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오리지널 연출가 스티븐 돌드리
12일 한국 공연 개막 맞아 첫 방한
연출가 스티븐 돌드리. 신시컴퍼니 제공
"뮤지컬의 배경인 1984년 20만 명이 일하던 영국 탄광 산업은 이제 단 한 명도 남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전 세계 노동자들은 인공지능(AI)으로 인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죠."
'빌리 엘리어트'를 2000년 영화로, 2005년엔 뮤지컬로 탄생시킨 연출가 스티븐 돌드리(65)의 첫 방한 인사는 묵직했다. 돌드리는 12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우리은행홀에서 프리뷰를 시작한 '빌리 엘리어트' 네 번째 개막에 맞춰 한국을 찾았다. 이날 무대인사에서 그는 2005년의 빌리와 2026년의 빌리가 마주한 세상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1980년대 영국 북부 더럼주 탄광촌을 배경으로 소년의 꿈과 공동체의 붕괴를 교차시킨 뮤지컬은 시대의 균열에도 멈추지 않는 삶의 투쟁에 관한 기록이다.
이튿날인 13일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다시 만난 돌드리는 지금을 "산업혁명 이후 가장 큰 전환점"이라 진단하면서 역설적으로 위기 속에서 빛나는 공연예술의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공동체가 무너져 가는 순간에도 아이의 꿈을 지지하는 이야기는 보편성을 갖는다"며 "한 공간에 모여 같은 이야기를 듣고 같은 공기를 나누며 하나의 경험을 함께하는 라이브 공연은 AI가 결코 대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영화 '디 아워스' '더 리더', 연극 '기묘한 이야기'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뛰어난 연출력을 보여 온 그에게 이 작품은 단순한 성공작이 아닌 "광부들을 위한 마음을 담아 만든 공연"이다. 한 외신 인터뷰에서 예술을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대화'라고 정의했던 그는 "20대 때 처음 가진 직업이 광부 마을 회관에서 연극을 올리는 일이었다"며 "(탄광 산업을 붕괴시킨) 마거릿 대처는 노동자 계층에 큰 공격을 가한 인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2010년 한국 초연. 신시컴퍼니 제공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2005년 영국 초연 후 로렌스 올리비에 시상식에서 4개 부문을 수상하고 2008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로 진출해 토니상 10개 부문을 석권했다. 작곡을 맡은 엘튼 존의 제안으로, 영화 연출작을 뮤지컬로 만든 돌드리는 정작 "이 뮤지컬이 이렇게 오래 살아남을 줄은 몰랐다"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공연은 끊임없는 수정과 재구성의 산물이기도 했다. 초연 당시 작곡가 스티븐 손드하임이 2막을 혹평해 수정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가령 1막에 노래로만 존재했던 '일렉트릭시티'는 그 이후로 빌리가 춤출 때 느끼는 감정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지금 2막의 대표 넘버가 됐다.
수정 중에도 원칙은 분명했다. 편집이 가능한 영화와 달리 빌리라는 캐릭터가 한계에 도달하는 지점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겠다는 것. 그는 "이 공연의 즐거움은 어린 배우가 한계에 가깝게까지 춤을 추는 모습을 무대에서 보여주는 것"이라며 "초연 당시 안무는 아이들이 구토를 할 정도로 강도가 높아 '가능한 수준'으로 조정해야 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빌리는 마라톤을 하면서 동시에 햄릿을 연기하는 것과 같은 역할”이라며 "춤으로 순수한 우아함이 구현될 때 전 세계 관객들이 반응한다"고도 했다.
연극, 영화뿐 아니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TV 영화로도 진출한 돌드리의 연출 철학은 작품에 어떤 공통점도 남기지 않는 것. 최근 연출한 연극 '기묘한 이야기'에 대해서는 "연극도 뮤지컬도 아닌, TV와 공연의 하이브리드"로 정의했다. 그는 "리바이벌은 관심이 없고 새로운 것에 항상 관심이 있다"며 "'기묘한 이야기'는 진짜 무서운 공연을 만드는 게 목표였고 아이들이 막 울면서 중간에 뛰쳐나올 때 승리한 것 같고 기뻤다"고 말했다.
연출가 스티븐 돌드리. 신시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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