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미국 캔터키주 메이즈빌에서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이 작은 시골 마을에 사는 델시아 베어(54)와 아이다 허들스턴(83) 모녀는 367억여원에 달하는 보상금을 거절하고 자신들의 소유 땅을 팔지 않았다. 그 이유는 자신들의 땅이 AI데이터 센터 부지로 쓰이는 것을 반대한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데이터 센터가 들어설 경우 보상금과 일자리 등 경제적 이익이 주어지지만 소음이나 물·전기 사용량 급증, 공공요금 상승 등 부작용도 크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기독교 신자인 베어의 경우 인공 지능이 인류를 파괴할 것이라는 데도 공감을 표시했다.
이렇게 미국에서는 데이터 센터 건립이 잇달아 좌초되고 있다. 뉴욕주도 최근 급증하는 데이터 센터 건설을 1년간 제한하는 조치를 내렸다. 전력과 수자원에 전례 없는 부담을 주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미국 전체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데이터 센터 건설 찬성 비율은 겨우 26%에 불과했다.
아닌 게 아니라 데이터 센터는 ‘전기·물 먹는 하마’다. 데이터 센터는 지난해의 경우 전 세계 전력 소비의 1.5%를 차지했다. 2030년에는 두 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전력 생산에 필요한 화석연료를 감안할 경우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최대 3.7%를 차지한다는 분석이다. 필요한 물의 양도 어마어마하다. 미국 콜로라도강은 최근 지하수가 약 342억톤이나 감소했다. 주변에 건설된 데이터 센터의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이렇게 물이 많이 필요한 것은 서버 열을 식히는데 막대한 냉각수가 필요한 데 따른 것이다.
상황이 악화되자 빅테크들은 동남아 등 다른 나라에 데이터 센터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이는 해당 국가에 또 다른 갈등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화오션이 지난달 태국서 열린 에너지 전시회에서 ‘바다 위 데이터 센터’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60MW급 부유식 데이터센터(FDC)다. 이 장비는 바다에서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바닷물을 이용한 냉각 시스템으로 에너지 효율도 극대화했다. 블록을 조립하듯 맞춤형으로 제작하는 모듈화 기술도 적용했다. 한화오션은 최근 글로벌 선급인 미국선급협회(ABS)로부터 60MW급 FDC 설계에 대한 기본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데이터센터 건설이 벽에 막히자 여러 가지 관련 신기술이 선을 보이고 있다. ‘바다 위 데이터센터’ 외에도 액침 냉각 시스템이나 댐 심층수 활용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아직 확실한 대안이 나오고 있지는 않다. 전문가들은 얼마나 강력한 AI를 만드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적은 자원으로 AI를 돌리느냐가 경쟁력의 원천이 됐다고 본다. 전력과 물은 한정된 자원이다. 이를 AI가 대량으로 소비하는 것은 우려스런 상황이다. “챗GPT에게 질문 한 번 할 때마다 생수 한 병이 사라진다”는 말이 있다. 소비자들 역시 AI의 어두운 측면을 인식하고 가능한 한 AI 사용을 절약해야 할 때가 왔다.
전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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