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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대구논단] 피호득랑(避狐得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에서 드러난 경찰의 제 식구 감싸기 논란과 같이 검사의 보완 수사권 폐지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되었다.

[대구논단] 피호득랑(避狐得狼)

이석형 객원논설위원·행정학박사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에서 드러난 경찰의 제 식구 감싸기 논란과 같이 검사의 보완 수사권 폐지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되었다. 비록 현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검찰 개혁의 마침표를 찍는 형사사법 체계의 개편이라고는 하지만, 여우를 피하려다 더 무서운 늑대를 만나게 된다는 ‘피호득랑(避狐得狼)’이 되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이제 우리는 형사사법 체계에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게 됐다. 검찰청이 공소청과 중수청으로 분리되고, 검사의 직접 수사권을 폐지한 데 이어 보완 수사권마저 없애면서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하는 체계가 출범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검사는 공소를 제기하고 유지하는 역할만 맡고, 사실상 모든 수사는 경찰이 담당하게 되었다. 검찰 개혁의 완성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거대한 실험이라는 우려 역시 존재한다.

그동안 검찰 개혁의 핵심 명분은 막강한 검찰 권력을 견제하자는 것이었다. 실제로 검찰은 수사와 기소를 동시에 독점하면서 정치적 중립성과 권한 남용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민주주의는 권력의 선의를 믿는 제도가 아니라 권력을 견제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권력기관을 견제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자체는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그러나 견제는 균형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검찰 권력을 약화시키면서 또 다른 권력인 경찰 권력을 비대하게 만든다면 그것은 개혁이라기보다 권력의 이동에 불과하다.

새 제도 아래에서 가장 큰 권한을 갖게 되는 기관은 경찰이다. 전국 13만 명이 넘는 조직과 전국적인 수사망, 정보 기능까지 갖춘 경찰은 앞으로 대부분의 형사사건을 독점적으로 처리하게 된다. 문제는 이처럼 막강해진 경찰 권력을 누가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이다. 정부와 경찰은 수사 기록의 투명화, 내부 감찰 강화, 주요 비위자의 수사 부서 배제, 외부 통제기구 설치 등을 약속하고 있다. 물론 필요한 조치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가 실제로 권한 남용을 막을 만큼 충분한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어떤 제도든 출범 당시에는 완벽한 통제를 약속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제도보다 사람이 문제였음이 드러나는 경우를 우리는 수없이 경험해 왔다.

특히 범죄 피해자의 입장에서 우려는 더욱 크다. 과거에는 경찰 수사가 미흡하면 검사가 직접 보완 수사를 통해 누락된 증거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안전장치가 있었다. 이제는 그 장치가 사실상 사라진다. 경찰이 보완 수사 요구를 받아들이더라도 결국 수사를 수행하는 주체는 다시 경찰이다. 견제와 보완의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경제적 약자에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려면 피해자나 고소인이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례가 더 많이 늘어날 수 있다. 충분한 법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격차는 형사절차에서도 커질 수 있다. 형사사법의 민영화라는 우려가 결코 과장이 아닌 이유다. 또한 검사의 보완 수사권 폐지가 헌법상 소추권과 영장주의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지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아야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설령 최종적으로 합헌 결정이 내려진다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사회적 논란은 제도 설계가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물론 검찰이 과거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검찰 개혁의 빌미는 비록 일부라 하더라도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며 자신들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아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검찰 내부의 자정 능력 상실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한을 없애는 것과 견제 장치를 없애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보완 수사권은 검찰 권력의 상징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부실 수사를 바로잡는 최후의 안전판이었다. 따라서 이를 전면 폐지하기보다 남용을 엄격히 통제하는 방식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경찰 권한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가 있다. 그렇다면 이제 중요한 것은 비대해진 경찰 권력이 주어진 역할을 얼마나 제대로 해 내느냐에 달려있다. 개혁은 기존 권력을 무너뜨리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권력이 국민 위에 군림하지 못하도록 설계하는 데서 완성된다. 여우를 쫓아냈다는 안도감에 취해 어느새 더 큰 늑대가 우리 앞에 서 있는 것은 아닌지 철저히 살펴봐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검찰도, 경찰도 아닌 오직 국민의 기본권을 중심에 둔 형사사법 체계라는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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