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에 수익성 악화하자 해외로 활로 모색
단순 도급 탈피해 도시개발·AI 데이터센터 등 고부가가치 사업 집중
공적개발원조 금융 지원과 현지 규제 완화 맞물려 '기회의 땅' 부상
시공 중인 한 아파트 건설현장. 사진=이지경제
국내 건설업계가 고금리, 공사비 급등, 미분양 리스크라는 '삼중고'에 갇히면서 베트남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 낙점하고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과거 인건비를 따지던 단순 토목 위주의 수주 방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한국형 신도시 모델을 통째로 이식하거나 첨단 IT 인프라를 직접 운영하는 디벨로퍼(개발사업자)로의 체질 개선이 베트남 시장을 중심으로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이는 부동산 시장의 우하향 곡선이 뚜렷해지면서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베트남은 높은 경제 성장률과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도로와 교량 등 사회간접자본(SOC) 수요가 여전히 풍부하며, 한국과의 경제 협력 범위가 제조를 넘어 에너지와 디지털 분야로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 요인으로 꼽힌다.
동부건설은 하노이에 현지법인을 세우고 도로 인프라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최근 수주한 2166억 원 규모의 '미안~까오랑 도로 건설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수출입은행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자금이 투입되는 구조로, 공사비 미지급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현지 영향력을 넓힐 수 있는 안정적인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리베니크 자이’ 투시도. 이미지=GS건설
GS건설은 베트남의 디지털 전환 정책에 발맞춰 하이테크 분야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현지 최대 IT 기업인 FPT 코퍼레이션과 손잡고 인공지능(AI) 및 클라우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대규모 데이터센터 개발에 나섰다. 첨단 기술과 모듈형 구축 방식을 도입한 고효율 데이터센터를 통해 기술력을 입증하고, 지능형 교통 시스템과 공공 안전 플랫폼이 적용된 스마트시티 구축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아울러 국영상업은행인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과의 금융 협력을 통해 주택금융 프로그램까지 마련하는 등 단순 시공을 넘어선 포괄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우건설 역시 베트남을 해외 개발사업의 핵심 기지로 삼고 데이터센터 시장 진입을 공식화했다. 현지 개발업체 사이공텔과 협약해 설계·조달·시공(EPC)은 물론 지분 투자까지 아우르는 공동 사업을 추진 중이다.
대우건설은 이미 하노이 스타레이크 시티 사업을 통해 한국형 신도시 개발의 성공 사례를 만든 바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홍옌성과 동나이성 등 주요 거점에서 도시개발사업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베트남 정부가 데이터센터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시장 개방에 나서고 있는 점도 대형사들이 베트남으로 눈을 돌리는 주요 배경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 시장이 장기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인구 구조가 젊고 소득 수준이 빠르게 오르는 베트남이 거대한 대체 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다"며 "제조업 중심이었던 양국 협력이 인프라와 디지털로 진화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파고들 틈새가 더욱 커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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