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상급 청 구속 지시 한 달 방치
전자발찌·스마트워치 연동은 '제로'
신당역 이후 또 "제도 있으나 문제"
전자발찌 끊고 도주 (PG) /연합뉴스
경기 남양주시 대낮 길거리에서 20대 여성 B씨가 40대 전과자 A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지난 14일 B씨는 사망 직전까지 경찰이 지급한 신변보호 스마트워치를 눌러 구조를 요청했다. 가정폭력과 스토킹 피해를 경찰에 여섯 차례 신고하며 국가의 보호를 구했던 그였다. 구조는 끝내 제때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수사기관의 안일한 대응과 부처 간 정보 단절, 사법부의 구시대적 영장 관행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사회적 파장이 일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 등 338개 시민단체는 17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가 무슨 심정으로 스마트워치를 눌렀을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며 "새로운 대책을 찾을 것이 아니라 지난 수십년간 피해자와 유족이 제안한 절박한 대책들을 검토하라"고 말했다.
이들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모니터링'. '가정폭력처벌법 전면 개정해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포함하라'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공허한 정부 대책 전면 개편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경찰의 안일한 대응이 논란이다. B씨는 생전 가해자 A씨가 자신의 차량에 설치한 위치추적장치 추정 물체를 직접 발견해 경찰에 증거로 제출하는 등 적극적인 자기 보호 조치를 취했다. A씨는 이미 특수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으며 경찰의 두 차례 소환 통보조차 무시한 상태였다.
무너진 지휘 체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상급 기관 경기북부경찰청은 관할서인 구리경찰서에 가해자 유치장 구금과 구속영장 신청을 직접 지시했다. 그러나 경찰의 대응은 여기서 멈췄다. 구리경찰서는 상급 청의 지시를 한 달 넘게 이행하지 않았다. 가해자를 유치장에 가두는 잠정조치 4호나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하는 3-2호 신청 절차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법원이 구금이나 전자장치 부착 신청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져 있어 신청 자체가 소극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그 논리는 변명으로 기능했다. 현장 수사 인력 부족과 과도한 업무량을 이유로 일선 경찰서의 지휘 체계가 정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치안 행정의 고질적인 병폐가 여실히 드러난 대목이다.
가해자 A씨는 과거 성범죄 전력으로 법무부의 관리를 받으며 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법무부의 감시망과 경찰의 피해자 보호망은 철저히 분리되어 있었다. 성범죄 전과자가 스토킹 범죄의 가해자로 돌변하는 상황에서도 법무부의 전자발찌 위치 정보와 경찰의 스마트워치 시스템은 실시간으로 연동되지 않았다.
현재 구조는 명백히 이분화되어 있다. 전자발찌 관리는 법무부 소관이고, 신변보호 스마트워치는 경찰청이 담당한다. 이 때문에 성범죄 전과자가 스토킹 가해자로 등장해도 두 시스템이 자동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범죄 예방 관점에서는 가해자의 위치 정보가 피해자 보호 시스템과 연동되어 접근 시 즉시 경보가 작동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경찰청 등 관계 부처 간의 '칸막이 행정'이 낳은 비극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그동안 부처 간 데이터 통합을 수차례 공언해 왔다. 그러나 실제 예산 배정과 시스템 통합 작업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우려와 부처 간 이기주의에 가로막혀 수년째 공회전 중이다. AI 지능형 CCTV 도입이나 고도화된 위치 추적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예산 역시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삭감되는 형국이 반복되고 있다.
17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남양주 가정폭력ㆍ스토킹 여성살해사건 긴급대응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피의자 방어권'에 기울어진 사법부
사법부의 보수적인 영장 발부 관행 역시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지난달 2일 피해자가 A씨를 스토킹 혐의로 고소하고 위치추적장치까지 증거로 제출했음에도 법원의 조치는 서면경고(1호), 접근금지(2호), 연락금지(3호)에 그쳤다. 강제력이 가장 큰 전자장치 부착(3-2호)이나 유치(4호)는 적용되지 않았다.
현재 접근금지 명령 등 잠정조치 위반으로 가해자가 구속되는 비율은 3% 남짓이다. 법원은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과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구금이나 구속영장 발부에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경찰과 검찰이 법원의 낮은 영장 인용률을 의식해 애초부터 강력한 격리 조치 신청에 소극적 태도를 취하는 악순환이 수사 현장에 고착되어 있는 것이다.
스토킹처벌법의 적용 요건을 '반복성' 여부 중심에서 가해자의 '위해 의도'와 피해자의 '불안 조성'을 중심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입법 보완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이번 남양주 사건은 2022년 서울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의 비극을 고스란히 되풀이한다. 당시에도 가해자는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괴롭혀 왔고 사건을 계기로 스토킹처벌법 강화와 피해자 보호 체계 정비가 이루어졌다. 이후 경찰은 신변보호 대상자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긴급출동 체계를 강화했지만 부실했다.
스토킹 범죄는 초기 대응이 늦어질수록 강력범죄로 이어질 위험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특성을 지닌다.
정치권 입법·행정 쇄신 시험대
사건의 파장이 커지자 정치권도 긴박하게 움직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16일 "관계 당국의 대응이 더뎠고 국민의 눈높이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며 직접 책임자 감찰을 엄중히 지시했다.
국회와 정부에서는 △전자발찌와 경찰 신변보호 시스템 연동 △스토킹 가해자 강제 격리 기준 강화 △반복 스토킹 사건의 구속 수사 확대 △피해자 보호시설 및 긴급 대피 지원 확대 등 제도 보완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최근 발표한 '2026년 분노의 게이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남편, 연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한 피해자는 673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경찰 신고와 피해자 보호조치가 있었는데도 살해된 피해자와 주변인은 최소 86명으로, 전체의 12.8%로 나타났다.
수사기관의 즉각적인 가해자 격리 원칙 확립, 법무부와 경찰청의 통합 관제 시스템 구축, 사법부의 전향적인 판례 변경 등 국가 개입망 전반의 재설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변보호 스마트워치=범죄 피해 우려가 있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경찰이 지급하거나 개인이 사용하는 웨어러블 기기로, 위급 상황 시 버튼을 누르면 즉시 긴급 신호가 관제센터나 보호자·경찰에 전송되는 장치다. 위치 추적(GPS), 통화 연결, 녹음, 경고음 등의 기능이 탑재되며, 스토킹·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에 활용된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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