 아직 가격 차이가 벌어져 있다”고 짚었다. 윤 위원은 “강남 재건축 단지와 가격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추가 분담금 등 재건축에 따른 비용과 변수 등을 함께 고려했을 때 마포나 용산이 강남의 대체지가 될 수 있는 가격대까지 올라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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