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재경위, 한은 지역본부·지방국세청 등 국감서 ‘지역경제 회생 노력’ 촉구
▲ 국회재정경제기획위원회가 16일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에서 국정감사를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상훈, 안상훈, 윤영석, 이종욱, 임이자 의원. 박무환 기자
대구경북의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중소기업의 자금난, 무리한 세무조사 문제가 국회 국정감사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건설경기 위축과 기업 대출 연체율 상승 등 지역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도 국세 수입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금융지원 확대와 세정 운영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특히 대구의 건설 수주액이 전년 대비 96.5% 급감하고 기업 대출 연체율이 전국 평균을 웃도는 등 지역경제의 위기 상황이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됐다. 국회의원들은 경기 침체에 대응한 금융지원과 납세자 부담 완화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는 지난 16일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에서 대구경북을 비롯한 영남지역 주요 경제·세정기관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배준영 의원이 반장을 맡은 감사 2반에는 여야 의원 10명이 참석했다. 감사 대상은 한국은행 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포항본부와 부산·대구지방국세청, 동북·동남지방데이터청, 부산·대구본부세관 등이다.
이날 국감에서는 지역경제 회복을 위한 금융기관의 역할과 세무행정의 적정성, 지역 대학의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첫 질의에 나선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대구 서구)은 지역 건설업체인 태왕건설의 부도 사례를 거론하며 대구경북 경제의 위기 상황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대구경북은 경기 침체 장기화로 소상공인, 저신용 중소기업 등의 어려움이 크다”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설업을 비롯한 지역 산업 전반의 침체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자금난으로 이어지는 만큼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에 김주현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장은 “신용이 낮은 중소기업에 한시적으로 자금을 특별히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며 “신용보증기금과 함께 소상공인, 청년층 등을 돕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역경제의 어려움은 구체적인 경제지표를 통해서도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의원(서울 관악을)은 대구의 건설경기와 금융시장 상황을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정 의원은 “대구 경제 현황이 최악이다. 4월 건설 수주액이 전년 대비 96.5% 감소했고, 기업 대출 연체율은 0.97%로 전국 평균 0.68%보다 높다”고 지적했다.
지역 건설경기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 기업들의 채무 상환 부담까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경기 침체 속에서도 세수가 증가한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지난 8월까지 걷힌 세수가 9조8481억 원으로 전년 대비 8.9% 늘어났다”며 “대구 같은 경우 정기 세무조사에서 유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역경제의 어려움을 고려해 세무조사 과정에서도 기업과 납세자의 부담을 살필 필요가 있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 국회재정경제기획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시작된 가운데 피감기관장들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박무환기자
대구지방국세청의 세무조사 관행도 집중적인 질의를 받았다.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상주·문경)은 올해 상반기 조세심판청구 인용 건수에서 대구가 전국 1위, 부산이 2위를 기록한 점을 들어 과세행정의 적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임 의원은 “올해 상반기 조세심판청구 인용 건수 1위가 대구고, 2위가 부산”이라며 “무리하게 납세자를 몰아붙이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특히 서대구세무서의 비정기 세무조사 과정에서 위법하게 확보한 장부를 근거로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를 부과했다가 절차상 중대한 위법성으로 조세심판에서 처분이 뒤집힌 사례를 거론했다.
임 의원은 “왜 이렇게 무리하게 과세하는 것이냐. 실적 때문에 그러느냐”며 세무조사 과정의 문제점을 따져 물었다.
이어 “명백한 절차 위반이나 무리한 법리 적용으로 과세가 취소된 경우에는 조사 담당자나 결재 라인에 대한 불이익 조치나 실효성 있는 감사 체계를 확립해 달라”고 요구했다.
단순히 과세 처분을 취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위법하거나 무리한 세무조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내부 책임 체계와 감독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에 박정열 대구지방국세청장은 “세무조사 과정에서 납세자 사정을 살피고 세심하게 운영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번 질의는 세무조사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과 납세자 권익 보호 문제를 다시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역 대학의 경쟁력 강화와 정부의 고등교육 지원 정책도 국감에서 논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경기 하남갑)은 정부가 추진하는 이른바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와 관련해 경북대학교의 포함 여부를 질의했다.
이어 포항공과대학교(포항공대)의 재정지원 구조를 언급하며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으로 성장하기 위한 지원 방안을 주문했다.
이 의원은 “포항공대는 포항제철에서 매년 700억 원을 받는데 카이스트는 국가로부터 2000억 원을 받는다”며 두 대학의 재정지원 규모를 비교했다.
그러면서 포항공대가 세계적인 명문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방안을 검토해 보고할 것을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에 요구했다.
지역 대학의 연구 경쟁력이 지역 산업의 발전과도 맞물려 있는 만큼 고등교육 지원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날 국감은 대구경북 경제의 구조적인 침체가 금융·세정·교육 등 여러 분야와 연결돼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건설경기 악화와 기업 연체율 상승, 세무조사 적정성 논란이 동시에 제기되면서 지역경제의 회복을 위한 금융지원과 납세자 보호 대책의 실효성이 향후 과제로 떠올랐다.
국감에서 제기된 문제들이 실제 금융지원 확대와 세무행정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