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피니언

[마감을 하며] 아이폰과 옴니아

아이폰이 세상에 처음 공개된 건 2007년 1월 9일, 미국에서 첫 출시가 된 건 2007년 6월 29일이었다. 그러나 아이폰이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 첫선을 보인 건 그로부터 약 2년 후인 2009년 11월이었다.

[마감을 하며] 아이폰과 옴니아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갤럭시S26' 시리즈를 공식 출시한 지난 3월 11일, 서울의 한 매장에 스마트폰들이 진열되어 있다. photo 뉴시스

아이폰이 세상에 처음 공개된 건 2007년 1월 9일, 미국에서 첫 출시가 된 건 2007년 6월 29일이었다. 그러나 아이폰이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 첫선을 보인 건 그로부터 약 2년 후인 2009년 11월이었다. 아이폰 출시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이 있었지만 그중 정부가 국내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일부러 수입 허가를 늦췄다는 것이 유력한 정설이다. 그때 삼성이나 LG, SK와 같은 통신·전자제품 회사 대관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던 걸로 기억한다.

아이폰 출시 직후 삼성전자는 옴니아라는 스마트폰을 국내에 출시했다. '아이폰 대항마'라며 내놓았지만, 그 조잡함은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LG가 내놓은 휴대폰도 다르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1년 뒤 옴니아2를 출시했지만, 이 제품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는 못했다. IT강국 코리아의 국민들 원성은 계속 높아져갔고 결국 옴니아2 출시 한 달 뒤 아이폰은 국내에 들어왔다. 절치부심한 삼성전자는 다음해 6월 옴니아란 브랜드를 버리고 갤럭시란 브랜드의 스마트폰을 세상에 내놓았다. 당시 고가의 옴니아2 사용자들은 1년도 안 돼 새로운 브랜드를 내놓고 옴니아를 버린 것에 대해 '우리가 봉이냐'며 회사 측에 거세게 항의했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는 국내 시장을 테스트베드 삼아 갤럭시를 내놓았고, 결국 아이폰과 세계 시장을 양분하는 모바일 디바이스로 자리 잡았다. 2013년 당시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부문의 연간 영업이익은 약 25조원에 달했다. 이는 삼성전자 전체 연간 영업이익의 68~70%에 육박하는 수준이었다. 지금은 반도체 사업에 치여 천덕꾸러기 같은 느낌이지만, 그때의 성과가 없었다면 삼성전자가 꾸준히 투자를 하면서 지금의 반도체 신화를 이루기 어려웠을 것으로 나는 본다. 지금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테슬라의 FSD(FULL SELF DRIVING)가 탑재된 차를 타보면 100년 넘게 유지되어 온 자동차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가 테슬라 FSD 출시를 허가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도 옴니아 때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 정설이다.

삼성전자 노사 협상이 막판 타결되며 파업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새로운 질문이 우리 사회 앞에 던져졌다. '기업의 성과는 과연 누구의 것인가' 하는 점이다. 앞으로 이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삼성전자가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는 정부가 산업 경쟁력을 이유로 정책적 시간을 벌어주기도 했고, 국내 소비자들은 사실상 테스트베드 역할을 했다. 세계 시장과 맞서고 있는 국내 대기업을 위한 정책이 존재한다면 그건 결국 사회 전체가 함께 부담하는 비용이다. 정부 정책, 시장의 인내, 소비자의 선택과 희생, 국민들의 고통분담까지 그 비용에 담겨 있다. 노조가 기업의 성과에 노동자의 헌신이 담겼다고 주장하듯, 노조도 영업이익에 담긴 사회적 비용을 잊지 않기 바란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