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통망 장악해 번 돈, 어떻게 델라웨어 조세피난처로 흘러갈까
미국인 김범석이 지배하는 쿠팡…매출은 한국에서, 수익은 미국으로
특수관계자 지급 비용의 '비밀'…다국적기업의 전형적인 소득이전 수법
2022년 7월 8일 전 세계 정보기술(IT), 글로벌 미디어 업계 최고 경영자들이 참석하는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The Allen & Company Sun Valley Conference)'에 김범석 쿠팡 창업자가 참석해 눈길을 모았다. [사진=쿠팡 뉴스룸 제공]
'K-커머스'의 혁신 아이콘을 자처해온 쿠팡의 가면 뒤에 감춰진 초국적 부의 이전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겉보기에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 시장을 장악한 성과를 누리고 있지만, 속내는 한국에서만 가능한 유통 모델로 소상공인과 소비자를 쥐어짜 미국 자본의 배만 불리는 전형적인 '빨대 경영'이다.
◇ 미국인 김범석이 지배하는 한국 쿠팡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배송), 쿠팡풀필먼트서비스(물류센터), CPLB(쿠팡 자체브랜드 전담) 등 계열사 지분을 100% 갖고 있는 쿠팡㈜(한국법인)의 지배 구조는 대한민국 내에서 유일무이하다. 미국 상장사 쿠팡 Inc가 쿠팡㈜을 100% 소유하는 수직계열화 구조다. 그리고 이 쿠팡 Inc는 미국인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이 의결권 70%대를 장악하여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가히 독보적이다.
쿠팡 Inc는 미국 델라웨어주에 등록되어 있다. 델라웨어주는 전 세계 기업들이 몰려드는 대표적인 조세피난처다. 델라웨어주에 등록된 법인(LLC 등)은 해당 주 외부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주 법인세가 면제되는 강력한 '규제 차익(Regulatory Arbitrage)' 혜택을 누린다. 쿠팡㈜가 한국에서 수익을 내서 배당금을 지급하면, 미 델라웨어주 등록법인인 쿠팡 Inc가 지급 받는 구조다.
한국 유통시장을 장악한 쿠팡의 성장세와 수익성은 괄목할만 하다.
쿠팡은 지난달 10일 감사보고서를 통해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45조4555억원, 영업이익 2조288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대비 18.69%, 영업이익은 40.87% 증가한 수치로 모두 역대 최대다.
순이익은 1조5891억원으로 전년 대비 37.02% 늘어났고, 이러한 수익성에 힘입어 지난해 최초로 배당을 실시했다. 중간배당 형태로, 당기순이익의 90% 이상인 1조4659억원을 지급했다. 배당금은 100% 지분을 보유한 쿠팡 Inc로 지급됐다.
◇ 매출은 한국에서, 수익은 미국으로
미 상장사인 쿠팡 Inc를 최정점으로 둔 쿠팡의 지배구조는 델라웨어의 세법을 철저히 이용하고 있다.
쿠팡㈜이 한국 유통 시장을 호령하며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한국에서 올려도, 그 과실의 종착지는 법인세율이 '제로'에 가까운 델라웨어주 등록법인이다. 미 상장사임을 내세워 국내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면서, 실질적 수익 관리는 조세 혜택이 극대화된 델라웨어에서 통제하는 이중적 행태다.
핵심은 하나로 좁혀진다. 쿠팡이 한국에서 창출한 이익을 미 델라웨어 등록법인으로 이전하여 국내에서 내야 할 정당한 법인세를 회피했는지 여부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토에 부응한 국세청이 지난해 12월 22일 서울 송파구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본사 등에 100명 안팎의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요원을 보내 세무조사에 필요한 회계 자료를 확보했지만, 아직 확인된 소식은 없다.
넉달이 지난 지금, 국세청 안팎으로 업계에서는 국세청이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고강도의 세무조사에 착수했지만 해당 의혹에 관해 특별한 단서를 건지지 못했다는 평가가 높다.
이에 따라 이익 이전의 또다른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특수관계자 지급 비용'이 손꼽힌다.
◇ 특수관계자 지급 비용의 '비밀'
지난달 10일 나온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IT 유지보수와 경영자문 등 '용역비' 형태를 활용해 2020년 1503억원, 2021년 3564억원, 2022년 4765억원, 2023년 6045억원, 2024년 9390억원, 2025년 1조4198억원을 특수관계자 비용으로 처리했다.
쿠팡은 연결 기준 2020년과 2021년, 5504억원 및 1조1208억원의 영업손실(적자)을 기록했는데, 당시에도 쿠팡 Inc 등 특수관계자에게 1503억원, 3564억원 등 5000억원을 넘는 금액을 '비용'으로 지급했다. 2020~2025년 6년간 쿠팡이 쿠팡 Inc 등 특수관계자에게 지급한 비용을 더하면, 총 3조9465억원에 달한다.
매출은 2020년 13조9235억원에서 2025년 45조4555억원으로 5년간 326% 늘은 반면, 특수관계자 비용은 945% 급증하면서 매출 성장세의 3배를 웃도는 수준으로 특수관계자에게 지급했다.
특수관계자 비용 처리의 명목인 '용역비' 또한 그 산정기준이 외부에 정확히 공개되지 않아 적정성을 판단하기 힘들다. 정상적인 비용 인정 요건은 ▲실질적인 업무 관련성 여부 ▲거래근거·계약서 등 객관적 증빙이다. 기업이 특수관계자 비용을 스스로 판단하여 신고해야 한다. 특수관계자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지는 쿠팡의 판단과 의사결정에 달려 있다.
적정성에 대한 최종 판단은 국세청 몫이다. 지난해 12월 돌입한 고강도의 세무조사 결론을 국세청이 어떻게 내릴지는 미지수다.
◇ 쿠팡의 빨대 경영, 전형적인 소득 이전 수법
특수관계자 비용 항목을 최대한 활용하는 쿠팡의 '빨대 경영'은 다국적 기업의 전형적인 세원 잠식 및 소득 이전(BEPS·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수법으로 읽힌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매출 대비 과도한 비용(증가율 2.9배)을 해외 특수관계자에게 지급함으로써 한국 내 영업이익을 고의로 과소 계상하고, 납세의 의무를 회피하는 방식이다. 혁신으로 포장된 '로켓제국'의 이면에는 오너 김범석 의장이 치밀하게 설계한 '조세 실종'의 미로가 깔려 있다.
공정위가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함에 따라, 쿠팡은 김 의장 자신과 친족이 보유한 해외 계열사 및 국내 계열사 간의 복잡한 내부거래를 낱낱이 공시해야 한다. 쿠팡 '빨대 경영'의 이면이 밖으로 드러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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