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전기 플래그십 SUV ‘EX90’ 국내 출시 행사에서 볼보자동차 에릭 세베린손 CCO(왼쪽)와 볼보자동차코리아 이윤모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볼보자동차코리아 제공
1일 볼보자동차코리아가 플래그십 전기 SUV ‘EX90’을 공개하며 “역사상 가장 안전한 차량”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핵심 기술로 꼽히던 라이다(LiDAR)가 빠졌다는 점에서 시장의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현장 질의응답을 통해 드러난 EX90의 핵심 포인트를 짚어봤다.
■ “라이다보다 중요한 건 ‘두뇌’”…안전의 기준 바꾼 EX90
EX90의 가장 큰 특징은 특정 센서가 아닌 ‘통합 컴퓨팅’에 있다. 볼보는 라이다 유무보다 차량 전체 데이터를 통합 처리하는 ‘휴긴 코어(Hugin Core)’를 핵심으로 내세웠다.
이 시스템은 차량 내 다양한 센서 정보를 실시간으로 통합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구조다. 스마트폰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더 똑똑해지는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개념이 적용된 것이다.
볼보 측은 “안전은 단일 센서가 아니라 시스템 전체의 유기적 결합으로 완성된다”며 “이런 구조 덕분에 EX90은 시간이 갈수록 더 안전해지는 차”라고 설명했다.
■ “배터리부터 다르다”…열폭주 막는 3중 안전장치
최근 전기차 화재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EX90은 배터리 안전 기술에서도 차별화를 강조했다.
핵심은 ‘열폭주 사전 감지 시스템’이다. 일반적인 배터리 관리 시스템이 전압과 온도를 감지하는 수준이라면, EX90은 배터리 내부 압력 변화까지 감지한다. 열 이상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기 위한 장치다.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파이로 퓨즈(Pyro Fuse)’가 즉시 작동해 전기 흐름을 차단한다. 배터리 전면과 후면에서 동시에 작동하는 이 장치는 에너지 확산을 물리적으로 막는 역할을 한다.
볼보 측은 “열폭주 가능성을 사전에 관리하고, 발생 시에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 “가격 낮춘 이유 따로 있다”…전기차 시장 정면 승부
최근 EX30에 이어 EX90까지 가격 경쟁력을 강화한 배경도 공개됐다. 일각에서 제기된 ‘중국 생산 물량 소진’ 논란에 대해 볼보 측은 선을 그었다.
핵심 이유는 시장 환경 변화다. 특히 테슬라(Tesla)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이 전기차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쳤고, 이에 대응해 전략적 조정을 했다는 설명이다.
볼보는 단순 판매량 확대보다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서 세그먼트별 리딩 모델”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연간 판매 3만 대, 점유율 10% 확보가 목표다.
■ “구글 지도·AI 도입은 검토 중”…한국형 서비스에 방점
인포테인먼트와 AI 기능도 진화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과 동일한 방식이 아니라 국내 기업들과의 ‘한국형 최적화’에 초점을 맞췄다.
현재는 국내 환경에 맞춘 음성 인식 AI를 중심으로 개발이 진행 중이며, 구글 지도 도입 역시 도로 환경 적합성 검증을 거쳐 결정할 방침이다.
볼보 측은 “기술 도입 속도보다 완성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EX30 리콜·배터리 논란 “현재 판매 차량과 무관”
최근 제기된 배터리 관련 우려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EX30 리콜은 총 546대 규모로, 이미 판매된 초기 물량에 한정된 사안이라는 설명이다.
해당 차량은 배터리 셀 교체 또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방식으로 조치가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 판매 중인 차량과는 무관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 “숫자보다 기준”…볼보식 안전 철학
EX90은 유럽 신차 안전도 평가인 Euro NCAP에서 최고 등급을 획득했지만, 볼보는 점수 자체보다 자체 기준을 더 강조한다.
업계 통상 수준을 넘어서는 추가 테스트를 진행하고, 다양한 시나리오에서 안전성을 검증한다는 것이다.
EX90은 단순히 ‘안전한 전기 SUV’를 넘어, 자동차 안전의 기준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로 읽힌다. 라이다를 빼고도 “더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와 통합 시스템’에 있다는 것.
전기차 시대, 소비자들이 묻는 질문도 달라지고 있다. “센서가 몇 개냐”가 아니라 “이 차는 얼마나 똑똑하게 위험을 피하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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