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중국과의 인공지능(AI)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하는 ‘미국산 AI 수출’ 구상에 외국 기업들의 참여를 허용키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AI 하드웨어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메모리 제조 역량을 갖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의 참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6일 미 연방관보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외국 기업도 ‘국가안보 요건’을 충족하면 컨소시엄의 일원으로 ‘풀스택(full-stack) 미국산 AI 수출 프로그램’ 참여를 신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반도체·서버 등 AI 하드웨어와 관련, 외국 기업은 미국 내 제조와 관련한 비용을 포함해 산정하는 ‘미국산 함량 가치’(U.S. content)가 총 가치의 51% 이상이어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또 중국 등 우려 국가에 설립됐거나 우려국 내 주요 사업장을 두고 있는 기업에서 제품·서비스를 제공받은 경우에는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다만 외국 기업이 “AI 하드웨어, AI 모델·시스템에서 최상위 가치(highest value)의 제품·서비스를 제공하고, 미국 국익 증진에 기여한다고 판단하는 경우”엔 예외적으로 상무부가 국무·국방·에너지 등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건별로 수출 프로그램에 지정하고, 해당 외국 기업을 “국가 챔피언 기업”(NCE)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AI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적국의 AI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산 AI 풀스택 수출을 장려해왔다.
이에 따라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산 AI 수출 패키지 컨소시엄 참여가 가능해졌다. 앞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2월 상무부에 “동맹국 기업의 참여가 미국 AI 스택의 경쟁력 확보와 국가안보 목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외국 기업의 참여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삼성전자 HBM4E 제품 전시 사진. 삼성전자 제공
상무부는 AI 수출 패키지 지정 과정에서 중국의 AI 굴기를 견제하고 미국 이익을 최우선시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컨소시엄 참여 기업은 미국의 수출통제 제도와 해외투자 규정, 최종사용자 통제정책 등 국가안보 관련 조치의 준수 여부를 밝혀야 한다.
또
데이터와 보안, AI 활용, 중국이 우위를 지닌 오픈소스 AI 모델의 경우 중국 등 우려국과 사업적 관계가 있는 기업은 컨소시엄 참여가 사실상 차단된다.
AI 풀스택은 △반도체·서버·가속기·데이터센터 저장고·클라우드 등 AI 관련 하드웨어와 인프라 △데이터 파이프라인·레이블링 시스템 △AI 모델·시스템 △AI 관련 보안·사이버보안 조치 △소프트웨어·교육·보건·국방 등 각 부문 AI 활용 등 5개 층위로 정의된다. 상무부는 6월30일까지 사전(pre-set) 컨소시엄 제안서를 접수한다고 밝혔다.
미 정부가 외국 기업들에 문호를 개방한 것은 하드웨어 등 풀스택 AI 역량을 갖춘 우방국 기업들의 참여가 AI 수출 구상 실현의 관건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은 엔비디아나 AMD 등 미국 기업의 AI 가속기에 필수적으로 탑재되는 HBM 등 메모리 분야에서 독보적인 제조 역량을 갖추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으로선 풀스택 AI 수출을 하려면 한국과의 협력이 꼭 필요하고, 이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도 수출 확대 등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간 첨단 기술 협력도 한층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의 대중 수출통제 준수 의무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의 중국 사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엔비디아의 Vera Rubin 200 실물과 이에 탑재되는 SK하이닉스의 HBM4, SOCAMM2. SK하이닉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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