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형 산업부 차장
글로벌 산업 지형이 인공지능(AI)을 단순한 기술적 보조가 아닌 핵심 생산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생성형 AI를 지나 이제는 제조, 인사, 재무, 노무 등 기업 운영 전반에 실질적인 수익 모델과 효율화 시스템을 안착시키는 전략에 속도가 붙은 것이다.
국내 주요 기업들도 AX(AI 전환)를 전 사업 영역의 인프라로 구축하며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글로벌 생산 거점의 완전 자율화를 완성하는 인텔리전트 팹(Intelligent Fab) 로드맵을 가동 중이다. 이는 기획부터 생산, 품질 관리까지 전 공정에 LMM(거대멀티모달모델) 기반의 제조 에이전트와 디지털 트윈을 도입해 공정 이상을 스스로 감지하고 해결책을 자율 실행하는 시스템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에서 검증한 기술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 체제를 본격화했다. 가상 세계에 공장을 구현해 시뮬레이션하는 메타 팩토리 기술은 미국 조지아주의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에 적용돼 현재 양산 안정화 단계에 돌입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현장의 물리적 AX를 주도하고 있다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시선은 소프트웨어와 기업 경영 전반을 아우르는 생태계 장악을 향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단순히 AI를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기업용 소프트웨어 전반에 AI 코파일럿을 전면 통합했다. 이를 통해 포춘 500대 기업의 60% 이상을 고객사로 확보해 데이터 분석과 문서 작성 시간을 평균 30% 이상 단축시켰다. 특히 애저(Azure) 클라우드 매출이 30%대 성장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AI 서비스가 전체 성장률의 8~10%포인트를 견인하며 실질적인 수익화 모델로 안착시켰다.
인사와 노무 관리 영역에서도 글로벌 기업들의 체질 개선 속도는 매섭다. 아마존(Amazon)은 사내용 생성형 AI 비서를 전면 도입했다. 대규모 AI 역량 강화 프로젝트를 통해 임직원들이 AI를 활용해 스스로 업무 공정을 단축하고 혁신 사례를 창출하도록 조직 문화를 탈바꿈하고 있다. 액센추어를 비롯한 글로벌 컨설팅 그룹도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전 임직원의 AI 교육과 역량 인증을 필수화하는 등 조직의 DNA 자체를 AI 중심으로 재편하며 인적 자원의 질적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재무와 경영 전략 측면에서도 글로벌 기업들은 데이터의 단순 활용을 넘어 자산화에 집중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은 재무 전략의 핵심을 AI 플랫폼 구축으로 정의하고 기존 인력이 수작업으로 진행하던 관리회계 데이터 취합, 이상 거래 검증, 비용 배부 등 결산 보조 업무를 AI 자동화 시스템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이렇게 확보된 인력과 시간은 AI가 도출한 정밀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투자 전략 수립에 투입된다. 구글도 최신 멀티모달 AI 제미나이 3를 통해 기업의 방대한 비정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경영 자산으로 전환하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제 글로벌 산업계의 시선은 조직 전반의 뼈대를 바꾸는 AI 내재화의 속도전으로 향해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의 조사에 따르면 일찌감치 전사적인 AI 내재화에 도달한 선도 기업들은 전체 영업이익(EBIT)의 20% 이상을 AI를 통해 직접 창출하며 기존 방식을 고수하는 기업들과의 수익성 격차를 크게 벌린 것으로 나타났다. 누가 더 빨리 기업의 체질에 AI를 적용하느냐의 문제가 생존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다만 속도전에 매몰돼 AI를 단순한 인력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삼는 것은 가장 경계해야 할 함정으로 꼽힌다. 진정한 생존 게임의 승자는 일자리를 지우는 기업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AI로 조직의 체질을 고도화한 기업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다론 아세모글루 MIT 교수는 "기업이 AI를 인건비 절감을 위한 단순 자동화 도구로만 쓴다면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며 "노동자를 대체하는 대신 그들의 능력을 보완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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