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희 에루디오바이오 한국법인 대표
"분당서울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과 공동 연구가 시작됩니다. 2027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목표로 본격적인 임상 검증에 들어갑니다."
실리콘밸리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에루디오바이오가 분당서울대병원에 이어 계명대 동산병원과 암 표지자 동시 검출 기술 공동 연구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의료기관을 동시에 활용하는 이른바 '투트랙 전략'으로 임상 검증 범위를 넓혀 2027년 식약처 허가를 받겠다는 구상이다.
윤성희 에루디오바이오 한국법인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지역을 나눠 다양한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임상에 나설 수 있게 됐다"며 "현재 두 병원과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승인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에루디오바이오 기술의 핵심은 여러 암 표지자를 한 번에 검출하는 멀티플렉스 방식이다. 기존 건강검진센터에서는 암 표지자 6종을 각각 따로 검사한다. 윤 대표는 "상용화되면 동일한 6종 검사를 기존의 약 3분의 1 가격에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가격 문턱이 낮아지면 선택률이 올라가고 조기 발견율도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술은 검사 한 번으로 여러 바이오마커를 동시에 측정하는 반도체 기반 검사 플랫폼이다. 바이오마커는 혈액 속 단백질 등 질병과 연관된 신호를 의미한다. 현재는 항목별로 시약을 달리해 각각 측정하지만, 에루디오바이오는 반도체 칩 위에 지름 약 1㎛ 크기의 미세 구멍을 수천 개 만들고 전기장을 걸어 혈액 속 표적 물질의 반응을 읽어낸다. 이 과정에서 복수의 바이오마커를 동시에 잡아낼 수 있다. 회사는 이를 VSA(Versatile Smart Assay) 기술이라고 부른다.
윤 대표는 "여러 표지를 동시에 검출하면 공정과 시간, 재료가 줄어 단가가 내려간다"며 "반도체는 양산 체제에 들어가면 칩 1개당 제조비가 크게 낮아질 수 있어 추가 가격 인하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창업 초기 대형 병원과의 협업은 쉽지 않았다. 윤 대표는 국내 대학병원을 직접 찾아다니며 기술을 설명했고, 결국 분당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와 협력에 성공했다. 그는 "기술이 검증된다면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반응을 들었다"고 말했다.
에루디오바이오는 VSA 기술을 신약 개발 분야로도 확장할 계획이다. 약물 후보가 단백질과 어떻게 결합하고 반응하는지를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는 '바이오티캐드(BioTiCAD)' 플랫폼을 개발 중이며, VSA를 활용해 시뮬레이션의 정확도를 검증하겠다는 구상이다.
윤 대표는 "글로벌 재단의 지원 확보는 우리 기술이 인류에 기여할 수 있다는 신호"라며 "허가와 상용화를 통해 실제 의료 현장에서 쓰이게 만드는 것이 다음 단계"라고 말했다.
에루디오바이오는 2023년 스탠퍼드대 출신 백기현 박사와 윤 대표가 실리콘밸리에 설립했다. 윤 대표는 삼성전자와 아마존에서 AI 프로젝트를 이끌었고, SK하이닉스 부사장과 AI 스타트업 가우스랩스 초대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냈다. 회사는 지난해 글로벌 재단에서 지원금 100만달러를 받았고 바이오티캐드 개발에 투입됐다. 2023~2024년 실리콘밸리 시드 투자를 마쳤으며, 프리시드 기업가치는 2000만달러였다.
[실리콘밸리 원호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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