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에 붙은 매물 안내문.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당사자들이 계약을 번복 해제하는 비율이 6년 만에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출 규제로 인해 서울 아파트 거래 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며 거래 안정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계약 해제율은 0.98%로 집계됐다. 2020년 국토부가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실거래가격 공개 이후 월간 기준으로 가장 낮은 수치다. 1년 전인 지난해 5월(11.51%)과 비교하면 불과 1년 만에 10분의 1 이하로 쪼그라든 셈이다.
지난해에는 서울 일부 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와 확대 재지정에 이어 6·27 대출규제와 10·15 규제가 잇따라 시행되면서 계약 후 번복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매수자들은 갑자기 대출이 막히거나 거래 허가 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돼 위약금을 감수하고 계약을 깼다. 매도자들은 가격 상승 기대감에 계약을 취소하고 배액배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규제 틀이 고착화하면서 올해 들어 역설적으로 계약 안정성은 되려 높아졌다. 대출 규제 조건을 수용해 자금 조달이 가능한 매수자만 계약 테이블에 앉게 됐기 때문이다. 자금 여력이 없는 수요자는 계약 자체를 하지 않게 되니, 성사된 계약의 번복 가능성은 자연히 낮아졌다.
계약금 규모가 커진 것도 해제율 하락의 숨은 원인이다. 통상 매매가의 10%를 계약금으로 내는 관행상, 15억짜리 아파트라면 계약금만 1억 5000만 원에 달한다. 매수자가 계약을 파기하면 이 계약금을 그대로 날리고, 반대로 매도자가 파기하면 계약금의 두 배인 3억 원을 돌려줘야 한다. 집값이 오를수록 매도자는 배액배상 부담에 쉽게 계약을 깰 수 없고, 매수자 역시 억 단위 계약금을 포기하기 부담돼 계약 유지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시장 참여자 양측 모두에게 계약 파기의 비용이 커진 셈이다.
다만 5월 계약 해제율은 신고 기한이 아직 3주나 남아 소폭 상향 조정될 수 있으나 전월 해제율(1.69%)과 비슷하거나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해제율 하락이 시장 체력 회복의 신호라기보다 강도 높은 규제로 인한 거래 구조 재편의 반사효과라고 평가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주택담보대출 총액이 제한됨에 따라 확실히 매수가 가능한 사람들만 시장에 참여하게 됐다”며 “대출규제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당분간 낮은 계약 해제율이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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