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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대체불가 대한민국

AI 시대의 서막과 함께 대한민국은 지금 거대한 전환점 위에 서 있다.

대체불가 대한민국

[월요일 아침에] 이태욱 교학사 고문

AI 시대의 서막과 함께 대한민국은 지금 거대한 전환점 위에 서 있다. 얼마 전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3박 4일간 방한하여 국내 주요 IT 기업들을 조목조목 훑고 간 사건은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전략적 가치가 얼마나 지대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 되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및 차세대 반도체 붐은 단순한 기업 간의 매출 경쟁을 넘어 대한민국 국가 시가총액의 지도를 바꾸고 글로벌 기술 패권을 뒤흔드는 기분 좋은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반도체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최고의 효자 산업이며 기술 강국으로서의 자존심이다. 비록 강대국 사이에 낀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 재편이라는 불리한 처지에 놓여 있지만 이를 극복하고 글로벌 무대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절대 넘볼 수 없는 '대체불가한 대한민국(Indispensable Korea)'이 되기 위한 핵심 전략을 세 가지 관점에서 제안해 본다.

첫째, '초격차 하드웨어'에서 'AI 풀스택 생태계'로의 진화이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지배하고 있지만 하드웨어 제조 역량만으로는 영원한 대체불가성을 확보할 수 없다. 젠슨 황이 한국을 찾은 이유는 하드웨어를 넘어 그것을 구동할 인프라와 생태계의 파트너로서 한국의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독점을 견제하려는 글로벌 빅테크들의 수요에 발맞추어, HBM뿐만 아니라 AI 가속기 시장으로 독자적인 칩 설계 역량을 극대화해야 한다. 하드웨어 칩 위에 얹어질 국산 고성능 AI 모델과 소프트웨어 프레임워크를 동시에 육성해야 한다. 글로벌 빅테크가 한국의 칩을 살 수밖에 없는 구조를 넘어, 한국의 AI 인프라 전체를 도입해야만 가장 효율적인 리소스 관리가 가능하도록 '가두리(Lock-in)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둘째, '성공 방정식'을 바꾸는 디지털 인재 패러다임 전환이다. 이제 막 눈을 뜨고 말을 배우는 디지털 네이티브, 'AI 네이티브' 세대에게 과거의 주입식 교육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AI가 인간의 지식 노동을 무서운 속도로 대체하는 시대에 한국인이 대체불가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교육과 인재 양성의 패러다임을 뿌리째 바꿔야 한다.

AI가 스스로 코딩을 완성하는 시대에는 지식을 외우는 전산 전문가가 아니라, 거대한 복합 시스템을 설계하고 AI 시스템의 윤리와 타당성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 아키텍트'와 '인공지능 융합 인재'가 필요하다.

인간 고유의 역량 극대화 관점에서 데이터가 주지 못하는 영감, 문화적 맥락을 읽는 통찰력, 인간의 심리와 행동 양식을 정밀하게 분석하여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창조해내는 '개념 설계 역량'을 정규 교육과 고등 교육에서 전폭적으로 길러내야 한다. AI라는 도구를 완벽하게 부리는 '지휘자'로서의 한국인을 키워내는 것이 핵심이다.

셋째, 지정학적 리스크를 기회로 바꾸는 '플랫폼 국가' 전략 구상이다. 대한민국이 처한 지정학적 불리함은 위기인 동시에 엄청난 기회이다. 미·중 패권 갈등 속에서 공급망의 안정성을 원하는 글로벌 기업들에게 대한민국은 '가장 신뢰할 수 있고 역량 있는 제조 및 개발 기지'로 기능할 수 있다.

글로벌 AI 경제의 동맹 허브로 미국, 유럽, 아시아를 잇는 글로벌 AI 밸류체인에서 한국을 빼고는 거대 언어 모델(LLM)이나 자율주행, 로봇 공학을 완성할 수 없도록 핵심 파트너십을 공고히 해야 한다. 젠슨 황의 방한처럼 글로벌 리더들이 수시로 찾아와 협력을 구걸하는 '기술적 요새'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전통 산업의 디지털 전환(DX) 수출로써 한국이 가진 또 다른 강점은 교육, 제조, 금융 등 전통 산업의 인프라가 매우 촘촘하고 디지털화 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를 AI 기반의 첨단 시스템으로 고도화하여 가치를 증명한 뒤, 글로벌 시장으로 동남아, 중앙아시아, 몽골 등 영토와 자원은 넓으나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 '패키지' 형태로 수출하는 전략적 영토 확장이 필요하다.

결론으로는 기술을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지정학적 한계는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상수(常數)일지 모른다. 하지만 기술의 초격차와 인재의 질은 우리가 스스로 통제하고 극대화할 수 있는 변수(變數)이다. 반도체 호황이라는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올 때, 우리는 단순히 노를 젓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배의 엔진을 AI 기반으로 완전히 개조해야 한다.

하드웨어의 강력한 제조 기술, AI 시대에 걸맞은 인간 중심의 새로운 개념 설계 역량, 그리고 글로벌 시장을 읽는 영민한 통찰력이 결합할 때, 대한민국은 그 어떤 강대국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세계 유일의 '대체불가한 기술·문화 강국'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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