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로 만든 로컬 떡 지도.
설날엔 떡국, 추석엔 송편. 떡은 오랜 시간 한국인의 식탁에서 명절과 잔치의 상징으로 자리해왔다. 그러나 최근 떡의 위상은 달라지고 있다. ‘별식’을 넘어 일상 간식이자 디저트로 소비되며, 젊은층 사이에서는 ‘떡픈런(떡+오픈런)’, ‘떡케팅(떡+티케팅)’, ‘떡지순례(떡+성지순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특정 떡을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지역을 찾는 소비 문화가 확산되면서 떡은 이제 하나의 ‘관광 콘텐츠’로 진화하는 흐름이다.
최근 광주의 창억떡 호박인절미 열풍 역시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에 있다. 특정 지역의 떡이 도시 방문의 이유가 되는 현상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전국 곳곳에는 이미 지역의 역사와 특산물, 그리고 이야기를 품고 사랑받아온 ‘로컬 떡 명물’이 자리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전남 영광군의 ‘모싯잎 송편’이다. 모싯잎은 예로부터 영광 지역에서 많이 재배된 식물로, 향과 색이 뛰어나 떡 재료로 널리 쓰여왔다. 모싯잎을 넣은 송편은 특유의 쌉싸름한 향과 쫀득한 식감이 특징으로, 일반 송편보다 쉽게 굳지 않는 장점도 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명절 음식에서 지역 대표 특산품으로 자리 잡으며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었다.
전남 화순군의 ‘기정떡’도 빼놓을 수 없다. 막걸리를 발효시켜 만드는 기정떡은 폭신한 식감과 은은한 단맛이 특징이다. 특히 화순 지역은 쌀과 발효 문화가 발달한 곳으로, 기정떡이 자연스럽게 지역 대표 먹거리로 자리 잡았다. 여름철에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가벼운 식감 덕분에 간식용으로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지역 농산물과 기후, 식문화가 결합된 떡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지역을 닮은 맛’으로 소비된다.
지역 특산물과 결합해 발전한 떡도 전국 곳곳에서 확인된다.
강원 지역의 대표 전통떡인 감자떡은 감자 재배가 활발한 지역 특성을 반영한 음식이다. 감자를 갈아 만든 반죽에 소를 넣어 만든 감자떡은 쫀득하면서도 담백한 맛으로 사랑받는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감자가 지역 식문화로 자리 잡으며 자연스럽게 떡으로 발전한 사례다.
강원 정선에서는 단오를 전후해 수리취의 어린잎을 따 만들어 먹던 ‘수리취떡’이 유명하다. 짙은 녹색의 수리취를 넣어 만든 이 떡은 쫄깃한 식감과 함께 특유의 향긋한 풍미가 특징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오메기떡은 제주 고유의 떡 문화다. 차조를 주재료로 만들어 팥고물을 묻힌 이 떡은 과거 제사 음식에서 시작해 제주를 대표하는 먹거리로 자리 잡았다. 관광객들이 기념품처럼 구매하는 대표 간식이 됐고, 지역 내 다양한 떡집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오메기떡을 선보이며 ‘제주 떡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대구의 꿀떡 역시 지역 간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작고 동그란 모양에 달콤한 시럽을 더한 꿀떡은 시장 간식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크기와 달콤한 맛 덕분에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폭넓은 소비층을 형성하고 있다.
특산물뿐 아니라 특정 떡집 자체가 지역 명물이 되는 경우도 있다.
전남 순천시의 화월당은 1929년부터 3대째 이어온 지역 대표 제과점으로, ‘찹쌀떡’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사례다. 프랜차이즈 빵집 확산 속에서도 찹쌀떡과 볼카스테라로 명맥을 이어오며, 순천을 찾으면 들러야 할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경기도 파주의 ‘영의정 인절미’ 역시 대표적인 사례다.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지며 ‘공구 아이템’으로 유명해졌고, 지금은 문을 열기 전부터 줄이 늘어서는 떡집으로 자리 잡았다. 부드러운 인절미와 앙금, 풍부한 콩가루의 조합이 특징으로, 한 번 맛보면 다시 찾게 되는 ‘중독성’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떡을 둘러싼 소비 방식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전북 익산의 익산농협 ‘생크림 찹쌀떡’은 대표적인 ‘떡케팅’ 사례다. 온라인 판매가 열리면 몇 분 만에 품절될 정도로 인기를 끌며, 구매 자체가 경쟁이 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부드러운 생크림과 쫀득한 찹쌀떡, 카스테라의 조합은 전통과 디저트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떡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떡은 재료와 형태, 소비 방식까지 변화하며 젊은층 중심의 ‘핫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떡이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지역을 움직이는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광주의 호박인절미 열풍은 이러한 전국적 흐름 속에서 나타난 하나의 사례다. 영광의 모싯잎송편, 화순의 기정떡, 제주 오메기떡처럼 이미 자리 잡은 지역 떡 명물과 함께, 이제는 특정 브랜드와 콘텐츠가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로컬 떡’이 등장하고 있다.
박현아 기자 haha@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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