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대 과학기술원 전환 공약
영재 중심 기존 설계와 달라야
‘알파고 대국’ 이후 정확히 10년 만인 지난 4월, 데미스 허사비스 박사가 한국을 다시 찾았다. 방송에도 출연해 인공지능(AI)이 바꿀 미래에 대한 전망과 미래 세대의 교육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원리 이해 중심의 과학 학습을 장려하고 창의적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한 그의 교육관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는 4세 때 체스를 시작해 13세 때는 마스터에 등극할 정도로 신동이었다. 체스 대회 상금을 모아 스스로 첫 컴퓨터를 샀고, 학교 공부와는 별개로 게임을 직접 만들고 놀면서 컴퓨터 코딩을 독학했다고 한다. 어린 나이부터 자기 주도로 창의적인 경험을 쌓아 나간 것이 인상적이다. 중간에 1년 정도 재택교육을 받기도 했고 월반도 했지만, 정규 교육과정의 틀 내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쳤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16세에는 케임브리지 대학교 컴퓨터과학과에 합격했는데, “나이가 너무 어리니 1년 뒤에 입학하라”는 통보를 받고 게임 회사에 입사하게 된다. 이후 세계적인 게임의 핵심 개발자가 되었지만, 다시 학교로 돌아와 20세에 학부를 마치고 창업을 선택했다. 비교적 늦은 나이인 30대에는, 인공지능을 제대로 개발하기 위해 인간의 뇌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에, 런던 대학교에 진학해 인지신경과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뇌과학과 컴퓨터를 융합해 단백질 구조를 AI로 예측하는 등, 전 세계 과학계의 판도를 바꿀 파괴적 혁신을 이루었기에 2024년에 노벨 화학상과 기사 작위까지 받게 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다음으로, 허사비스 박사보다 어리지만, 그보다 먼저 우리나라 방송에서 소개된 바 있는 쇼 야노 박사의 삶을 톺아보자. 당시 IQ가 200 이상으로, 2세에 글을 읽고, 5세에는 작곡을 시작했다고 한다. 한국계 어머니가 주도한 재택교육을 통해 8세에 고교 과정을 마치고 로욜라 대학교 생물학과에 진학했다. 입학 3년 만에 최우등으로 학부를 졸업한 뒤, 시카고 의대에서 18세에 분자유전학 및 세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게 된다.
세상의 많은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영재였지만, 야노 박사는 환자를 치료하며 연구하는 ‘임상 의사이자 교수’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21세의 나이로 최연소 의학박사가 된 그는 존스 홉킨스 병원에서 유전학 연구로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전통적인 의대 교수 양성 과정을 ‘매우 빠르게 따라간’ 형태다. 연구 분야도 인류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패러다임 전환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물론 본인의 가치관에 따른 선택이겠지만, 평범한 의대 교수 중 한 명으로 남기에는 그의 천재성이 못내 아쉽다.
한국의 영재교육은 일반적으로 과학고 진학 후 과학기술원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따른다. 과기원에 근무하는 지인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과학고를 졸업한 학생들이 저학년 때는 두각을 나타내지만, 대학원으로 올라가면 일반고 출신 학생들과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에서 영재로 식별되는 학생들은 대부분 ‘빠른 학습자’였을 뿐이기 때문이다. 조기교육의 효과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흐려질 수밖에 없다.
이번 지방선거 때 ‘국립창원대 과기원 전환’ 공약이 논의된 바 있다. 대한민국에 과기원을 하나 더 만들 계획이라면 단순히 빠른 학습자만을 중심으로 설계된 기존 과기원들과는 달라야 한다. 허사비스 박사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축적한 사회인이나 나이가 조금 많더라도 꾸준한 혁신을 추구할 수 있는 ‘느린 영재들’을 위한 과기대학원이 경남에 하나쯤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한성태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US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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