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 세계가 AI 패권을 쥐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흔히 뛰어난 알고리즘이나 막대한 컴퓨팅 인프라를 AI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 바탕을 지탱하는 가장 본질적인 요소는 데이터다. AI는 본질적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패턴을 찾고 결과를 도출하는 기술이다. 아무리 훌륭한 AI 모델이라도 학습할 양질의 데이터가 없다면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제 데이터를 얼마나 잘 수집하고 개방하며 활용할 수 있는가가 곧 그 국가와 기업의 진정한 AI 실력을 판가름하는 척도다.
실제로 특정 산업에 특화된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고품질의 데이터 확보가 절대적이다. 예컨대 미래 블루오션인 뇌 과학 분야에서는 뇌 신경망에 특화된 AI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뇌파나 뇌 영상 같은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이른바 뇌 신경망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을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조기 진단 AI나 맞춤형 뇌 질환 치료 기술의 성패 역시 정밀한 임상 데이터와 시간의 흐름을 기준으로 하는 코호트 데이터(집단 추적 데이터)의 체계적인 수집에 달려 있다.
이처럼 AI 기술이 복잡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힘은 결국 ‘데이터’라는 원천 자원에서 나온다. 따라서 데이터의 과감한 개방과 원활한 활용은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정책적 과제다.
이재명 정부는 국정과제로서 AI 기본 사회의 실현을 통해 국민 누구나 AI 기술의 혜택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AI 활용의 근간이 되는 공공데이터 개방과 국가 차원의 데이터 거버넌스 정비가 핵심 의제로 논의됐다. 정부가 공공데이터의 활용 체계를 재구축하고 개방형 실습 환경 조성을 추진하는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다. 국민 누구나 쉽게 공공 및 민간 데이터를 활용해 창의적인 AI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모두의 AI 실험실’이 대표적 사례다.
정책적 의지뿐 아니라 데이터가 막힘없이 흐르고 새로운 가치로 융합되기 위해서는 이를 든든하게 뒷받침할 수 있는 정교한 입법적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 아울러 다양한 부처에 산재해 있는 데이터 관련 법제의 거버넌스 체계를 정립하는 것도 필요하다.
정부는 데이터 활용 체계 구축을 위해 밑그림을 그리고 있으며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를 명확히 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입법 과정에서는 데이터의 활용과 권리 보호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세밀한 논의와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신기술을 다루는 딥테크 스타트업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규제의 불확실성이다. 사업자들은 우려되는 점이 규제가 아니라 불확실성에 있다고 호소한다. 예측 가능한 수준의 정책이나 입법이 제시돼야 경영 전략이 수립될 수 있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을 위해서라도 불명확한 규제는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데이터를 잘 활용하는 것이 곧 AI 실력이다. 이 명제를 정부는 다시 한번 깊이 인식해야 한다. 글로벌 AI 패권 전쟁에서 우리가 앞서 나가려면 정부 부처 곳곳에 잠들어 있는 데이터의 빗장을 과감히 풀고 민간이 이를 자유롭게 융합해 혁신을 꽃피울 수 있도록 튼튼한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는 기업들이 법적 리스크에 대한 불안감 없이 데이터를 AI 학습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거버넌스 체계를 정립하고 산업계의 다양한 요구 사항을 입법적으로 뒷받침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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