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이태영 기자]
이동의 개념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운전자가 사라지고, 인공지능이 도로 위 판단을 대신하는 ‘로보택시’가 더 이상 미래가 아닌 현실이 됐다. 한때 잇따른 사고와 과잉 기대 속에 좌초 위기를 겪었던 자율주행 산업은, 최근 인공지능 기술의 급진적 진화를 발판으로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미국과 중국 주요 도시는 로보택시가 유료 승객을 태우며 ‘사업’으로 안착한 단계다. 경쟁의 기준도 바뀌었다. ‘가능하냐’는 질문은 끝났고, 이제는 ‘얼마나 벌 수 있느냐’가 승부를 가른다. 반면 한국은 아직 시범운행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속도를 높이며 시장을 선점하는 사이, 국내 산업은 추격과 종속의 갈림길에 서 있다. 본지는 하나금융연구소 보고서를 토대로 3회에 걸쳐 로보택시 산업의 현재와 글로벌 패권 경쟁, 그리고 한국이 직면한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지난해 7월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무인이동체산업체엑스포 & 2025 자율주행모빌리티산업전에서 포니링크의 로보택시 코나EV가 전시되어 있다. [사진=뉴시스DB]
자율주행차는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니다. 운전자가 없는 차량이 실제 승객을 태우고 요금을 받는 ‘로보택시’가 세계 주요 도시에서 이미 운행 중이다.
지난 10여 년간 자율주행 산업은 극단적인 부침을 겪었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기술 낙관론이 팽배했지만, 2018년 보행자 사망 사고를 계기로 안전성 논란이 커지면서 산업 전반이 급격히 위축됐다. 이후 막대한 투자 대비 성과가 더디자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사업을 철수하며 회의론이 확산됐다.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최근이다.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하는 인공지능, 이른바 ‘파운데이션 모델’과 현실 세계를 이해하는 ‘피지컬 AI’가 도입되면서 자율주행 기술이 한 단계 도약했다. 기술적 진전과 함께 투자도 다시 증가하며 로보택시는 재도약 국면에 들어섰다.
[그래픽=하나금융연구소]
특히 2024년은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미국과 중국 일부 대도시에서 로보택시가 본격적인 유료 서비스에 들어가며 ‘실험’ 단계를 넘어 ‘사업’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피닉스, 오스틴, 우한, 베이징 등 주요 도시에서 상업 운행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로보택시 산업의 핵심 변화는 경쟁의 기준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자율주행이 가능한지 여부가 관건이었다면, 이제는 얼마나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고 실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
[그래픽=하나금융연구소]
운행 단계 역시 명확히 구분된다. 내부 시험주행과 무료 시범 서비스를 거쳐 유료 시범 단계를 지나면, 안전요원 없이 운영되는 완전 상업화 단계에 진입한다. 현재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이미 이 마지막 단계에 근접하거나 일부 지역에서 도달한 상태다.
로보택시는 특정 지역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성장한다. 초기에는 교외나 단순한 도로 환경에서 운영되지만, 이후 복잡한 도심으로 확대되며 기술과 사업성을 동시에 검증한다.
오유진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로보택시는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하나의 플랫폼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이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서비스와 수익 모델이 결합되면서 모빌리티 시장 전반의 구조를 바꾸고 있다"고 짚었다.
‘운전’이라는 행위가 사라지는 순간, 자동차 산업과 도시의 모습은 지금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로보택시는 그 변화의 출발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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