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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데스크시각] AI 전쟁 설계자, 알렉스 카프

인공지능(AI)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필요한 인재는 현장에서 복잡한 장치의 문제를 직접 짚어낼 줄 아는 사람, AI를 도구로 삼아 현실의 문제를 푸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팔란티어가 구축한 미 육군의 AI...

[데스크시각] AI 전쟁 설계자, 알렉스 카프
김준엽 디지털뉴스센터 콘텐츠랩장
요즘 가장 눈길을 끄는 실리콘밸리 인물이라면 단연 알렉스 카프다. 팔란티어 최고경영자(CEO)인 그는 더 이상 대학 졸업장이 필요 없다고 말한다. 현재 교육체계가 양산하는 대졸자들이 ‘고스펙 멍청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악시오스 인터뷰에서 “예일 같은 학교에 갔을 법한 사람, 전형적으로 높은 IQ에 일반적인 지식만 갖고 있다면, 당신은 끝났다”고 단언했다. 인공지능(AI)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필요한 인재는 현장에서 복잡한 장치의 문제를 직접 짚어낼 줄 아는 사람, AI를 도구로 삼아 현실의 문제를 푸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팔란티어가 구축한 미 육군의 AI 전장 분석 시스템 ‘메이븐’을 가장 잘 운용하는 인물은 전문대 졸업 경력의 전직 경찰관이다. 카프는 “기존의 스펙 검사 방식으로는 그의 대체 불가능한 재능을 절대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카프는 대학, 학점, 전공 같은 스펙 대신 테러리스트의 미세하고 수상한 낌새를 낚아채는 경찰관의 본능을 주목했다.

팔란티어는 ‘메리토크라시 펠로십’을 운영 중이다. 고등학교 졸업생을 선발해 4개월 유급 인턴십을 제공하는 이 프로그램의 모집 문구는 “빚도 세뇌도 건너뛰어라”다. 미국의 Z세대는 현재 평균적으로 약 9만4000달러의 개인 부채를 안고 사회에 나온다. 대졸자 58%가 졸업 후에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고, 빅테크 기업들의 신입 채용 규모는 2019년 대비 절반 이하로 줄었다.

카프가 더 크게 목소리를 높이는 곳은 실리콘밸리의 도덕적 방관이다. 그는 “기술 기업들이 국가 안보를 외면하고 상업용 앱이나 만들고 있다”고 꾸짖는다. 냉전 시대 미국이 소련을 제압했던 것은 핵무기와 우주 개발에 민간의 두뇌가 총동원됐기 때문이다. 그 역사적 교훈이 오늘날의 실리콘밸리에서는 실종됐다는 것이 카프의 비판이다. 이 비판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사례가 ‘프로젝트 메이븐’이다. 2018년 구글은 미군의 드론 영상 AI 분석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가 “전쟁을 위해 일할 수 없다”는 직원들의 집단 반발에 부딪혀 결국 손을 뗐다. 팔란티어가 그 자리를 채웠다.

AI가 전쟁의 판도를 바꿨다는 것은 이제 가설이 아닌 현실이다. 올해 초 미국의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 체포,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는 모두 팔란티어와 클로드가 적극 활용됐고, 위력을 실감했다. AI 전쟁에서도 카프와 다른 실리콘밸리 CEO들의 철학적 괴리가 나타난다. 구글, 앤트로픽 등은 윤리적 이유를 들며 발을 뺐다. 앤트로픽은 미 국방부가 “클로드의 안전장치를 해제하고 자율 살상무기에도 사용할 수 있게 하라”고 요구하자 이를 거부했다. 결국 국방부는 앤트로픽을 ‘공급망 위험’으로 지정하고 2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파기했다.

반면, 카프는 강력한 AI 무기 체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적이 싸움을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압도적이고 치명적인 무기를 가져야 실질적인 평화가 유지된다는 논리다. 반대로 중국, 러시아 등이 AI 경쟁에서 주도권을 쥐면 서구사회의 가치인 인권, 자유 등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옳고 그름을 따질 여유보단 생존이 우선이라는 식이다. 실제로 중국은 딥시크로 대표되는 자체 AI를 군사 분야에 접목하고 AI 전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AI가 인재 선발 기준을 바꾸고 전쟁을 설계하며 국가의 운명을 가르는 세계는 이미 현실이 됐다. AI에서 뒤처지는 것은 단순히 경쟁에서 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지킬 능력을 잃는 일이다. 준비된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의 차이는, AI 앞에서 더 이상 좁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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