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뉴스 정민우 기자=
기업의 자기주식(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주요 대기업의 자사주 소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실제, 올들어 3개월 동안 주요 대기업 중 60여 개가 43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및 처리 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이는 지난 한 해 전체 자사주 소각 규모의 3배에 달하는 수치로, 자사주 소각 의무화 이후 기업의 자사주 소각이 본격화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1일 CEO스코어에 따르면 2025년 지정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총수 및 상장 계열사가 있는 73곳(계열사 339곳)을 대상으로 3차 상법 개정에 따른 자사주 소각 규모와 이에 따른 지배력 변화를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상장사 339곳 중 2026년 1~3월까지 3개월 간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 기업은 총 60곳이다. 소각 규모는 총 42조520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자사주 소각 기업이 54곳, 소각 규모가 총 13조2850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불과 3개월 만에 소각 기업은 6곳(11.1%), 소각 규모는 29조2357억원(220.1%)이나 증가한 것이다. 단, 소각 금액은 이사회 결의일 전일 종가 기준으로 환산한 수치여서, 올해 주가 상승에 따른 효과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
올해 자사주 소각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삼성전자(14조8994억원)였고, SK하이닉스(12조2400억원), SK(4조8343억원), 삼성물산(2조3269억원) 순이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사의 자사주 소각 규모는 27조1394억원으로, 올해 전체 자사주 소각 규모의 63.8%에 달했다.
또한, 3월 말 기준 대기업집단 상장사 중 자사주 보유 비율(보통주 기준)이 가장 높은 곳은 SK로, 보유 비율이 24.80%에 달했다. SK는 3차 상법 개정에 따라 임직원 보상 목적을 위한 보통주 4.54%(328만8098주)를 제외한 잔여 자사주 전량(보통주 1469만2601주 및 우선주 1787주)을 2027년 1월까지 소각키로 결정한 바 있다.
SK에 이어 자사주 보유 비율이 높은 기업은 △태광산업(24.41%) △롯데지주(23.69%) △푸른저축은행(22.31%) △미래에셋생명(21.83%) △대신증권(21.81%) △미래에셋증권(21.62%) △동양(20.48%) △티와이홀딩스(19.88%) △HDC현대EP(18.81%) 등이다.
최근 3개월 새 자사주 보유 비율이 가장 크게 감소한 곳은 삼천리로 나타났다. 삼천리는 올해 자사주 소각에 따라 전체 주식에서 자사주 보유 비율이 15.56%에서 5.59%로 9.97%p나 감소했다.
다음으로 사람인(8.16%p↓), DB손해보험(5.18%p↓), 삼성물산(4.59%p↓), 넷마블(4.55%p↓) 등도 자사주 소각으로 자사주 보유 비율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반대로 같은 기간 동안, 자사주 취득 등을 통해 자사주 보유 비율이 증가한 기업도 있었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해당 기간 299만1682주(1.92%, 441억원)를 취득했다. 크래프톤(1.73%p↑), SM Life Design(1.26%p↑), 하이브(1.22%p↑), IPARK현대산업개발(1.01%p↑) 등도 자사주 보유 비율이 3개월 사이 소폭 늘었다.
자사주를 계획대로 소각할 경우, 지배력이 가장 크게 감소하는 기업은 태광산업으로 조사됐다. 태광산업은 자사주 소각 전 지배력이 78.94%에서 소각 후 54.53%로 24.41%p 감소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같은 태광그룹 계열사인 대한화섬도 지배력이 18.57%p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광에 이어 SK도 자사주 소각 후 지배력이 50.21%에서 31.87%로 18.34%p나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SK는 자사주 24.80% 중 20.3%를 2027년 1월까지 소각할 예정이며, 나머지 4.5%는 임직원 보상 목적을 위해 활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자사주 소각 시 지배력이 크게 감소하는 기업은 △대신증권(-18.30%p) △동양(-17.00%p) △미래에셋증권(-12.77%p) △KCC(-11.98%p) △티와이홀딩스(-11.53%p) △두산(-10.34%p) △현대해상(-9.95%p) 등이다.
특히, 자사주 소각 이후, 기업 총수의 지배력(최대주주 지분율)이 20% 미만이 되는 기업은 삼성전자, 부광약품, 호텔신라, 한솔케미칼, NAVER 등 5곳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3월 말 기준 지배력이 21.91%(자사주 2.21%, 최대주주 19.71%)에 달했지만, 4월 초 자사주 1.24%를 소각한 후 지배력이 19.95%로 낮아지면서, 사실상 20%선이 무너졌다. 삼성전자는 주식 소각 후 남은 자사주를 2027년 정기주총일 전까지 임직원 보상 목적으로 처분할 계획이다.
자사주 처리 계획을 공시한 기업 중 일부는 자사주 전량을 ‘임직원 보상 목적’을 위해서, 자사주를 보유 또는 처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사주 1% 이상 보유 기업 중 전량 임직원 보상 목적으로 자사주를 보유·처분할 계획인 기업은 △KCC건설(6.80%) △한솔케미칼(4.11%) △넵튠(3.87%) △KG스틸(3.23%) △오리콤(1.90%) △AK홀딩스(1.53%) △하이브(1.49%) △한화솔루션(1.42%) △코오롱글로벌(1.29%) △한화시스템(1.02%) 등이다.
보유중인 자사주를 모두 ‘경영상 목적’으로 보유 또는 처분할 계획이라고 밝힌 곳은 태광그룹 대표회사인 태광산업과 산하 계열사인 대한화섬 등 2곳뿐이다. 이들 기업은 향후 인수합병(M&A), 시설투자, 신기술 도입 등을 위해 자사주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중 태광산업은 지난해 6월 보유 중인 자사주 24.41%를 활용해 교환사채(EB)를 발행하려다 주주 반발과 법적 분쟁 끝에 해당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한편,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이 지난 3월 6일 시행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상장사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를 1년 6개월 내에 소각해야 한다. 단, 임직원 보상, 경영상 목적 등 자사주 활용이 필요한 경우에는 자사주 보유·처분 계획을 통해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 예외적으로 보유 또는 처분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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