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낙폭 딛고 5438.87 마감
전쟁·터보퀀트 우려에 240P 출렁
외인 7거래일째 팔자…반도체 집중
개미들 2.7조 순매수로 지수 방어
“고유가·고환율 멈춰야 외인 귀환”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27일 코스피 종가와 원·달러 환율, 코스닥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중동 전쟁 장기화로 널뛰기 장세가 이어지면서 코스피가 하루 240포인트 이상 출렁였다. 그나마 개미들의 매수세로 하방을 지지하고 있지만 두 달 새 50조 원 이상 팔아치운 외국인의 매도세는 불안 요인으로 부각되는 모습이다. 외국인 매도가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되면서 삼성전자 외국인 지분율은 12년 6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고유가·고환율 여건이 이어질 경우 외국인의 매도 흐름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7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40%(21.59포인트) 내린 5438.87로 장을 마쳤다. 이란 전쟁 불확실성에 구글 터보퀀트에 대한 불안감이 겹쳐 한때 4% 넘게 하락하며 5200선 초반까지 밀렸으나 터보퀀트 우려가 다소 완화되고 개인투자자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돼 낙폭을 줄였다.
외국인은 이달 19일부터 7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3조 8882억 원을 포함해 이달 들어 총 30조 3827억 원을 순매도했다. 2월 이후 51조 4557억 원을 팔아치운 것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다. 반대로 개인은 이날 2조 7128억 원을 포함해 이달에 30조 6878억 원을 사들였다.
외국인의 순매도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코스피가 75.63%, 올해 들어 29.06% 상승하면서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진 데다 중동 전쟁 장기화 가능성에 따른 불확실성 회피 심리가 겹쳤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유가증권시장 내 외국인 보유 비중은 이날 기준 36.98%로 1년 전(32.6%)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외국인의 추가 매도 가능성이 여전하다고 보는 이유다. 백영찬 상상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의 매도세는 1월 이후 상승한 수익을 실현하고 기계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기 위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불확실성을 특히 싫어하기 때문에 종전과 같은 긍정적인 이벤트가 있기 전까지는 좀 더 매도를 이어갈 수 있다”고 짚었다.
외국인의 순매도는 주가가 급등한 반도체 등 시가총액 대형주에 집중됐다. 이달 외국인 순매도액 가운데 삼성전자(15조 5586억 원)와 SK하이닉스(6조 3193억 원)의 비중이 72%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0.22%, 1.18% 하락해 17만 9700원, 92만 2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26일 기준 48.90%로 2013년 10월 1일(48.87%) 이후 12년 6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삼성전자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해 11월 3일 52.63%로 고점을 찍은 뒤 하향 추세를 보이다 중동 전쟁 발발 후 49% 아래로 빠르게 하락했다.
이 외에도 현대차(2조 7502억 원), 기아(9322억 원), LIG넥스원(6784억 원) 등이 순매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쟁, 터보퀀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 등 사태가 지금보다 더 악화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외국인의 국내 증시에 대한 기계적인 비중 조절, 차익 실현 유인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단기적으로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와 원화 약세가 이어질 경우 외국인의 매도세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고유가와 인플레이션 부담까지 더해져 시장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 산업에서 안도감을 주는 이벤트가 나와야 미국 시장이 반등할 수 있고 그것이 외국인 매수 흐름을 유추해볼 수 있는 힌트가 될 것”이라며 “전쟁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커진 만큼 종전이나 휴전 이벤트가 나오더라도 증시 회복 속도는 더딜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불안 요소는 코스피 하방이 다시 내려오고 있다는 점이다. 3월 들어 장중 최저가는 9일의 5096.16이었고 변동성 장세 속에서도 18일 종가는 5925.03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중동 전쟁이 4주 차에 접어들면서 23일 5397.94, 26일 5448.12, 27일 5220.10으로 계단식 하락 조짐이 보인다. 국내 증시가 이달 급락 뒤 급등 패턴을 반복하며 개미들의 저가 매수 전략이 성공한 듯 보이지만 실탄인 투자자 예탁금은 이달 4일 132조 682억 원으로 최대치를 찍은 뒤 26일 111조 5790억 원으로 20조 원가량 줄었다. 고태봉 iM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5000을 하단 지지선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반도체 현물 가격과 빅테크의 인공지능(AI) 설비투자 방향, 환율과 연결된 외국인 수급이 당분간 시장의 핵심 변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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