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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리더&CEO] 'AI 대전환' 이끄는 허태수 GS그룹 회장

IT 전문 지식이 없는 현장 직원도 평소 쓰는 언어로 명령어만 입력하면 업무에 딱 맞는 AI 도구를 뚝딱 만들어낼 수 있다. 미소 도입 이후 그룹의 일상은 크게 바뀌었다. 그룹 내 디지털 시제품 제작 건수는 2024년...

[리더&CEO] 'AI 대전환' 이끄는 허태수 GS그룹 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사진=GS그룹

정유, 유통, 건설이 주력인 GS그룹이 허태수 회장의 지휘 하에 ‘AI(인공지능)와 디지털 중심 기업’으로 빠르게 탈바꿈하고 있다.

지난 3월 허 회장은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연례 AI 콘퍼런스 ‘GTC 2026’을 찾았다. 삼성전자, 현대차, SK그룹 등 국내 주요 기업 관계자들과 함께 현장을 둘러본 허 회장은 최신 AI 기술 트렌드를 살피고 글로벌 기업인들과 네트워크를 다졌다.

이어 3월 25일에는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설립한 ‘AI 혁신위원회’의 초대 위원장 자리에 올랐다. 재계가 공인하는 ‘AI 리더’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허 회장은 지난 4월 열린 위원회 3차 회의에서 “이제 우리나라는 AI를 잘 만드는 단계를 넘어 잘 쓰는 나라로 도약해야 한다”며 “글로벌 AI 경쟁의 성패는 기술 그 자체보다 현장에 얼마나 빠르게 적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허 회장의 ‘AI 사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20년 GS그룹 회장 취임 이후 그는 디지털 전환(DX), AI 전환(AX), 친환경·지속가능 성장을 끊임없이 경영 화두로 던졌다. “기술 변화에 둔감한 임원은 자격이 없다”, “변화를 구경만 하지 말고 한 발 앞서 실행하라” 같은 거침없는 메시지가 대표적이다.

허 회장은 올해 2026년을 “AI 임팩트가 실제로 보이는 원년”으로 선언하고 AI 전환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올해 초 신년사에서도 “AI 확산과 에너지 전환을 동시에 추진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홈쇼핑 시절의 ‘디지털 DNA’, 그룹 전체로 퍼지다

1957년생인 허태수 회장은 미국 조지 워싱턴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마친 뒤 미국 컨티넨탈 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LG투자증권에서 금융과 투자 전문가로 활약했으며, 1998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국내 기업들의 주식연계채권을 해외에 발행해 귀중한 달러를 조달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가 경영자로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것은 2007년 GS홈쇼핑 대표이사를 맡으면서부터다. 당시 홈쇼핑 시장이 치열한 가격 경쟁에 매몰되어 있을 때, 허 회장은 패션 카테고리를 키우고 상품 품질을 높이는 전략을 폈다. 그 결과 2007년부터 2018년까지 11년 만에 GS홈쇼핑 매출을 약 2배로 성장시키며 업계 1위 자리를 굳혔다.

특히 TV에만 머물던 홈쇼핑 무대가 모바일과 디지털로 빠르게 바뀌는 변화를 직접 이끌었다.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고 모바일 앱을 키우며 거래액을 폭발적으로 늘렸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4월 2일 서울 강남구 GS타워에서 그룹이 투자한 AI 기술 스타트업과 기술 협력을 논의하는 행사에서 AI 벤처기업의 기술력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GS그룹

동시에 스타트업 투자에도 나섰다. 2010년 벤처투자팀을 만들고 2011년부터 본격 투자에 나선 그는, 재임 기간 국내외 600여 개 스타트업에 총 3600억 원을 투자했다. TV 시청자가 줄어드는 홈쇼핑 산업의 구조적 위기를 디지털과 기술 투자로 정면 돌파한 것이다. 이때 쌓은 노하우와 경험이 지금 GS그룹 전체를 움직이는 AI 전환 전략의 든든한 밑거름이 되었다.

2020년 그룹 회장에 취임한 후에는 GS벤처스와 GS퓨처스를 중심으로 스타트업 투자를 더욱 늘리는 한편, 그룹 차원의 AI 전환 시스템을 탄탄히 다져왔다.

자체 AI 플랫폼 ‘미소’로 누구나 AI 개발하는 시대로

GS그룹이 추진하는 AI 전환의 일등 공신은 자체 개발한 플랫폼 ‘미소(MISO)’다. 미소는 복잡한 코딩을 몰라도 AI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노코드(No-Code) 플랫폼’이다. IT 전문 지식이 없는 현장 직원도 평소 쓰는 언어로 명령어만 입력하면 업무에 딱 맞는 AI 도구를 뚝딱 만들어낼 수 있다.

미소 도입 이후 그룹의 일상은 크게 바뀌었다. 그룹 내 디지털 시제품 제작 건수는 2024년 81건에서 2025년 4800건으로 급증했고, 현재 현장 직원들이 직접 만들어 쓰는 AI 도구만 해도 140여 개에 달한다.

사내 AI 경진대회인 ‘해커톤’도 이제는 정례 행사로 자리 잡았다. 허 회장이 직접 현장을 찾아 직원들을 격려할 정도로 애정이 깊은데, 이곳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실제 업무 현장에 적용되기도 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2025년 9월 8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제4회 GS그룹 해커톤'에서 참가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GS그룹

대표적인 사례가 발전 자회사인 GS파워 직원들이 미소 플랫폼으로 만든 안전관리 AI 도구 ‘AIR(AI Risk Assessment)’다. 작업 내용만 입력하면 예상되는 위험 요인과 예방 대책을 자동으로 정리해 주는 똑똑한 AI 비서로, 현재 발전소와 지역난방 현장에서 맹활약 중이다. GS파워는 이 도구를 중소기업에도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그룹 내 혁신을 이끄는 조직 ‘52g(5pen 2nnovation GS)’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계열사끼리 디지털 혁신 경험을 나누고 AI 과제를 발굴하는 사내 허브 역할을 하는데, 허 회장이 직접 회의에 참석해 꼼꼼히 방향을 챙겼다.

유통 부문인 GS샵도 AI 도입이 눈부시다. 생성형 AI가 만든 가상 모델을 TV 생방송에 출연시키고, 기획부터 제작까지 전 과정에 AI를 녹여냈다.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개인화 서비스도 한층 정교해졌다. GS샵은 2025년까지 누적 400건이 넘는 AI 콘텐츠를 제작하며 리빙, 패션 등 5개 주요 카테고리에 AI 제작 시스템을 안착시켰다.

허 회장은 이 과정에서 특히 ‘피지컬 AI’를 강조한다. 컴퓨터 화면 속 소프트웨어에만 머무는 AI가 아니라, 정유 공장이나 발전소 같은 굴뚝 현장과 결합한 AI를 뜻한다. 수십 년간 거친 현장에서 쌓아온 GS만의 운영 노하우가 AI와 결합할 때 비로소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차별화된 경쟁력이 생긴다는 믿음 때문이다.

‘AI와 에너지 전환’ 두 토끼 잡는다

허 회장은 2026년 신년 임원 모임에서 올해의 나침반으로 두 가지 키워드를 던졌다. 바로 ‘본업 경쟁력 강화’와 ‘AI 비즈니스 임팩트’다.

우선 본업 경쟁력 강화는 저유가 흐름과 에너지·화학 산업의 거대한 변화 속에서 기존 주력 사업의 수익성을 탄탄하게 지켜내겠다는 뜻이다. 허 회장은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잃어버리면 그 어떤 미래 사업도 펼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에 발맞춰 GS그룹은 정유 중심의 체질을 바꾸는 ‘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AI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폭발하는 상황을 새로운 사업 기회로 삼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GS칼텍스는 플라스틱과 합성고무 원료가 되는 올레핀 사업에 뛰어들었고, 기존 주유소를 전기차 충전과 물류 거점이 결합한 복합 공간으로 바꾸고 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가동 시 발생하는 열을 식혀주는 특수 냉각 소재인 ‘액침냉각유’ 시장에 진출해, 글로벌 데이터센터 기업들과 손을 잡고 있다.

탄소 감축 분야도 적극적이다. GS칼텍스는 2023년 한국남동발전과 손잡고 전남 여수산업단지에 청정수소 공급망을 짜는 사업을 시작했다. 생산할 때 탄소가 나오지 않는 청정수소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미래 에너지로 주목받는다. 이외에도 공기 중 탄소를 붙잡아 유용한 화학 물질로 만드는 탄소 포집·활용(CCU) 기술 실증 사업도 한창이다.

허태수 GS그룹 회장. 사진=GS그룹

또 하나의 축인 ‘AI 비즈니스 임팩트’는 그동안 실험적으로 진행해온 AI 활용을 실제 수익 모델로 연결하겠다는 전략이다. 허 회장은 2026년을 “AI로 실질적인 사업 성과를 보여주는 첫해”로 못 박았다. 현장 직원들의 톡톡 튀는 AI 아이디어가 단순한 실험에 그치지 않고, 진짜 비즈니스가 되도록 그룹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선다.

동시에 허 회장은 계열사 간의 벽을 허물고 그룹 전체의 자원을 유연하게 썼다 합쳤다 할 수 있는 애자일(Agile)한 조직 문화를 주문했다. “판세가 바뀔 때 힘을 하나로 모으고, 필요하다면 언제든 판을 다시 짤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물론 과제도 있다. ‘AI 전환’과 ‘에너지 전환’ 모두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직원들이 만든 140여 개의 AI 도구가 그룹 전체 실적을 견인할 만큼 성숙해지는 것, 그리고 청정수소나 CCU 같은 미래 신사업이 본궤도에 올라 수익을 낼 때까지 막대한 투자 비용을 버텨내는 것은 GS그룹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이에 대해 허태수 회장은 굳은 믿음을 보였다. “그동안 우리 구성원들이 AI라는 도구를 들고 수많은 시도를 해왔고, 그 노력들이 현장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며 “이제는 그동안 쌓아온 현장 지식과 피지컬 AI를 융합해 눈에 보이는 비즈니스 성과를 증명할 때”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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