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르노·BMW가 찍었다…LG엔솔·삼성SDI, 동맹으로 '캐즘' 넘는다

2022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올리버 집세 BMW 최고경영자(CEO)가 영종도에서 만나 협력을 강화했다. 당시 양사는 BMW 최신 전기차 라인업에 적용되는 삼성SDI의 5세대(P5) 배터리 공급을 매개로 장기 파트너십을 더욱...

르노·BMW가 찍었다…LG엔솔·삼성SDI, 동맹으로 '캐즘' 넘는다

조에에서 세닉까지…LG엔솔과 르노 협력

배터리 ‘동맹’…삼성SDI-BMW 17년 동행

유럽 완성차 업체들과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파트너십이 긴밀해지고 있다.<생성형 이미지>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한풀 꺾인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국면이 길어지고 있지만 유럽 완성차 업체와 국내 배터리 기업 관계는 오히려 더 긴밀해지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여전히 유효한 삼원계 배터리 기술 경쟁력과 유럽의 중국 공급망 배제 움직임이 맞물리며 양측의 전략적 관계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이 같은 흐름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는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그룹 회장의 발언이다. 그는 지난 3일 서울에서 열린 미디어 라운드 테이블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파트너십을 유지하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프로보 회장은 “아주 오랜 기간 동안 LG에너지솔루션과 깊고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해 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르노그룹의 핵심 전략 배터리 파트너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완성차 최고경영진이 특정 협력사를 공개 석상에서 ‘핵심 전략 파트너’로 명문화한 것은 공급망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차지하는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르노 회장이 직접 찍었다…“LG엔솔 핵심 파트너”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그룹 회장.<르노그룹>

르노와 LG에너지솔루션의 협력은 14년 전인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르노는 그룹 첫 번째 전기차 르노 ‘조에’를 출시했다. 해당 차량에는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의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가 탑재됐다. 2013년 한국 시장 전동화 포문을 열었던 ‘SM3 Z.E.’ 배터리 공급사 역시 LG에너지솔루션이었다.

지난 2024년 체결된 대규모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급 계약은 양사 협력이 한 단계 깊어졌음을 보여준 분기점이다. 르노 자회사 암페어는 LG에너지솔루션과 약 39기가와트시(GWh) 규모의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 기업들이 독점해 온 LFP 시장에서 유럽 완성차 업체가 한국 기업의 손을 잡은 첫 대규모 사례였다.

이 계약은 단순한 물량 확보 차원에 그치지 않았다. 양사는 파우치형 배터리용 셀투팩(CTP) 기술 협업도 병행하며 제조 원가 절감을 위한 공동 대응에 나섰다. 당시 암페어는 이를 통해 차량 배터리 비용을 약 20%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양사의 밀착 관계는 최근 전시 현장에서도 드러났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3월 열린 ‘인터배터리 2026’에서 르노의 차세대 전기 SUV ‘세닉’과 차량에 탑재된 미드니켈 배터리를 전면에 배치하며 협력 관계를 부각했다. 미드니켈 배터리란 양극재 내 값비싼 니켈(Ni) 함량을 40~60% 수준으로 조절한 NCM 배터리다. 올해 행사에서 전시 부스에 전기차를 선보인 건 LG에너지솔루션이 유일했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는 “전기차는 차량 개발 방향이 정해지는 초기 단계부터 배터리 업체와 완성차 업체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며 “배터리는 단순 부품이 아니라 BMS(배터리관리시스템)를 비롯한 소프트웨어, 차량과의 통신 체계까지 맞물려 작동하는 핵심 요소”라고 분석했다.

이어 “처음부터 배터리와 차량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함께 결합해 개발해야 하는 만큼, 르노가 LG에너지솔루션 기술력과 신뢰성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SDI-BMW, 17년 신뢰가 만든 전고체 배터리 동맹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회장과 올리버 집세 BMW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022년 12월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만남을 가졌다.<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이 르노와 폭넓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면 삼성SDI는 BMW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차세대 배터리 공략에 무게를 싣고 있다. 기존 삼원계 배터리 공급뿐 아니라 게임 체인저로 꼽히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는 모습이다.

삼성SDI와 BMW 지난해 말 전고체 배터리 실증 프로젝트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기술 검증에 착수했다. 삼성SDI가 보유한 전고체 배터리 기술력과 BMW의 차량 설계 역량을 결합해 오는 2027년 양산차 탑재를 목표로 공동 개발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양사 협력은 2009년 BMW가 전기차 브랜드 ‘i’ 시리즈용 배터리 셀 공급사로 삼성SDI를 선택하면서 시작됐다. 당시만 해도 전기차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았으나 삼성SDI는 BMW라는 확실한 우군을 확보하며 중대형 배터리 시장의 강자로 부상했다.

이러한 협력은 경영진 간의 두터운 신뢰도 바탕이 됐다. 2022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올리버 집세 BMW 최고경영자(CEO)가 영종도에서 만나 협력을 강화했다. 당시 양사는 BMW 최신 전기차 라인업에 적용되는 삼성SDI의 5세대(P5) 배터리 공급을 매개로 장기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했다.

中 견제·기술 경쟁력…유럽차가 K배터리 붙드는 이유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IAA 트랜스포테이션 2024' CATL 부스.<뉴시스>

업계에서는 이들 협력이 최근 더 선명해지는 배경에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삼원계 배터리 경쟁력을 꼽는다. CATL(닝더스다이) 등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가성비가 높은 LFP 배터리를 앞세워 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삼원계 배터리 분야에선 여전히 국내 업체들이 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고급 차종에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하는 게 대표적인 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대표적으로 포르쉐는 LG에너지솔루션, 페라리는 SK온에 배터리를 공급받는다”며 “중국 배터리는 주행거리가 짧은 소형 모델 또는 가성비 모델에 장착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중국 견제도 국내 배터리 업체와 협력을 강화하는 배경으로 보고 있다. 앞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유럽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불리는 ‘산업가속화법(IAA)’을 내놨다. 이 법안은 유럽 내 생산 기반 확대와 중국 의존도 축소로 요약된다. 특히 글로벌 생산능력 점유율이 40%를 넘는 국가에 대해서는 1억 유로(약 1700억원) 이상 투자를 어렵게 하는 외국인직접투자(FDI) 제한 조항을 담았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중국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을 겨냥한 장치로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유럽이 중국산 배터리를 배제하는 흐름 속에서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있는 미드니켈 배터리 생산이 본격화하면 현지 완성차 업체와 국내 배터리 기업 간 협력은 더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