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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대입 경쟁률 감췄는데…접수번호로 지원 규모 추정

대입 원서접수 마감 직전 경쟁률 공개가 중단돼도 접수번호를 통해 지원 규모를 추정할 수 있는 대학이 143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이나 지인 명의로 먼저 원서를 넣어 지원 현황을 살핀 뒤 본인의 지원 대학·학과를 결정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입 경쟁률 감췄는데…접수번호로 지원 규모 추정

국민일보 제작 이미지

대입 원서접수 마감 직전 경쟁률 공개가 중단돼도 접수번호를 통해 지원 규모를 추정할 수 있는 대학이 143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이나 지인 명의로 먼저 원서를 넣어 지원 현황을 살핀 뒤 본인의 지원 대학·학과를 결정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능 이후 정시모집을 앞두고 원서접수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27일 국회 교육위원장인 김희정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일반대학 197곳 가운데 자료를 제출한 165곳 중 143곳에서 접수번호로 지원 인원을 파악하거나 경쟁률을 추정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실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를 통해 확인한 결과다.

이는 응답 대학의 86.7%에 해당한다. 자료를 내지 않은 32곳은 지원 규모를 추정할 수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일부 대학은 전형 등을 구분하는 코드에 접수 순번을 붙여 번호를 발급한다. 이 순번이 원서가 얼마나 접수됐는지 가늠하는 단서가 된다.

예를 들어 20명을 뽑는 학과에서 접수번호가 해당 학과의 120번째 지원자를 뜻한다면, 당시 경쟁률을 6대 1로 추정할 수 있다. 다만 여러 학과를 묶은 전형 전체의 120번째 접수라면 특정 학과의 경쟁률까지 알 수는 없다. 대학이 어느 범위에서 순번을 매기는지에 따라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달라진다.

번호가 실제 지원자 수와 일치하는지도 중요하다. 번호를 언제 발급하는지, 중간에 빠진 번호가 있는지 등에 따라 차이가 생길 수 있어 접수번호만으로 정확한 경쟁률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조사에서 지원 규모를 추정할 수 있는 것으로 분류된 대학에는 연세대·고려대·한양대 등 서울 소재 대학 30곳과 부산대·인천대·충북대·제주대 등 국립대 25곳이 포함됐다.

문제는 경쟁률 공개가 중단된 뒤 생길 수 있는 정보 격차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대학들은 마감 직전 특정 학과 등에 지원자가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접수 종료 2~3시간 전 경쟁률 공개를 중단하고 있다.

의원실은 이 시간에 가족이나 지인 등 제3자 명의로 원서를 접수하면, 발급된 번호를 통해 추가 지원 규모를 추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참고해 본인이 지원할 대학이나 학과를 최종 선택하는 데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런 방식을 모르는 수험생은 대학이 마지막으로 공개한 경쟁률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반면 번호의 구조를 아는 수험생은 공개 중단 이후의 접수 상황까지 가늠할 수 있다. 공식적으로 같은 정보를 제공하더라도 실제 지원 과정에서는 정보 차이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다만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는 제3자 명의 접수가 얼마나 이뤄졌는지, 이를 활용해 지원 대학이나 학과를 바꾼 사례가 있는지는 담기지 않았다. 이번 조사는 접수번호로 지원 규모를 추정할 수 있는 구조를 확인한 것으로, 실제 악용 사례까지 입증한 결과는 아니다.

정시모집 전 개선책을 마련하려면 대학별로 접수번호에 어떤 정보가 담기는지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접수 순서가 드러나지 않도록 번호 체계를 바꾸거나 경쟁률 공개 기준을 조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수 있다. 시행을 위해 대학과 원서접수 대행사가 시스템을 얼마나 바꿔야 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김 위원장은 “교육부가 이를 개별 대학의 운영 문제로만 맡겨서는 안 된다”며 “정시모집 전 구체적인 개선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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