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규 행정안전부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사업 전문위원
6·3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많은 후보들이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청년 취업 지원, 청년 창업 활성화, 지역 정착 지원, 미래산업 인재 양성, 지역기업 취업 연계 등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방향은 대체로 비슷하다. 모두 필요한 이야기다. 지역사회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청년이 있어야 하고, 청년이 지역에 남기 위해서는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정작 청년들의 반응은 기대만큼 뜨겁지 않다.
이유는 분명하다. 청년들은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왔다. 문제는 그 말이 자신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청년이 듣고 싶은 것은 단순한 일자리 숫자가 아니다. 어떤 산업에서, 어떤 직무로, 어떤 역량을 갖추면, 어떤 기업에 연결되고, 어느 정도의 임금과 성장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경로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구호가 아니라 커리어 설계다. 많은 청년 일자리 공약은 여전히 행정의 언어로 쓰인다. “지역 전략산업 기반 일자리 창출”, “미래형 청년 인재 양성”, “청년 창업 생태계 조성” 같은 표현은 정책자료집에는 그럴듯하게 보인다.
그러나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에게는 충분한 답이 되지 못한다. 청년이 실제로 묻는 질문은 더 구체적이다. “제가 무슨 직무를 준비해야 합니까?”, “이 교육을 받으면 실제 채용으로 이어집니까?”, “지역기업에 들어가면 성장할 수 있습니까?”, “창업에 실패하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구조가 있습니까?”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공약은 청년에게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최근 고용 흐름을 보더라도 청년 고용 문제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전체 고용지표가 일부 개선되더라도 청년층은 다른 양상을 보인다. 노동시장 진입은 늦어지고, 취업 준비 기간은 길어지며, 첫 직장 선택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전공과 직무 사이의 간극도 넓어지고 있다. 특히 지역 청년에게 이 문제는 더 크게 다가온다. 수도권에 비해 선택 가능한 직무가 제한적이고, 성장산업이나 글로벌 기업과 연결될 기회도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청년에게 무조건 지역에 남으라고 말하는 것도 해법이 아니다. 지역을 사랑하라는 말은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청년의 삶을 설계할 수는 없다. 청년이 지역을 떠나는 이유는 애향심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성장할 경로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에 남았을 때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3년 뒤 어떤 역량을 갖게 되는지, 5년 뒤 어떤 커리어로 성장할 수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면 청년은 당연히 다른 기회를 찾는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의 청년 일자리 공약은 단순한 일자리 창출 경쟁에서 벗어나야 한다. 청년 일자리 몇 개를 만들겠다는 약속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일자리가 어떤 일자리인지 설명하는 것이다. 단기 행정사업형 일자리인지, 지역기업의 실제 채용 수요와 연결된 일자리인지, 교육과 현장실습을 거쳐 정규 경력으로 이어지는 일자리인지, 청년의 다음 경력까지 고려한 일자리인지 구분해야 한다. 숫자는 필요하지만 숫자만으로는 부족하다.
청년 일자리 공약을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첫째, 산업이 구체적인가. 둘째, 직무가 구체적인가. 셋째, 교육과 채용이 연결되어 있는가. 넷째, 지역기업의 실제 수요가 반영되어 있는가. 다섯째, 첫 취업 이후 성장 경로가 있는가. 이 기준 없이 “청년 일자리 확대”만 반복한다면 공약은 또 하나의 선거용 문장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지역 청년정책은 국내 취업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이제 지역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지역 안에 갇힌 일자리가 아니라 지역을 기반으로 국내와 해외를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커리어 경로다. 해외취업, 해외인턴십, 글로벌 직무교육, 외국어 역량, 글로벌 기업 채용정보 분석, 지역기업의 해외진출 프로젝트 참여 등이 함께 연결되어야 한다. 청년이 해외 경험을 쌓는 것은 지역 이탈이 아니다. 제대로 설계하면 지역 인재의 확장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청년 일자리 문제를 말하는 후보라면 이제 더 구체적으로 답해야 한다. 어떤 산업에서 만들 것인가. 어떤 직무로 연결할 것인가. 어떤 교육을 제공할 것인가. 어떤 기업이 채용할 것인가. 청년은 그 안에서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청년 일자리 공약은 청년에게 닿기 어렵다.
청년은 더 이상 추상적인 희망을 믿지 않는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포스터에 적기 좋은 문장이 아니라 자신의 이력서에 남을 수 있는 경험이다. 지역이 청년을 원한다면 청년에게 남으라고 말하기 전에 성장할 수 있는 길을 보여줘야 한다. 6·3 지방선거의 청년 일자리 공약이 청년에게 닿기 위해서는 숫자가 아니라 경로를 말해야 한다. 청년정책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약속을 했는가가 아니라, 한 명의 청년이 그 약속을 통해 실제로 어떤 삶의 방향을 찾을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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