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 소설이 우리 가락으로 다시 태어나다…12월 12~13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
아비뇽 페스티벌 공식 초청·서울예술상 최우수상 수상작 '눈, 눈, 눈'…소리꾼 이자람과 고수 이준형의 무대
공연사진. 사진=경기아트센터
[경기인천본부=주간한국 최연훈 기자] 끝없이 펼쳐진 눈밭, 앞을 가로막는 거센 눈보라. 길을 잃은 두 남자가 혹독한 겨울밤을 견디며 자신이 살아온 시간을 돌아본다. 러시아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가 그려낸 인간의 욕망과 삶의 의미가 100여 년의 시간을 넘어 한국의 판소리로 다시 태어난다.
세계적인 공연예술 축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소리꾼 이자람의 창작 판소리가 경기도 관객을 찾아온다.
경기아트센터는 오는 12월 12일과 13일 오후 4시 대극장에서 이자람의 창작 판소리 '눈, 눈, 눈'을 무대에 올린다고 26일 밝혔다.
이 작품은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주인과 일꾼'을 바탕으로 인간의 욕망과 선택, 삶의 본질을 우리 전통 소리와 재담으로 재해석한 공연이다.
특히 올해 프랑스 제80회 아비뇽 페스티벌 공식 프로그램에 초청된 데 이어 2026 서울예술상 전통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으로, 한국 전통예술의 현대적 가능성을 보여준 무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연사진. 사진=경기아트센터
◇ 돈 좇던 상인, 눈보라 속에서 마주한 삶의 진실
이야기는 19세기 러시아의 혹독한 겨울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숲을 매입해 이익을 남기려는 상인 바실리는 일꾼 니키타를 데리고 길을 나선다. 그러나 두 사람은 예기치 못한 눈보라를 만나 방향을 잃고 끝없는 설원을 헤매게 된다.
차가운 바람과 쌓여가는 눈 속에서 바실리는 자신이 그토록 붙잡으려 했던 욕망과 삶의 의미를 다시 마주한다.
작품은 두 인물이 겪는 하룻밤의 여정을 통해 인간이 마지막 순간까지 지키려는 가치가 무엇인지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 같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은 화려한 무대장치나 대규모 출연진이 아니다.
소리꾼의 목소리와 몸짓, 고수의 북장단만으로 눈 덮인 러시아의 광활한 들판과 그곳에 갇힌 인물들의 내면을 그려낸다.
관객들은 이자람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인물들의 감정과 이준형의 장단을 따라가며 저마다의 상상 속에서 눈보라 치는 겨울밤을 만나게 된다.
공연사진. 사진=경기아트센터
◇ 헤밍웨이서 톨스토이까지…세계문학 판소리로 옮긴 이자람
이자람은 세계문학의 이야기를 한국 전통 판소리의 언어로 다시 풀어내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온 예술가다.
2007년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작품을 바탕으로 한 '사천가'를 발표하며 창작 판소리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고, 이후 '억척가'와 '노인과 바다' 등을 통해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확장해 왔다.
특히 2019년 발표한 '노인과 바다'에서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을 판소리로 옮겨 문학과 전통예술이 결합한 독창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이번 '눈, 눈, 눈'에서는 톨스토이의 작품을 선택했다.
이자람은 작품의 글을 직접 쓰고 소리를 만들었으며 무대에서는 여러 인물을 넘나드는 연기를 통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고수 이준형은 북장단으로 인물의 심리 변화와 극적인 흐름을 뒷받침한다.
두 사람은 125분 동안 전통 판소리의 서사적 힘을 중심으로 관객들에게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를 전달할 예정이다.
포스터. 사진=경기아트센터
◇ 아비뇽 무대가 선택한 한국의 소리…세계가 주목한 창작 판소리
'눈, 눈, 눈'은 지난해 4월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처음 공개됐다.
LG아트센터와 완성 플레이그라운드가 공동 제작한 작품으로 초연 이후 국내외 공연을 이어가며 주목받았다.
올해에는 서울예술상 전통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으며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 공식 프로그램에 초청되면서 국제무대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번 경기아트센터 공연은 해외에서 인정받은 창작 판소리를 경기도민들이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출은 이자람과 '이방인의 노래', '노인과 바다'를 함께 작업했던 양손프로젝트의 박지혜가 맡았다.
무대와 조명은 여신동이 담당한다.
전통 판소리 특유의 간결한 무대 구성을 유지하면서 빛과 색의 변화를 활용해 등장인물의 감정과 작품의 분위기를 표현할 예정이다.
◇ 겨울의 문턱서 만나는 특별한 울림…12월 12~13일 공연
경기아트센터는 이번 공연이 전통예술의 깊이와 현대 공연예술의 감각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상회 경기아트센터 사장이 이끄는 경기아트센터는 국내외에서 주목받은 우수 공연을 도민들에게 소개하고 다양한 장르의 공연예술을 접할 기회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경기아트센터 관계자는 이번 작품이 세계문학을 현대적인 판소리로 재창조하면서 전통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공연이라고 설명했다.
공연은 12월 12일과 13일 각각 오후 4시에 시작하며 관람시간은 휴식시간 15분을 포함해 총 125분이다.
관람 대상은 7세 이상으로 2019년생과 그 이전 출생자부터 입장할 수 있다.
티켓 가격은 R석 5만원, S석 4만원, A석 3만원이며 NOL을 통해 예매할 수 있다. 공연 관련 세부 사항은 경기아트센터 홈페이지나 전화로 확인하면 된다.
최연훈 기자 yhchoi@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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