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타고 나타난 톰 크루즈, 가발 장인 손부터 잡았다…“미국서 와줘 고맙다”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톰 크루즈의 파격 변신 뒤에는 촬영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긴급 투입된 위그메이커 다이아나 최가 있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다른 제작자의 손을 거쳤다. 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결국 제작진은 다시 다이아나 최를 찾았다.
그렇게 완성된 가발을 본 톰 크루즈는 두 손으로 다이아나 최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말했다.
“예술 작품이다.”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영화 ‘디거(Digger)’에서 톰 크루즈의 외형 변신을 완성한 다이아나 최가 작업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디거’에서 톰 크루즈는 석유 재벌 디거 록웰로 변신한다. 익숙한 액션스타의 얼굴을 지우고 특수분장과 가발을 더해 전혀 다른 인물을 만들어냈다.
다이아나 최의 작업은 시작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세계적인 특수분장 아티스트 카주 히로와 테스트 메이크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감독은 평소 함께 일하던 팀의 가발 제작자를 쓰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다이아나 최는 물러났다.
“감독도 익숙한 팀과 작업하고 싶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꺼이 양보했다.”
하지만 다른 제작자가 만든 가발은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다시 다이아나 최에게 연락이 왔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촬영까지 불과 3주. 미국에서 가발을 만든 뒤 영국으로 건너가 최종 작업까지 끝내야 했다.
또 다른 변수가 있었다. 당시 영국 프로덕션은 카주를 제외한 미국 스태프를 추가로 고용하지 않는 방침이었다.
결국 다시 영국 현지 제작자가 투입됐다. 하지만 두 번째 테스트 결과 역시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리고 촬영을 단 일주일 앞두고 세 번째 연락이 왔다. 다시 다이아나 최였다.
다이아나 최는 이번엔 조건을 걸었다. 직접 영국으로 건너가 마지막 작업까지 해야 한다는 것. 제작진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극적으로 ‘디거’ 현장에 합류했다.
30년 넘게 할리우드에서 일해온 다이아나 최에게도 이례적인 경험이었다.
“다른 제작자에게 넘어간 일을 다시 맡은 건 개인적으로도 뜻깊었다. 무엇보다 제가 추구하는 완성도를 끝까지 구현할 기회를 얻었다는 점이 기뻤다.”
우여곡절 끝에 만든 가발은 톰 크루즈에게 향했다. 두 사람이 직접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이아나 최가 세트에서 가발 착용 상태를 확인하며 자신을 제작자라고 소개하자 톰 크루즈는 두 손으로 그의 손을 잡았다.
미국에서 자신을 위해 영국까지 와준 데 대해 직접 감사를 전했다.
이어 완성된 가발을 단순한 가발이 아닌 ‘예술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주변 스태프에게 다이아나 최를 직접 소개하며 작업을 칭찬하기도 했다.
다이아나 최는 그 순간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그가 톰 크루즈와 처음 만난 건 이번이지만 인연은 훨씬 오래됐다.
과거 ‘미션 임파서블’과 ‘트로픽 썬더’ 작업에도 참여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톰 크루즈는 자신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미셸로부터 과거 다이아나 최의 특수분장 작업에 관해 들었던 기억까지 떠올렸다.
다이아나 최는 “오랜 시간이 지난 작업과 사람을 기억하고 직접 감사를 표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다이아나 최가 기억하는 톰 크루즈는 현장에 들어오는 순간 공기부터 바꾸는 배우다.
“체구가 특별히 큰 배우는 아니다. 그런데 세트장에 들어오는 순간 현장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목소리와 몸짓,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나오는 존재감이 굉장했다.”
촬영장 보안도 남달랐다.
영국 스튜디오에 마련된 세트에 톰 크루즈가 헬리콥터를 타고 도착한 뒤 차량으로 이동했다. 별도 공간에는 개인 트레일러와 메이크업, 의상 및 작업용 트레일러가 배치됐다.
차량에서 내린 뒤에도 보디가드와 함께 외부에서 보이지 않도록 가려진 동선을 거쳐 전용 출입구로 세트에 들어갔다.
수많은 대형 작품에 참여한 다이아나 최에게도 상당히 철저한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그의 기억에 더 강하게 남은 건 헬리콥터도, 경호도 아니었다.
자신의 손으로 만든 가발을 알아보고 ‘예술 작품’이라고 불러준 배우의 한마디였다.
가발 한 점에는 수많은 시간과 손길이 들어간다. 제대로 만들어질수록 관객은 오히려 가발이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다.
보이지 않아야 성공하는 작업이다. 다이아나 최는 “가발은 단순한 소품이 아니다. 배우의 캐릭터와 작품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한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다이아나 최는 영화 ‘다키스트 아워’에서 게리 올드만이 윈스턴 처칠로 변신하는 데 필요한 특수가발을 제작하며 아카데미 분장상 수상 작업에 힘을 보탰다.
이어 HBO ‘더 펭귄’에서도 특수분장 작업으로 다시 한번 할리우드 정상급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이번엔 톰 크루즈다.
두 차례 다른 손을 거쳐 돌아온 가발. 촬영까지 남은 시간은 단 일주일이었다. 그 마지막 일주일 끝에 톰 크루즈가 남긴 말은 짧았다.
“예술 작품.”
30년 넘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배우의 얼굴을 완성해온 다이아나 최에게 그 말은 또 하나의 훈장으로 남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