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충쭤 흰머리랑구르원숭이 자연보호구
화웨이, AI 기반 생태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멸종위기종 개체 행동 분석·데이터 축적
데이터·네트워크 기반 영향력 확대 해석도
지난달 27일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충쭤시 흰머리랑구르원숭이 자연보호구에서 흰머리랑구르원숭이가 나무 위에서 쉬고 있다. 이 종은 중국 광시 지역에만 서식하는 멸종위기 영장류로 전 세계에 1,400여 마리만 남아 있다. 황금빛으로 태어나 성장하면서 몸은 검게 변하고 머리와 어깨만 흰 털이 남는 것이 특징이다. 충쭤(광시좡족자치구)=이혜미 특파원
"예전에는 흰머리랑구르원숭이가 사는 보호구를 관찰하기 위해 인간이 24시간 카메라 앞을 지켜야 했죠. 이제는 인공지능(AI)이 의미 없는 장면을 자동으로 걸러내고, 데이터를 분석해줍니다."
지난달 27일 중국 남부 광시좡족자치구 충쭤시 흰머리랑구르원숭이 자연보호구의 석회암 절벽 앞에서 만난 눙덩판 자연보호구 관리주임의 말이다. 멸종위기종 흰머리랑구르원숭이가 모습을 드러내자 숲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와 음향 센서가 즉각 반응했다. 이렇게 기록된 경로와 행동 패턴은 데이터로 축적된다. 과거 연구자가 빈 장면까지 포함된 수천 개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일일이 들여다봐야 했지만, 이 과정이 자동화된 것이다.
지난달 27일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충쭤시 흰머리랑구르원숭이 자연보호구의 흰머리랑구르원숭이. 충쭤(광시좡족자치구)=이혜미 특파원
'바위산 요정'으로 불리는 흰머리랑구르원숭이는 전 세계에 1,4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희귀 영장류다. 이 중 약 90%가 100㎢ 남짓 이 보호구 내에 서식한다. 활동 범위가 넓고 수풀 사이를 빠르게 이동하기에 기존 인간의 추적 관찰은 한계가 있었다.
중국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보호구 일대에 5G 통신망과 연계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했다. 카메라 수십 대가 촬영한 영상은 AI가 개체별로 식별해 이름을 붙이고, 활동 반경과 이동 경로를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이 시스템은 중국 최대 정보기술(IT) 기업 화웨이가 어센드 AI 컴퓨팅 자원을 활용해 구축한 것으로, 현재까지 이런 방식으로 AI가 식별한 개체 활동 횟수는 3만7,000회를 넘는다. 스페인 보넬리독수리 서식지 보호나 모리셔스 산호초 복원에도 화웨이의 동일한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1980년대 300마리 수준이던 개체 수는 현재 1,400마리 이상으로 늘었고, AI 시스템 구축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게 보호구 설명이다. 멸종위기동물보호전문가 저우치하이 광시사범대 교수는 "AI를 도입한 이후 개체의 이동 경로와 행동 패턴을 장기적으로 축적·분석할 수 있게 되면서, 보호 방식이 경험 중심에서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단순히 효율을 높이는 수준을 넘어 멸종위기종 연구 방식 자체를 바꾸는 변화"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27일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충쭤시 흰머리랑구르원숭이 자연보호구에서 취재진이 석회암 절벽에 서식하는 원숭이를 촬영하고 있다. 충쭤(광시좡족자치구)=이혜미 특파원
中, AI 기술 인간 돌봄에 이어 자연 보호까지
저우치하이 광시사범대 교수가 지난달 27일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충쭤시 흰머리랑구르원숭이 자연보호구에서 AI 기술을 활용한 흰머리랑구르원숭이 관찰 연구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충쭤(광시좡족자치구)=이혜미 특파원
이 시스템은 화웨이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정책인 '테크 케어즈'의 일환이다. 중국에서는 이미 영유아나 노인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돌봄 서비스에도 AI가 깊숙이 들어와 있는데, 이제 첨단 기술이 인간을 넘어 자연과 생태계를 보호하는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박람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화웨이는 포럼 '테크 케어즈'를 열고 자사의 ESG 전략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환경보호구역과 해외 농촌 소외 지역에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해 80개국 이상에서 1억7,000만 명을 이미 연결했다고 밝혔다.
흰머리랑구르원숭이 보호 프로젝트 역시 이런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 야생 환경에서 수집되는 대규모 데이터를 통해 AI 모델을 고도화하고, 이를 다른 지역과 국가로 이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공익적 목적과 기술 확산이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다.
중국의 영향력 확장 전략 '일대일로'와 판박이
다만 일각에서는 이를 중국의 '일대일로'와 유사한 영향력 확장 전략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안준모 한국공학한림원 중국기술굴기 대응연구위원장(고려대 교수)은 "과거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항만과 공항 등 사회간접자본을 건설하고 이를 위한 차관을 제공하면서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의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에 영향력을 확대해왔다면, 현재는 기업의 통신망과 데이터 기반 시스템을 통해 자국 중심 AI 생태계를 확산시키며 미중 기술 경쟁에 대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표면적으로는 ESG와 디지털 포용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 같은 모델이 기존 일대일로가 낳은 논쟁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대일로가 일부 개발도상국에서 부채 부담과 인프라 의존 문제를 초래했던 것처럼, 디지털 인프라 역시 특정 중국 기업과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통신망과 함께 축적되는 데이터의 소유권과 활용 범위를 둘러싼 문제는 향후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지난달 27일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충쭤시 흰머리랑구르원숭이 자연보호구에 수풀로 뒤덮인 인공구조물 위에 설치된 CCTV가 원숭이들을 촬영하고 있다. 충쭤(광시좡족자치구)=이혜미 특파원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